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구룡마을 화재 현장 찾아 '임대주택 제공' 약속


▲ 박원순 시장이 10일 구룡마을 화재현장을 방문해 주민들과 대화하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10일 오후 지난 9일 발생한 화재로 잿더미가 됀 구룡마을을 찾아 화재현장을 둘러보고 마을 이재민들과 대화했다.

예정보다 다소 늦게 구룡마을에 도착한 박원순 시장은 먼저 화재현장을 둘러보고 현장 관계자들에게 화재 경위에 대해 자세한 설명을 들을 후 곧바로 마을회관에 임시로 마련됀 이주민 대피소에 들러 졸지에 피해를 당한 마을 주민들을 위로하고 마을 분야별 대표들의 이야기를 경청했다.

구룡마을 주민자치회 유귀범 회장은 박원순 시장에게 "시장님께서 이렇게 와주시니 너무 감사하다. 이제 살았다는 생각이 든다"고 인삿말을 건네고 "화재가 발생하고 꼬박 하루가 지났지만, 신연희 강남구청장은 단 한번도 방문해주지 않았다. 가난한 구민을 사람 취급조차 안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볼멘소리를 냈다.

유 회장은 박 시장에게 이번 화재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 줄 것과 이주대책 등을 요구했다.


▲ 9일 발생한 구룡마을 화재 현장은 완전 전소되어 폐허처럼 변해버렸다.

유 회장은 "이번에 화재가 나도 현장 한번 다녀간 적 없는 강남구청장이다. 4년 반 동안 수십차례 구청장 면담 신청을 했지만 단 한번도 만나주지 않았다. 강남구 빈민은 구민이 아닌라고 생각하는지, 강남구에 거주하지도 않으면서 (낙하산공천) 구청장에 당선돼더니 빈민 구민은 사람취급도 하지 않는 것 같다"고 울분을 터뜨렸다.

유 회장은 "서민들의 삶을 책임지는 행정이란 소통이 기본인데, 어떻게 이런 큰 사고가 났는데도 아무런 조치가 없고, 위험한 양재대로를 건너 개포중학교에까지 오가며 밥을 먹으라고 그곳에 임시 급식처를 만들어놨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대피소 생활의 고달픔도 토로했다.


▲ 박원순 시장이 10일 구룡마을 화재현장을 방문해 현장 관계자들로부터 화재 발생의 정황과 사후 대책에 대해 설명을 듣고 있다.

박원순 시장에게 마을 대표가 눈물을 보이며 간언하는 동안 모여든 이재민들 역시 "시장님 살려주세요!" "시장님 살기가 너무 힘들어 죽을 것만 같아요"라며 눈물을 흘렸다.

박원순 시장은 이에 대해 "무엇보다도 먼저 이번에 피해를 보신 여러분들께 위로를 드린다"고 말문을 열고 "부디 용기와 희망을 잃지 마시길 바란다"라고 인삿말을 건냈다.

박 시장은 이어 "긴급복지지원법에 따라 강남구청장이 요청해오면 이재민들을 SH공사가 보유한 공공임대주택에 임시로 머물 수 있도록 조치하겠다"고 회답했다.

박 시장은 "과거 구룡마을에 대한 개발 계획이 서울지와 강남구청 간에 불협화음으로 개발이 지연되면서 사고가 일어났다고 보면 죄책감이 든다"며 "구룡마을 주민 전원이 다시 입주할 수 있는 개발계획을 이미 추진했는데 그 권한을 서울시와 강남구가 절반씩 갖고 있어 실행되지 않아 아쉽다"며 신연희 강남구청장의 구룡마을 개발 반대에 대한 안타까운 소회를 밝혔다.

박 시장은 이어, "(강남구와의) 이견은 있었지만 끝까지 설득해서 원만한 합의한 다음 주민들에게 주택을 공급하는게 큰 목표 가운데 하나"라고 주민들을 위로했다.

박원순 시장은 주민들과 대화를 마치고 곧바로 신영희 강남구청장과 박래학 서울시 의장을 만났다.

박 시장은 신연희 구청장에게 "여러가지로 어렵게 사는 구룡마을 구민들이 잇다른 화재로 인명피해까지 발생했다"며 "이번에 서울시와 강남구가 힘을 합쳐 구룡마을 개발 문제에 대해 적극즉으로 나서야 할 때"라고 말을 건내자 신 구청장 역시 "이 지역의 재개발 문제에 있어 문제가 없지는 않지만, 향후 적극적으로 문제 검토에 들어가겠다"고 회답했다.

박 시장은 신 구청장에게 "서로 조금씩 양보하자"고 제의했고, 신 구청장은 "연초에 재개발 사업이 시작될 수 있도록 하자"며 구룡마을 개발에 대해 긍정적으로 회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