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상 논란을 일으킨 레바논 여가수 하이파 웨흐버.

레바논의 한 여성 가수에 의해 아랍 세계 소셜미디어에서 격렬한 의상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주 아랍 전역에 방송된 아랍 스타 아카데미의 노래 경연대회에서 레바논의 여성 가수 하이파 웨흐버가 입고 나온 다리가 훤히 내비치는 시스루 의상이 아랍 세계 소셜미디어에서 격렬한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고 영국 BBC 방송이 19일 보도했다.

이날 하이파가는 검은 색 롱드레스를 입고 노래를 불렀는데 양쪽 다리 부분을 시스루 소재로 처리해 TV 상으로 보면 다리 부분이 터져 맨살을 노출한 것처럼 보였다. 이 프로를 중계한 이집트의 CBC TV는 하이파의 의상과 관련해 사과 방송을 내보내기도 했다.

이 노래 경연대회 장면을 유튜브에도 게시돼 20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이를 지켜봤다.

하이파의 의상을 둘러싼 논란은 오늘날 아랍 세계에서 여성들의 의상에 대한 견해가 얼마나 양극화돼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소셜 미디어에 글을 올린 사람들은 대부분 여성들로 이집트와 요르단, 사우디아라비아 등 보수 성향 국가의 여성들은 하이파의 의상에 대해 "추잡하다"고 비난하는 글이 주를 이루었다. 한 여성은 "아무리 예술이라 해도 제약은 있을 수밖에 없다. 하이파는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하이파를 응원하는 여성들도 많았다. 한 여성은 "모든 여성들은 자신이 입고 싶은 옷을 입을 수 있다. 하이파가 이런 옷을 처음으로 입은 것도 아니고 더욱이 이런 옷을 입은 마지막 여성이 되어서는 결코 안 된다. 하이파는 매우 아름다워 보였다"고 말했다.

이는 아랍 세계에서 여성들이 어떤 옷을 입어야 하고 어떤 옷은 입으면 안 되는지에 대한 의견이 극단적으로 갈라져 있음을 시사하는 사건이다. 레바논처럼 비교적 자유로운 나라에서는 미니스커트나 비키니 차림도 흔하게 만날 수 있지만, 사우디 여성들은 베일로 얼굴을 가려야 할 뿐 아니라 온몸을 검은 색 옷으로 가려야 한다.

레바논의 라이프스타일 블로거인 다나 카이랄라는 "하이파의 의상을 둘러싼 논란은 아랍 문화 내의 충돌"이라면서 일부에서는 하이파의 옷차림이 아랍 문화를 잘못 이해시키고 있다고 말하지만 이는 위선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그녀는 아랍 국가들에서도 클럽 같은 곳에서는 훨씬 더 도발적인 옷차림을 한 여성들을 흔히 만날 수 있는데 아무도 이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 것은 클럽 내 모습들이 방영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카이랄라는 또 하이파에 대한 비난은 소셜미디어의 익명성 뒤에 숨어 공격을 가하는 비열함을 보여준다고 비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