▲ 6일 국회 외통위에서 새누리당 나경원 의원(동작을)이 윤병세 외교부 장관을 상대로 질타를 하고 있다.

국회 외교통상위원회(이하 외통위)에서는 6일 여야가 모처럼 정부부처에 대해 한목소리를 내는 보기 드문 현상이 연출됐다.

'독도입도지원센터 건립 백지화 거짓 해명으로 논란' 문제를 야기한 윤병세 외교부 장관에 대해 고성과 질타, 심지어 장관사퇴까지 거론되는 등 종일토록 고성이 오갔다.

이번 대부분의 여야 의원들이 독도입도지원센터 건립 무산은 독도 영유권 수호에 배치되며 국민이 납득할 수 없는 행정이었다고 지적하자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안전, 환경, 문화재 보호 등 3대 이유로 결정된 사안"이라는 이해할 수 없는 답변만 반복했다.

▲ 6일 국회 외통위에서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의원들의 질의에 대답하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윤 장관의 해명은 이날 오후 석간신문 '문화일보'가 국무총리 주재 관계장관회의 후속조치 문건을 폭로한 것이 전해지자 외통위는 말 그대로 벌집을 쑤셔놓은 듯한 분위기가 됐다.

문화일보는 공교롭게도 이날 석간에 "정부가 지난 1일 정홍원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독도 입도(入島)지원센터 건립 관련 관계장관 비공개회의에서 입찰 공고 철회로 입도 시설 백지화를 결정한 뒤 "공고 취소에 따른 대응 논리를 마련하고 이슈화가 되지 않도록 지역 국회의원 등에 초기 대응을 하라"고 후속 대책을 치밀하게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단독 보도했다.

이날 문화일보는 "문화일보가 단독 입수한 관계장관회의 후속조치 문건에 따르면 정부는 '회의결과 공고 취소에 따른 대응 기조는 안전관리, 환경, 문화재 경관 등에 문제점 또는 추가 검토할 사항이 있어 보류로 설정했다'고 명시했으며 '구체적인 사항은 주무부처인 해양수산부와 외교부가 공동으로 작성하라'고 지시했다"고 폭로했다.

문건에 따르면 정부는 "'이해관계자 설득 등 대응'을 위해 이미 정한 대응 기조에 따라 관계부처가 '원보이스(한 목소리)'로 대응하라"며 "이슈화가 되지 않도록 해수부 장관이 경북도 및 지역 국회의원에 대한 설명 등 초기대응을 하라"고 밝혀 사실 은폐 및 로비까지 지시한 사실도 추가로 확인됐다.

정부는 또 올해 책정된 예산 30억 원 전용 방안과 관련, "국무조정실 주관으로 관계부처 회의를 통해 사업 대안 및 다른 사업 전환 등을 포함해 세부방안을 마련하라"며 "내년도 예산에 국회가 다시 반영하지 않도록 대응할 것" 등 치밀한 후속대책까지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같은 문건에 비춰 국무총리실이 5일 발표한 해명자료를 놓고 거짓 해명 의혹이 일고 있다. 또 정부의 대일 저자세·굴욕 외교에 대한 비판 등 엄청난 후폭풍이 예상된다.

총리실은 당시 해명자료에서 "독도 입도시설 건설을 사실상 포기했다는 언론보도는 사실과 다르다"며 "독도입도지원센터는 안전관리, 환경, 문화재 경관 등과 관련해 추가 검토가 필요해 입찰공고를 취소한 것으로 이 외에 결정된 바는 없으며 추가 검토를 거쳐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고 발표한 바 있고, 윤병세 외교부 장은 외통위 의원들의 질타에 앵무새처럼 이같은 지침만 5일과 6일 연속적으로 답변할 뿐이었다.

여야 의원들이 한목소리로 보도의 진위를 윤 장관에게 따저 물었으나 윤 장관은 궁색한 답변만 반복하면서 여야를 막론하고 직·간접적인 윤 장관 사퇴 촉구의 목소리까지 나오게 됐다.

정병국 새누리당 의원은 "정부가 수차례 회의를 통해 독도입도지원센터 입찰 공고를 내놓고는 난데없이 지난 1일 국무총리 주재 장관회의를 통해 백지화시켰다"며 "결과적으로 일본에 농락당한 꼴이 됐다. 센터가 한일 관계에 도움이 되지않는 관점을 외교부가 견지했다면 처음부터 용의주도하게 준비해 이런 망신을 당하지 말았어야한다"고 지적했다.

정 의원의 이같은 지적은, 우리 정부가 센터 건립을 백지화하자 일본 정부는 '이때다 싶어' 한국 정부의 이같은 조치를 자신들의 외교적 노력 결과라고 일본 관방장관이 자국 언론을 통해 자평한 것을 염두에 둔 것이다.

