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역 광장에서 15일 열린 ‘박근혜정부의 일방적 대학구조조정 저지와 대학공공성강화를 위한 교육주체 결의대회’에 참석한 김상곤 전 경기도 교육감

박근혜 정부 들어 교육부가 일방적으로 시행하는 대학 구조개혁 정책에 반발한 교수들과 비정규교수 및 교직원 등이 15일 서울역 광장에서 '박근혜 정부의 일방적 대학 구조조정 저지와 대학 공공성 강화를 위한 교육주체 결의대회'를 열고 "대학은 죽었다"고 선언했다.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이하 민교협)'와 '전국교수노동조합,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전국대학노동조합, 한국대학생연합' 등의 18개 단체들이 연합한 '대학 공공성 강화를 위한 전국 대학 구조조정 공동대책위원회(이하 대학구조조정위)'가 개최한 이번 결의대회에는 교수, 시간강사 등 비정규교수, 교직원, 학생, 대학의 주차·미화 노동자까지 주최측 추산 약 2000여명(경찰추산 1500명)이 참가했다.

이날 ‘박근혜정부의 일방적 대학구조조정 저지와 대학공공성강화를 위한 교육주체 결의대회’에 앞서 전국대학노동조합 국공립대학부 유희성 사무처장은 “고등교육 황폐화시키는 폭력적 일방적 대학구조조정을 중단하라”고 규탄하며 삭발식을 거행하기도 했다.

대학구조조정위는 "교육부가 정규 교원 확보, 재정 확충으로 고등교육의 질과 공공성을 높이기보다, 정원 감축만을 압박하며 구조조정을 밀어붙여 대학을 황폐화하고 있다"고 비난하고, "비리·부실 사학은 살려두고 교육 책무성을 방치하는 대학 평가 및 구조개혁 정책을 즉각 중단하라"고 강력히 촉구했다.

대학구조조정대책위는 "한국 사회의 모든 대학을 황폐화시킨 교육부와 사학재단, 정부에 대해 불복종을 선언한다"고 밝혔다.

대학구조조정대책위는 또 나아가 "대학은 권력과 자본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함에도 불구하고 요즘 대학은 교육의 질 향상이 아닌 교육부의 일방적이고 폭력적인 대학평가와 구조조정 문제로 자유로워야할 사학에 고통을 안겨주고 있다"고 비판하고 "박 대통령의 ‘고등교육재정 GDP 1.1%’와 ‘반값 등록금’ 공약을 우리의 힘으로 실현시켜 나갈 것”"했다.

대학구조조정대책위 측은 “서민 증세가 아니라 불로소득을 감춰둔 재벌과 부자에 대한 부자증세로 고등교육재정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믿고 그것을 통해 국민들이 교육비로 고통 받지 않는 선진대학체제와 진정한 무상교육의 재정적 기틀을 확충할 것"이라고 선언하며 '부자증세'를 통한 고등교육재정 해결을 역설했다.

이들은 결의문을 통해 "대학 구조개혁 정책은 시장경쟁력만을 기준으로 대학·학문을 줄세우고, 상지대·청주대·수원대 등 사학 비리를 두둔하며, 대학생은 취업에만, 교수·교직원들은 해고 등의 위험에 내몰고 있다"며 △이를 뒷받침하는 '대학 평가 및 구조개혁 법안' 폐기 △정부책임형 사립대 정책 도입 △비정규교수 해고 중단 등을 촉구했다.

송주명 민교협 상임의장(한신대 교수)은 대책위는 "정책 실패와 사학비리의 책임을 대학 구성원에게 전가하는 교육부의 작태는 더는 용납될 수 없다"며 "지금 교육부가 할 일은 고등교육의 질을 제고하기 위한 정책연구와 사립재단에 대한 철저한 관리·감독이며 그 방향은 당연히 고등교육의 공공성을 확대하기 위한 근본적인 대학 개혁"이라고 촉구했다.

송 의장은 또 "교육부의 대학 구조개혁 정책은 대학을 시장화·영리화로 내모는 국가적 폭력"이라며 "고등교육 재정의 국내총생산(GDP) 1% 확충 공약 등을 이행하라"을 촉구했다.

최찬양 인천대 사회과학대 학생회장, 비정규교수노조 김경례 전남대 강사, 김동욱 대학노조 수석부위원장, 대학 미화노동자, 박현숙 평등학부모회 대표 등도 이날 '대학 공공성 강화에 함께 나설 것'을 결의했다.

이날 동참한 혁신더하기연구소 김상곤 이사장(전 경기도교육감)은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을 제정하고 고등교육재정을 확충하라’는 대학구조조정위의 요구에 깊은 공감을 나타냈다.

김상곤 이사장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초·중·고등학교 교육의 교육재정교부금이 논란이 되고 있고 (시도교육청들은) 그 교부금이 절실하게 필요한 상황이지만, 그것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대학 등 고등교육의 재정 문제”라며 “고등교육재정 GDP대비 1.1% 달성은 누리과정과 마찬가지로 (박근혜 대통령이 후보시절 낸) 공약이고 이 1.1%라는 수준은 OECD 평균 수준이기 때문에 꼭 이뤄져아 한다”고 설명했다.

김 교육감은 “정부가 지금 경제가 어렵다는 이유로 일방적·폭력적으로 구조조정을 하는 것은 합당하지 않다”며 “고등교육이야말로 이 나라를 이끌어온 주체인데 이런 고등교육의 종사자들, 특히 교직원들이 함께 논의하고 어떻게 앞으로의 상황을 조정해나갈 것인가에 대한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소신을 밝혔다.

김 교육감은 나아가 “이번 집회에서 모아진 여러 가지 요구사항을 모아 (정부와 대통령엗게) 전달할 것이지만, 우리들 역시 고등교육을 어떻게 미래지향적인 발전 방향으로 만들어나갈 것인가 고민하고 합의해서 결의를 다지는 것이 핵심일 것 같다”고 향후 대정부 투쟁이 계속 이어질 것을 암시했다.

이들은 결의대회에 앞서 오후 1시부터 대학노조는 국공립대 기성회 직원 등이 참가한 '전국대학노동자대회'를 개최하고 "기성회비 반환 소송에서 패소한 정부가, 기성회비를 수업료에 넣어 징수하기로 하면서 기성회 교직원들의 고용 불안은 방치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국공립대 재정을 확대하고 재정회계법 추진을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결의대회를 마친 참가자들은 서울 종로 종각까지 가두행진을 벌였으며, 이들 가운데 대다수는 예술 문화인들이 주최하는 광화문 세월호 문화축제에 동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