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크 니콜스 감독의 생전 모습.

영화 '졸업'(1967)으로 아카데미 감독상을 받은 미국 영화계의 거장 마이크 니콜스가 19일(현지시간) 별세했다. 향년 83세다.

AP 등 외신은 20일 니콜스 감독이 전날 저녁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났다고 전했다. 장례식은 이번 주 치러질 예정이며, 가족만 참석해 조촐하게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추도식 날짜는 특별히 정해지지 않은 상태다.

마이크 니콜스는 50년 넘게 영화, 드라마, 코미디, 연극 등 문화계 전반을 넘나들며 활동했다. 그는 날 선 유머와 음울한 드라마를 절묘하게 버무리는 천부적인 능력을 보여줬다.

주요 작품으로는 1966년 장편영화 데뷔작 '누가 버지니아 울프를 두려워하랴' '애정과 욕망'(1971) '제2의 연인'(1986) '워킹걸'(1990) '헨리의 이야기'(1992) '클로저'(2005) '찰리 윌슨의 전쟁'(2008) 등이 있다.

니콜스는 코미디언으로도 유명세를 떨쳤다. 일레인 메이와 듀오로 무대에 서고 TV에 출연하면서 토니상 9회, 에미상 2회 등 수차례 트로피를 품에 안기도 했다. 아카데미상, 토니상, 에미상, 그래미상 등 미국 대중문화 4개 상을 모두 거머쥔 12명 중 1 명이다.

2004년 AP와의 인터뷰에서 니콜스는 "드라마와 코미디 경계를 굳이 나누려는 이들을 이해하지 못하겠다"며 "숱한 브로드웨이 코미디보다 '햄릿'에 웃기는 코드가 더 많을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또 니콜스는 연출가로서 탁월함을 인정받아 세계 최고의 스타들과 함께 작업했다. 더스틴 호프만, 잭 니컬슨, 메릴 스트리프, 에마 톰슨, 알 파치노, 진 해크먼, 로빈 윌리엄스, 해리슨 포드, 멜라니 그리피스, 시거니 위버, 줄리아 로버츠, 톰 행크스 등 아카데미상 배우들과 작품을 함께했다.

그의 사망 소식을 들은 메릴 스트리프는 "그가 없는 세상을 상상할 수 없다"며 슬퍼했다. 스트리프는 니콜스가 연출한 '실크 우드' '제2의 연인'에 출연했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은 니콜스의 죽음을 "너무나도 큰 상실"이라며 애도했다. "'졸업'은 내 인생을 바꿔 놓은 작품"이라며 "니콜스 감독은 영화를 보는 눈이 탁월했다"고 평가했다.

1931년 11월 6일 독일 베를린에서 태어난 니콜스는 나치 독일의 유대인 핍박을 피해 1939년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이주했다. 1947년 우연히 말론 브랜도가 주연한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를 보고 연예계의 꿈을 꾸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ABC의 유명 앵커 다이앤 소이어(69)와 결혼하는 등 세 차례 결혼과 이혼을 반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