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2년의 강기훈 씨

대법원 2부(주심 이상훈 대법관)는 '유서대필 사건'의 당사자 강씨에 대한 재심 상고심에서 강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14일 확정했다.

이로써 강씨는 1991년 5월 사건이 발생한 지 24년 만에, 재심을 청구한지 7년 만에 무죄가 확정됐다.

민주화 운동이 한창이던 1991년 전국민족민주운동연합(전민련)의 사회부장이던 김기설씨는 유서를 쓰고 서강대 본관 옥상에서 분신한 뒤 투신해 숨졌다.

당시 검찰은 이 사건의 배후로 당시 전민련의 총무부장이었던 강씨를 지목하고, 국과수의 필적 분석 결과를 내세워 강씨를 구속 기소했다.

당시 법원 역시 ‘유서의 필적은 김씨가 아닌 강씨의 것'이라는 국과수 감정 결과를 근거로 강씨의 자살방조 혐의에 대해 유죄’라고 판단했다. 여기에 이적표현물 소지 등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까지 더해 징역 3년에 자격정지 1년6개월을 선고했으며, 이에 따라 강씨는 1994년8월17일 만기출소했다.

사건이 발생한지 16년만인 2007년11월,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는 이 사건에 대해 "강씨가 아닌 김씨가 유서를 직접 작성한 것으로 보인다"며 진실규명 결정을 내렸다.

법원 또한 재심을 결정했지만, 검찰의 재항고와 3년이 넘는 대법원의 장고 끝에 재심은 2012년10월이 되어서야 최종 결정됐다.

서울고법은 재심을 담당하고, 2013년12월 국과수의 유서 필체에 대한 새로운 감정을 토대로 지난 해 2월 김기설이 남긴 유서의 필적이 김기설 본인의 것이 아니라 강씨의 필적이라고 판단한 1991년 국과수의 감정결과는 신빙성이 없다고 판단하고 강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 故 김기설의 유서(좌)와 강기훈 진술서 필체 비교

김창석 대법관이 “검사의 상고를 기각한다”는 주문을 읽으면서 강씨는 24년 만에 완전히 누명을 벗게 됐다. 

간암을 앓고 있어 건강이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 강씨는 법정에 나오지 않았다. 강씨 대신 '강기훈의 쾌유와 명예회복을 위한 시민모임' 회원 등 20여 명의 시민들이 법정에서 강씨의 무죄 확정 판결을 반겼다. 

강씨의 변호를 맡은 송상교 변호사는 "강씨가 과연 '문제의 유서를 대필했느냐'는 간단한 사건을 두고 이렇게 오랜 시간 공방을 벌였다"며 "이 사건은 '유서대필 조작사건'으로 불려야 하고, 사건을 조작한 국가의 책임을 묻는 작업을 (강씨와) 상의한 뒤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