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주년 맞은 'SF & 판타지 도서관', 공공도서관의 변화

"도서관은 함께 생각하고 나누는 문화 창달 공간 돼야" 안현아 기자l승인2015.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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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홍식 'SF & 판타지 도서관 관장

[한인협 = 안현아 기자] 책읽는 문화가 점점 퇴조하는 현실과 이를 되살려야 한다는 당위의 부조화는 이 시대가 처한 주요한 문화적 딜레마다.

정부와 출판업계, 도서관 등 유관 기관들이 대중과의 접점을 넓히려는 다양한 모색과 변화에 나서고 있으나 여전히 뚜렷한 돌파구는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이 같은 현실 속에서 대중의 관심을 끌어모으고 책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게끔 하는 공공도서관의 변화 가능성을 보여주는 성과가 있어 눈길을 끈다. 지난 2009년 3월 개관한 뒤 7년째 고유의 운영방식을 유지해온 전문도서관 'SF & 판타지 도서관'이 바로 그것.

SF&판타지 도서관은 1998년 문을 연 SF·판타지물 동호회 '조이에스에프 클럽' 회원들이 주축이 돼 만들어졌다. 동호회는 현재에도 하루 5천명이 접속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애초 사당동에서 개관했으나 2012년 연희동으로 옮겼으며, 재이전을 구상하고 있다.

전홍식(41) 관장은 10일 한 보도사와의 인터뷰에서 "데이터가 범람하는 시대에 책을 보관하는 도서관의 기능은 더 이상 의미가 없다. 도서관은 개인들의 책읽는 습관을 이끌고, 함께 생각하고 나누는 문화를 창달하는 공간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명철, 박진우, 배윤호, 심완선씨 등 별도 직업을 가진 동호회 회원들과 운영 자원봉사자인 최유정씨는 전 관장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왔다.  

10여년간 '네오위즈' 등 유수의 게임업체를 거친 게임전문가이기도 한 전 관장은 흔히 얘기하는 전형적 '오덕'(매니아를 뜻하는 일본어 '오타쿠'에서 따온 말)이라고 할 수 있다. 대학에서 게임 관련 수업을 하는 시간강사로 일하지만, 도서관 운영에만 1억원 넘는 사비를 털어넣었다.  

"한때 무협소설만 2년 넘게 한 트럭 분을 읽었어요. 폐인이 된다는 게 어떤 느낌인지 절절히 다가온 시간들이었죠. 대여점에서 흔히 인기 있다는 무협, 판타지물들은 현실에서 도피시켜주는 마약과도 같았습니다. 말 그대로 '자위적'인 작품들이죠. 현실에서 만족하지 못하는 이들은 그 유혹에 쉽게 빠져들게 되고요…." 

그가 그 같은 '루저'(패배자)의 삶을 이겨낸 건 '읽기 공동체'의 힘이었다. 전 관장은 무언가에 깊이 빠질 수 있는 사람들은, 희망을 갖게 되고 방법을 깨닫게 되면, 현실 속에서 자기를 찾을 수 있는 에너지를 갖고 있는 사람들이라고 단언한다.

"지난해 8월 서울시민청에서 저희 도서관 주관으로 '비블리오 배틀'이란 행사를 했어요. 발표자들이 좋아하는 책을 소개하고 청중이 투표를 통해 좋아하는 책을 뽑는 방식의 경연이죠. 도서관 운영에 지쳐 책에 대한 애정도 식어버렸다고 생각했는데, 이들이 열정적으로 책을 소개하는 걸 보면서 마음 속에서 다시 책을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책에 대한 잃어버렸던 사랑을 되찾으면서 자존심과 자긍심도 다시 회복하게 됐어요. 우리 도서관이 방황하는 사람들에게 좋은 책을 권하고 독서의 지침을 줘야겠다는 생각도 그를 계기로 다잡게 됐습니다." 

또한 그는 SF, 판타지물을 기피하는 부모들의 편견엔 "아이들에게 스스로 생각하고 깨달을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한다"고 말한다. 도서관 서가엔 그가 내놓은 추천 도서 목록과 가이드가 비치돼 있다.  

"'인터스텔라' 영화보다도 수준높고 인생에 대한 가르침을 주는 판타지물이 적지 않아요. 아이들과 함께 저희 도서관을 찾는 부모들은 '이런 것도 SF나 판타지물이었느냐'고 하면서 놀라곤 하죠."  

전 관장은 지난 6년간의 도서관 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공공도서관이 되살아날 수 있는 길은 '전문적 영역'과 '스토리' 확보에 있다고 단언한다.

"백화점식 나열과 관료화한 운영으로는 더이상 사람들의 관심을 끌 수 없습니다. 작은 도서관에 천편일률적으로 자기계발서들을 비치하는 건 어리석은 일이죠. 비블리오 배틀 일본 행사의 모토가 '사람을 통해 책을 만난다, 책을 통해 사람을 만난다'였습니다. 전적으로 공감합니다. 이런 취지의 행사들이 이곳저곳에서 여러 방식으로 더 많이 확산될 때 책읽는 문화 회복도 가능할 겁니다."  

전 관장은 세 차례 펴내고 중단된 SF 판타지 무크지 '미래경'을 다시 발간해 활성화하는 게 우선적인 목표다. 이를 통해 SF나 판타지 작가들이 꿈을 현실화할 수 있는 무대를 만들고 싶다는 포부다.  


안현아 기자  haan@kimcoop.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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