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통합진보당 이상규 의원(49 서울 관악을)이 7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세월호특별법 의결을 앞두고 단상에 나와 발언을 하고 있다.

"우리는 이들을 천사와 악마라 하는데, 누가 천사일까?"

통합진보당 이상규 의원의 토론 전문 - 고 한세영양 어머니 편지글 읽어... 방청석은 눈물바다

지난 7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 내부에는 극명한 대조를 이룬 몇가지 장면이 공존했다.

첫번째 대조는 우선은 국회 본회의장을 둘로 가르는 것은 국회 거대 여당 의원들이 모여 앉는 좌석과 제1야당과 군소정당 의원들이 모여앉는 좌석이 대조를 이루었다.

둘째는 세월호특별법을 표결에 붙이기 전에 이 법안에 대한 찬성과 반대 토론이 이어졌는데, 여야 양측에서 터져나오는 고함과 탄식, 격려의 소리들이 뒤엉켜 있었으나 기실은 어느 한편이 격려의 발언을 하면 다른 한편은 야유와 비난의 목소리를 냈고, 반대로 이전에 격려를 한쪽이 탄식과 곡성을 내면 다른 한편이 역시 반대로 찬성와 위로의 목소리가 터진 점이다.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이 오후 2시쯤 국회 4층에 마련된 국회 본회의장 방청석으로 삼삼오오 모여들어 각자 자리를 잡고 앉았으나 누구 하나 목소리를 내는 이는 없었다.

묵직한 침묵만이 본회의 시작 전까지 방청석을 채우고 있었고, 몰려든 언론사 기자들만 앵글을 잡느라 '정중동'할 뿐이었다.

오후 2시50분쯤 정의화 국회의장이 개회를 알렸다. 침울해있던 유가족들은 얼굴에는 상기됀 표정이 역력했고, 국회 본회의장이 부산한 것도 잠시였다.

엄숙함 속에 세월호특별법에 대한 의원들의 찬성과 반대토론이 이어졌다.

반대토론에 나선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은 이 법안은 위헌 소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46 부산 해운대·기장을)이 지난 10월 끝난 국회 국토교통위 국정감사에 참석했다.

하태경 의원은 "세월호특별법은 너무나 강력한 위헌적 요소를 가지고 있고 형사소송법 체계의 대혼란을 불러올 수 있는 지극히 위험한 법"이라며 ▲동행명령권 부여 ▲묵비권 행사 시 처벌 ▲조사위에 과도한 권한 부여 ▲공개 청문회 실시 등 우리나라 검찰보다도 더 권한이 막강하다고 열변을 토했다.

하 의원은 "위헌요소를 수정하지 않고 법이 통과되면, 위헌 논쟁으로 사회가 혼란에 빠지고 국회의 권위가 실추될 것"이라고도했다.

이때 방청석에 있는 유가족들 대부분은 분노와 탄식을 쏟아냈고, 일부 유가족은 자리에서 일어나 하 의원을 향해 손가락질 하며 심지어 악을 쓰며 욕설을 퍼붓기도 했다.

반면 새누리당 의원석에서는 "그래 맞아!" 또는 "잘했다!"라는 동조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정의당 정진후 의원의 발언이 시작되면서 사태는 이내 진정됐다. 유족들은 담담하게 세월호법을 지지하는 야당 의원들의 발언을 들으며 박수와 환호를 보내기도 했으나, 새정치민주연합 정청래 의원과 통합진보당 이상규 의원이 연이어 발언하는 동안에는 모두가 굵고 끈적한 눈물을 쏟아냈다.

특히 이날 통합진보당 이상규 의원은 단원고 2학년 고 한세영양 어머니가 쓴 편지를 대독했다. 방청석은 일순간 울음바다로 변했다. 유가족 모두가 고개를 깊이 파묻거나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린채 흐느꼈다.

이 의원은 발언을 마치고 단상에서 내려와 방청객을 향해 "유가족 여러분 힘내십시오!"라며 큰절 인사를 했다. 일부 방청객들은 기립 박수를 보냈다.

하지만 여당 의원들은 "세월호를 정치적으로 이용 말라!"... "야! 쑈하지마!"라고 야유와 고함을 질렀다.

