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에 아로 새긴 용진옥의 예술세계

3월 3일부터 4월 3일까지 서산창작예술촌에서 열려 김세중 논설위원l승인2015.02.27l수정2015.02.27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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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진옥 作, 靑梅(80x100)

서각(書刻).
직역하면 나무에 글과 그림을 새기는 작업을 뜻한다.
아주 오래전 고대 인류의 시작과 함께한 서각의 역사는 기록을 남기고자 하는 인간의 기본 욕구에서 출발한 만큼 그 역사가 참으로 길다. 글씨나 그림을 나무 또는 조개껍질, 돌, 기와 같은 각종 자연재료에 표현한 서각의 흔적은 지금도 세계 도처에서 발견되고 있다.

서각은 사실 오랜 시간 공을 들이며 날카로운 새김질과 채색의 과정을 거쳐야 하는 고된 작업이다. 보통의 예술 행위와는 달리 서예, 조각, 회화, 디자인, 공예 분야를 두루 아우르는 종합예술로, 하나의 작품을 만들어내기 위해 묵묵히 견뎌내야 하는 시간의 덧칠이 상당한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서각(書刻) 예술가 용진옥(龍鎭玉)은 자기 세계가 분명한 작가이다.
대학에서 의상디자인을 전공했고, 의류업체에서 디자이너로 일하면서 서예와 문인화를 공부했다. 2007년 조선초 문인인 운곡(耘谷) 원천석 선생의 정신을 기리는 강릉 운곡제 서예부문에서의 입상을 시작으로 대한민국서예문인화대전, 한국미술제 등에서 많은 상을 타며 실력을 쌓아 나갔다. 그뿐만이 아니라 동양 고전에 해박한 오초(吾超) 황안웅 선생 밑에서 오랫동안 한학을 공부했고, 현대서예가이며 전각가인 시몽(是夢) 황석봉 선생에게서 현대서예를 배워나갔다.

“그림을 전문으로 공부하고 싶었지만 형편상 의상디자인을 선택해야 했고, 결혼 후에는 가사에 매달려야 했기 때문에 늘 아쉬움이 많았어요. 그러나 늘 제 안에서 용틀임치는 예술에 대한 욕망은 누를 수가 없었어요. 시간을 내 꾸준히 공부했지요. 서예와 그림, 한학을 공부하며 옛것에 토대를 두되 그것을 변화시켜 제 것으로 만드는 작업을 정말 열심히 한 것 같아요.”

이러한 산통의 결과물을 선보이는 서각 예술가 용진옥의 작품전이 오는 3일 서산창작예술촌(前 안견창작스튜디오)에서 올 첫 기획 초대전으로 열린다.

지난해 4월 많은 사람들로부터 찬사를 받았던 서산시문화회관 서각작품특별전 ‘뻘짓’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인 그의 개인전에는 나무결과 글씨, 음양각의 오묘한 조화 속에서 각양각색의 소재를 이용한 유려한 서각작품을 선보이게 된다.

“지난 해 전시 때에도 마찬가지 였지만, 기존 서각의 틀에서 벗어나고 싶었어요. 단아하고 장엄한 전통서각에서부터 화려하고 아름다운 현대서각에 이르기까지 서각만이 가진 팔색조의 매력을 다채롭게 선보여 많은 사람들이 서각의 예술성을 인정해 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

대중과 소통하고 싶어하는 그의 바람은 우선 ‘서각’하면 떠오르는 딱딱한 이미지에서 벗어나 독창적인 색채와 회화적인 멋에 이르기까지 작가의 노력이 상당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 대작들이 많다.

▲ 영조정순후가례도감의궤(英祖貞純后嘉禮都監儀軌) 4,700x30.

남자 못지않은 스케일로 파들어간 영조정순후가례도감의궤(英祖貞純后嘉禮都監儀軌), 몽유도원도(夢遊桃源圖), 정형화되지 않은 색채감과 구성미로 만들어진 각종 자수보각, 조각보, 십장생 등의 작품들은 차라리 서각이 아니라 정교한 그림처럼 느껴지는 강한 끌림이 있다. 특히 영조정순후가례도감의궤는 총 50면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각은 19권, 축으로는 50권을 그는 다 그려냈다. 축을 완성하기 위해 조선시대 어진을 채색하던 방식을 끝까지 연구해 그 색을 그대로 따랐다.

“조선시대 왕실 행사의 이모저모를 기록과 함께 그림으로 정리한 의궤(儀軌) 중에서도 가장 화려한 것을 꼽으라면 단연 왕실의 결혼식을 기록한 '가례도감의궤(嘉禮都監儀軌)'일 거예요. 이 중에서도 가장 극적인 결혼식 장면을 담은 것이 1759년 66세의 영조가 15세의 어린 신부 정순왕후를 맞이한 과정을 기록한 '영조정순후가례도감의궤'구요. 김홍도가 집도한 영조정순후가례도감의궤를 은행나무에 팠어요. 세밀해야 했거든요. 힘들었죠. 인물도 엄청많고….”

그는 이렇듯 단순한 글자의 새김을 넘어 아름다운 자연과 사물, 역사 속 상황과 그림들을 다양하게 활용한 작품들을 선보여 관람객들의 문화향유의 폭을 넓혀 주려하고, 현대적으로 해석한 작품을 통해 서각 문화의 대중화를 위해 나름 고민하고 있다.

“첫번째 개인전의 부재가 ‘뻘짓’이었듯, 서각을 ‘단순히 글을 나무에 새기는 것’이라 생각하는 잘못된 고정관념을 반드시 깨고 싶었어요. 물론 기본은 지켜가면서요. 그러나 거창하게 저의 작업이 서각예술의 저변확대와 대중화에 열정을 쏟는다는 등, 그런 것은 아니예요. 단지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작업과정에서 제 스스로를 돌아보며 자기다짐을 공고히 하는 거지요. 삶에 지친 자기수양이랄까…, 뭐 그런거예요.”

현재 용진옥은 한국예술문화협회 서예문인화 초대작가, 현대와 서각의 동인전, 서각사랑전, 한일수교 50주년 일본 도쿄화랑 초대전 등 다수의 단체전과 개인전을 통해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그는 이번 전시의 도록에 ‘절하다’는 의미의 ‘배(拜)’자를 상형자로 써 놓고 이렇게 적었다. ‘가장 정중한 예로 소중한 인연을 꽃피우다(拜)’.

서양인사와는 다르게 우리나라의 인사법은 9가지가 있는데 그중 가장 정중한 인사법이 배(拜)라는 것이다. 전시를 준비하고 초대하는 모든 분들에게 절을 올리는 용진옥 작가. 우리는 이제 그가 올린 배에 대한 답을 해야 한다. 그것은 포기하지 않고 묵묵히 예술의 길을 걸어와 줘 너무나 고맙다는, 그러니 앞으로도 좋은 작품을 많이 보여주고 남기길 바란다는 감사의 인사로 그의 전시회에 발길을 옮기는 일이다. 그곳에서 보게 될 것이다. 한 사람의 열정과 집념이 얼마나 많은 아름다움을 거기에 새겨 놓았는지를.

▲ 용진옥서각전-외벽배너.


김세중 논설위원  sjkim@kimcoop.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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