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프레스 = 김유진 기자] 수영선수 박태환이 자신에게 금지약물을 주사한 의사를 고소한 가운데, 이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해당 의사를 사법처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이두봉 부장검사)는 조만간 이 사건의 최종 처리방향을 결정하기로 하고 국내외 판례 및 연구사례를 분석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박태환은 의사 김모씨를 상해 또는 업무상 과실치상 혐의로 고소한 바 있다.

지금까지 조사 결과에 의하면 검찰은 박태환이 약물 성분을 잘 모르고 주사를 맞았고, 의사 역시 해당 주사제가 도핑테스트에서 문제가 될지 모른 상태에서 처방했다는 판단을 내렸다. 일부러 저질러야 성립하는 상해죄 혐의는 벗게 된 셈이다.

그러나 고의가 없었다고 해도 수영선수에게 금지된 약물을 투약한 행위가 형법에 저촉되는지 여부는 여전히 쟁점으로 남아 있다. 박태환이 주사를 맞으면서 신체의 기능과 완전성이 훼손됐다면 의사에게 업무상 과실치상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

그러나 박태환에게 투약한 주사제 '네비도(nebido)'는 남성호르몬 수치를 높여 갱년기 치료 등에 쓰이는 약물이다. 따라서 이를 투약했다고 해서 신체 기능이 훼손됐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법조계 안팎에서 검찰이 해당 의사를 업무상 과실치상 혐의로 재판에 넘기기 어려울 것으로 보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반면 꼭 신체기능이 훼손되어야만 업무상 과실치상죄가 성립하는 것은 아니라는 견해도 있다. 신체 기능이 악화했다는 점을 객관적으로 밝히지 못해도 당사자가 신체의 완전성이 훼손됐다고 받아들인다면 이 또한 과실치상의 '상해'로 볼 수 있다는 해석에서다.

이에 따라 검찰은 과실치상의 상해 범위를 넓게 해석한 해외 판례를 입수해 면밀히 검토 중이다. 아울러 반드시 신체 기능이 나빠져야만 과실치상죄가 성립하는 게 아니라는 판단이 담긴 국내 판례도 수집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검찰이 박태환에 주사를 놓은 의사를 사법처리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음을 알려주는 부분이다. 업무상 과실치상 혐의를 적용해 기소 내지 기소유예하기로 하고 근거자료가 될 판례를 수집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검찰은 앞으로 신체에는 악영향이 없지만 행정적으로 금지된 약물을 투약한 행위가 법적으로 옳은 것인지를 놓고 법원의 판단을 구해 스포츠계의 제도적 개선을 유도하려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