이날 오후 3시 30분쯤 유가족도 국민들도 모두 함께 긴 고난의 시간을 보내며 기대했던 "미완의 세월호특별법"이 압도적인 찬성으로 가결됐다. 정의화 의장은 "세월호 참사는 하늘의 경고"라는 말로 세월호특별법안에 대한 의결과정을 전부 마쳤다.

▲ 통합진보당 이상규 의원이 8일 지역구 소재 서울대 아크로폴리스 광장에서 열린 제1회 "서울대 동문 민주열사 추모제"에 참가했다.

아래는 통합진보당 이상규 의원(49 서울 관악을)의 토론 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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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존경하는 정의화 의장님, 선배 동료의원 여러분,

서민의 정이 살아있는 서울관악을 통합진보당 이상규입니다.

먼저 세월호에서 희생된 단원고 2학년 2반 세영이 어머니의 편지를 읽겠습니다.

<내 가슴에 품어 함께 살아보고 싶은 못다 핀 꽃, 우리 세영이에게...>

벌써 계절이 바뀌고 있단다. 세월호 대참사가 일어난 지 197일만에 나온 3반 친구 지현이가 생일날 인양이 되었단다. 아직도 바닷속에서 못나온 2반 친구 다윤이와 나머지 8명이 하루빨리 나오기를 간절히 바란다.

세월호 대참사가 세월호 유가족들만의 일이 되는 건 아닌지 걱정스럽다. 잘 지내고 있는거야? 너희를 편안하게 해줘야 하는데 그러질 못하고 있는 것이 미안하고 안타깝단다. 그 흔한 말 한마디도 없이 떠나버린 우리 세영이.

살려고 마지막까지 안간힘을 다했을 너를 인양된 모습에서 뼈저리게 보았단다. 눈이 감기질 않아서 핫팩으로 여러 번 녹이고 쓰다듬고 하니 그제야 감긴 너의 그 예쁜 눈을 보았다고 아빠가 며칠 전 말해주더라. 지금도 그 사진 속의 너는 좀 피곤해서 자는 듯한 모습인데, 너는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 날마다 세영이 사진 보며 독백 아닌 독백을 하곤 한단다. 너무 슬퍼서 오열도 하고, 몸부림도 쳐보고, 참 기막힌 이 현실이 꿈이었으면 한단다. >

지난 200일 동안 실종자가족, 희생자가족, 생존자 모두가 우리 국민 모두가 고통스런 날들을 보내왔습니다. 저는 오늘 세월호특별법 반대토론을 하기위해서가 아니라 유족의 마음으로 호소하기 위해 나왔습니다.

세월호 참사 이후 유족들과 국민들이 목격한 것은 해경과 해수부, 청해진 해운과 유병언, 국정원과 청와대는 물론 우리 국회까지 모든 관련 기관들이 제 역할을 못하고 책임을 회피하거나 오락가락하거나 외면하는 모습이었습니다. 그래서 수사권 기소권이 보장되는 진상조사위가 절실한 것입니다.현재의 세월호특별법은 독립적이고 성역없는 진상규명에는 불충분하고 미흡합니다.

한계에도 불구하고 유족들은 피눈물을 흘리며 이 합의안을 수용했습니다. 그리고 몇 가지 대안을 내놓았는데 이것만은 받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유족들의 애타는 심정을 받아주시길 호소합니다. 수백명의 아이들의 죽음 앞에서 위헌시비가 웬말입니까? 정치적 계산이 웬말입니까?

첫째, 정부는 실종자 수색에 더욱 총력을 기울여 마지막 한명까지 찾아주십시오.

둘째, 여야 대표, 정부대표, 국민청원인 대표는 가족대표들과 함께 대국민 서약식을 통해 성역 없는 진상규명을 국민 앞에 약속해주십시오.

셋째, 연내에 <4.16 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를 구성하여 새해에는 법시행과 동시에 바로 조사활동을 시작할 수 있게 해주십시오.

넷째, 시행령, 위원회 조직구성과 피해자 배상 논의에 유족은 물론 모든 생존자, 피해자의 참여를 보장해주십시오.

제발 앞으로는 눈앞에서 수많은 사람이 죽어가지 않도록, 안전한 대한민국, 최소한 살아갈 희망이 있는 대한민국을 만들어주십시오. 마지막으로 옥상옥구조로 설계된 안전처 신설은 재난안전에 효율적이지 않습니다. 소방관 중심으로 컨트롤 타워는 다시 짜야합니다.

경청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