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생, 결말의 감동

길이란 걷는 것이 아니라 걸으면서 나아가는 것이다. 이재훈 기자l승인2014.12.26l수정2014.12.26 08:59

크게

작게

메일

인쇄

신고

   
▲ TvN 미생 프로그램 포스터
내가 제일 감명 깊게 본 만화는 이현세의 [외인구단]이다. 21살 때 보았던 [외인구단]을 제일이라고 생각했던 나는 웹툰 ‘미생’이 드라마가 된다는 소식을 듣고  웹툰이 얼마나 인기가 있으면 ‘시청률 좋은 종편방송국에서 방영을 할까’ 라는 생각을 했다.  
 
첫 회 드라마를 보는 순간, 금요일과 토요일 7시 30분은 저당 잡혀도 괜찮겠다는 생각을 했다. 한 회 한 회가 기대가 될 정도로 샐러리맨들의 애환이 적나라하게(?) 묘사 되었다. 신입사원으로서의 애환과 직원이로서 업무처리의 고통, 사람들과의 갈등, 회식자리의 즐거움 덕분에 20회 한 회도 거르지 않고 완청(完聽:전부 시청)을 했다.
 
처음에는 ‘미생’이라는 단어의 뜻이 무엇일까?
생각했다. 극중에 오차장의 이야기 중에 ‘완생’이라는 표현이 나오면서 ‘아, 미생이란 아직 未生 즉 아직 태어나지 않은 이라는 뜻으로 해석 되었다.  바둑용어로는 집이나 대마가 아직 완전하게 살아 있지 않은 것이 미생이다.
 
우리네 인생 자체가 미생이지 않을까?
언제까지도 완생이 될 수가 없는 우리는 무언가 부족한, 그 부족한 것을 채우기 위해 열심히 살아가는게 아닐까? 요즘 딸 루미가 ‘그저 살다보면 살아진다’는 노래가사를 흥얼거린다. 좋아서 부르는 노래 가사 중에 한 소절인데 미생이 살아가는 방법을 이렇게 표현 할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미생을 보면서 ‘정규직의 의미는 뭘까?’하고 생각했다. 고용안정, 넉넉한 생활, 안정적인 삶. 이런 것들이 보장되는 것이 정규직은 아닐 것이다. 다만 계약직과 비교했을 때 2년마다 일자리를 찾아 헤매야 하는 고통과 번뇌의 시간을 정규직에게는 없을 뿐이다. 정규직을 얻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시대의 수많은 젊은이들과 직장인들의 애 닳은 마음을 조금은 이해할 것 같았다. 하지만, 우리 인간은 모두 비정규직, 계약직 인생을 살고 있다. 큰 틀에서 보면 언젠가는 다 해고다. 퇴직이라는 이름일 뿐이지 계약직처럼 때가 되면 회사를 나가야 한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정규직, 정규직 그것이야 말로 인생을 안정적으로 살 수 있는 유일한 길 인양 생각한다. 그리고 메스컴에서도 그렇게 생각하도록 만든다. 대한민국에서 정규직으로 사는 사람들이 전체 국민의 몇 페센트나 될까? 그리고 그 중에 정말 안정적이고 행복하게 사는 사람들은 또 얼마나 될까? 
 
이야기가 너무 딱딱한 쪽으로 흐른 것 같다. 정규직, 계약직 이야기만 나오면 피토하듯 뭔가 이야기 해야만 할 것 같은 생각이 들게 하는 시국이니 어쩔 수 없는 반응인지도 모르겠다.
미생을 보면서 즐거웠던 것은 우리의 인생이야기, 그 중에서도 치열한 직장에서의 이야기가 공감대를 만들어 주었기 때문일 것이다. 직장인들의 애환, 입사 동기들 간의 의리, 상사와 부하직원간의 갈등 드라마적인 요소와 현실의 적절한 조화가 한 회 한 회를 매주 금요일과 토요일을 기대하며 지내도록 만들었던 것 같다.
 

   
▲ 미생의 주연 배우들
마지막 회에서 직장으로서의 미생에서 완생의 모습으로 바뀌어가는 장그래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미숙함이 아닌 성숙함이 느껴졌다. 그동안의 뭔가 부족하고 불안해 보였던 장그래가 멋진 샐러리 상사맨의 모습으로 나타났다. 어려운 문제를 삽시간에 해결하고 배짱을 부르고 여유가 있는 장그래의 모습이 이제는 미생이 아닌 완생인 것처럼 보였다. 마지막 장면이 인상 깊었다. 길이 없는 사막과 같은 넓은 흙길을 달리며 이런 말을 한다.
 
“길이란 걷는 것이 아니라 걸으면서 나아가는 것이다. 나아가지 못하는 길은 길이 아니다. 길은 모두에게 열려 있지만 모두가 그 길을 가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다시 길이다. 그리고 혼자가 아니다”
모두가 가는 길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나아가면서 길을 만들 수 있다. 그러면 그것이 곧 길이 된다. 하지만, 아무나 그렇게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인생을 개척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이런 생각이 아닐까 싶다. 언제나 우리에게는 길을 만들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하지만, 남이 갔던 길, 길처럼 보이는 길만 가고자 하는 편안함을 추구하는 것이 보통사람들의 생각이다. 그럼 우리는 그 길을 가질 수는 없다. 내가 개척한 길만 가질 수 있다.
 
 
혼자가 아니라는 말은 동행할 수 있는 누군가가 존재한다는 말일 것이다. 내가 걸으면서 나아가는 내 길을 누군가와 동행할 수 있다면 그것은 정말 행복한 일일 것이다. 나도 내가 개척해 낸 길 위에 동행할 수 있는 사람을 찾을 것이다. 동행자와의 행복한 걸음을 내 길 위에서 계속, 계속해서 걷고 싶을 뿐이다.
장그래, 그래 나도 너처럼 잘 할 수 있다!

 

이재훈 기자 patong@korea-press.com


이재훈 기자  patong@korea-press.com
<저작권자 © 한국인터넷언론인협동조합,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서울시 양천구 곰달래로 11길 70  |  대표전화 : 070-7122-4944   |  팩스 : 070-8273-2127
등록번호 : 서울 아03628   |   등록일 : 2012년 6월 29일   |  발행인 : 박귀성  |  편집인 : 박귀성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효빈
Copyright © 2012 한인협.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