올해 보권선거를 통해 국회에 입성한 나경원 의원도 "독도입도지원센터와 관련해 정부가 국민이 납득할 만한 설명을 해야한다. 외교부가 외교적 판단에 따라 센터에 반대했다면 외교부가 책임을 져야한다"며 "이런 문건까지 나왔으면 국민이 납득할 설명·해명을 해야지 '눈 가리고 아웅'식 해명을 하고 있느냐"고 날선 비판을 날렸다.

나경원 의원은 "외교적, 국제법적으로도 우리 정부에게 전혀 유리하지 않은 선례를 정부가 남겼다"고 지적하고 "결국 이것이 분쟁으로 갔을 때 우리한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보느냐? 장관이 반드시 책임져야 할 사안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심재권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다른 문제도 아니고 독도 문제에 대해 정부가 이런 식으로 행동한 것은 참으로 경천동지할 외교적 대참사다. 대한민국 국민에게 모멸감을 주고 있다"고 비판하고 "당시 회의에 참석했던 국무총리, 외교부 장관, 해수부 장관 등 참석자들은 전원 즉각 사퇴하라"고 맹비난을 퍼부었다.

▲ 6일 국회 외통위에서 새정치민주연합 최재천 의원(성동갑)이 윤병세 외교부 장관을 상대로 질타를 하고 있다.

특히 같은당 최재천 의원은 "독도문제를 장관 해명대로 안전·환경·문화재라는 지극히 국내적이고 좁은 시선으로 해결하려 했다면 자존심이나 주권을 모르는 정권, 외교안보팀, 장관"이라며 "마땅히 거취를 결정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최 의원은 "윤 장관의 지금까지 해명이 거짓으로 드러난 이상, 이 문제에 대해 명확히 사과하고 진상을 밝혀야 한다"며 "민의를 대변하는 국회를 모독해도 유분수"라고 거칠게 비판하고 "윤 장관이 4시 'APEC 정상회담'을 위해 출국해야 한다지만, 이것은 사전에 통보조차도 없었다"며 회의 정회를 요청하기도 했다.

윤 장관은 끝내 출국 시간을 늦추고 외통위에 남을 수 밖에 없었고, 계속된 의원들의 질의도 앞선 답변과 조금도 다르지 않은 내용만 반복적으로 언급할 뿐이었기에, 결국 여당 내부에서까지 본격적으로 책임론을 제기했다.

정병국 새누리당 의원은 "정부에서 사안이 위중하다 판단해서 대책회의까지 했다면 관리 능력이 있어야하는데 보도내용이 사실이라면 장관이 위증·허위답변한 것"이라며 "이에대한 책임을 져야한다. 전략적 차원의 책임 역시 총리든 장관이든 반드시 져야한다"고 책임론을 부각시켰다..

같은당 유승민 의원도 "독도입도지원센터 예산을 대통령 주재 국무회의에서 확정해놓고 입찰 마감 직전에 정부가 센터를 백지화했다"며 "이런 미숙함과 무능함에 대해 정부 누군가가 반드시 책임져야한다"고 총리와 장관 책임론에 휘발유를 부었다.

유 의원은 "부끄러운 것은 일본 정부 대변인인 관방장관이 마치 이것을 일본이 독도를 자기 영토라고 주장하고 분쟁지역화 하려고 했더니 한국이 받아들인 것이라고 오만하게 발언했다"며 "누구의 책임인가"라고 캐묻고 "청와대, 총리실, 외교부, 해수부 어디든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한다"고 토로했다.

같은당 윤상현 의원 역시 "2008년부터 정부가 이 사업을 이야기 해 왔는데 갑자기 취소하고도 정확한 해명이 이뤄지지 않다"며 "'일본이 압력을 넣으니 한국 정부가 굴복한 것' '시간 끌면 우리 뜻대로 된다' 등 우리 국민과 일본 정부에게 잘못된 인식을 심어줬다"고 질타했다.

새정치연합 심재권 의원은 "독도입도지원센터 중단은 우리 주권과 국위를 심대하게 훼손했다. 외교적 대참사"라며 "장관이 책임지라. 장관은 물론 총리를 비롯한 당시 참석 장관들이 책임지고 사퇴하라. 보고를 받았을 대통령도 사과해야한다"며 대통령 책임론까지 들고 나왔다.

같은당 심재권 의원은 "기가 막혀 말을 못하겠다. 우리 국민 모두가 참으로 심한 모멸감을 느낀다"며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이번 상황은 외교적 대참사다. (사업 철회를 결정한) 회의에 참석한 총리와 외교부·해수부 장관은 일괄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같은당 최재천 의원은 "독도 문제를 안전과 환경, 문화재라는 국내적이고 대단히 좁은 시선으로 해결하려 들고 한일관계나 국제관계, 국민의 주권자적 자존심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헤아릴 줄 모르는 정부와 장관은 마땅히 스스로 거취를 결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