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재인 대표의 '당원들에게 드리는 글'

 

미발표 입장발표 초안에 따르면 문재인 대표는 “무책임한 사퇴가 전투 패배의 책임을 지는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라고 밝히며 당내 운영과 소통이 더 원활하게 이어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첫 째로 문대표는 “특정계파의 패권을 추구하지도 않을 것입니다”라고 밝히며, 더 폭넓은 인사탕평을 이루겠노라고 천명했다. 또한 이를 위해 공천제도를 혁신하고 개혁공천을 이뤄야만 총선승리를 담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두 번째로 문 대표는 “계파 나눠먹기식 공천은 결코 없습니다”고 밝히며 “개혁적인 공천은, 우리가 공천 제도를 혁신해서 투명한 기준과 절차로 할 때만 가능합니다”라고 말했다. 또한 이번 재보선 패배의 책임이 친노 패권주의로 몰아가는 상황에 대해서는 “새누리당이 우리를 상대로 종북몰이 하듯이 우리 내부에서 막연한 '친노 패권주의' 프레임으로 당을 분열시키고 악화시켜서는 안 됩니다”라고 강하게 말했다.

 

이어 문 대표는 “일각의 지도부 흔들기는 지금 도를 넘었습니다”라고 언급하며 “사심을 갖고 위기를 가중시켜선 안 됩니다”라고 경고했다. 그는 “패권주의를 성토하면서 패권주의를 보이는 행태야말로 역 패권주의입니다”라고 주장하며 혼란과 분열을 부추기는 상황을 멈출 것을 당부했다.

 

세 번째로, 문재인 대표는 “과거정치, 기득권정치 회귀는 공멸입니다”라고 말하며 “모두가 각자의 기득권을 내려놓는 게 새 정치입니다”임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문 대표는 “당 대표 자의로 공천권을 행사하는 일도 없을 것”이며 “마찬가지로 당내 누구라도 공천지분을 챙기기 위해 패권을 추구하는 사람이 있다면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력하게 말했다. 

 

마지막으로 문재인 대표는 “당의 단합을 다시 한 번 호소 드립니다“고 목소리 높이며, “기득권 정치로 회귀하면 공멸”이고 “과거정치로 퇴보해도 공멸”임을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새 정치, 개혁정치로 가기 위해 단결하는 것만이 우리가 함께 사는 길입니다”라고 명분 없는 분열 대신 단결하고 화합할 것을 주문했다.

 

 

◇…이후 당내 반응은?

 

문재인 대표의 이 글이 공식 발표되지는 않았으나 언론을 통해 전문이 공개되면서 당내 각 진영에서 반발의 목소리가 크다. 특히 소위 ‘비노 진영’은 현재 당 권력을 쥐고 있는 ‘친노 진영’의 선전포고라며 비판하고 있다.
 

비노·중도 성향 의원 모임인 ‘민집모(민주당 집권을 위한 모임)’는 이날 입장을 발표하고 “마치 민집모 의원들이 공천권을 요구한 것을 전제로 기득권 집단, 과거 집단으로 규정했다”고 말하며 “소통의 자리에서 제안한 의견을 지도부 흔들기라고 하고, 제안한 사람들을 기득권 저치라고 기다렸다는 듯이 규정하는 것은 패권주의의 민낯을 고스란히 보여준 것”이라며 불쾌감을 표현했다.

 

덧붙여 “견해가 다르다는 이유로 근거 없이 기득권집단 ,과거집단으로 규정하고 매도하는 것이 과연 민주주의자와 지도자의 올바른 태도인지 의심스럽다”며 “당 대표부터 조속히 변화와 혁신을 담고 기득권을 내려놓는 쇄신안을 내놓아야 한다”고 밝혔다.

 

비노 성향 원로들은 문 대표의 미발표 입장문에 대한 논의를 위해 이날 조찬 회동을 가졌으며, 이 자리에서 정대철 상임고문은 "내가 문재인 대표 같으면 물러나는 게 좋은 것 같다. 그 이유는 자기 자신을 위하는 것이기 때문"이라며 "정치는 결과에 책임을 지게 돼 있다. 책임정치를 위해 그만두는 것이 당과 자기 자신에게도 이롭다고 생각한다"고 말하며 문 대표의 사퇴를 요구했다. 

 

또한 권노갑 상임고문은 "우리가 요구하는 것은 절대 그런 지분 문제는 아니다“라고 문 대표의 인식이 오해임을 주장하며 "(문 대표의)상황 인식이 다르다. 절대 우리는 지분 문제를 이야기한 일이 없다. 오늘 중 문 대표에게 전화해 일단 내용을 확인하고 발표하겠다"고 의견을 밝혔다.

 

김한길 전 대표는 아직 따로 입장을 내지는 않았지만, 김 전 대표의 측근에서는 "지금 김 전 대표는 공천은 염두에도 없다"며 "“지금 공천에 대해 이야기하는 이유가 뭐냐"고 반박했다. 김 전 대표 측은 이날 문 대표가 준비했다는 메시지의 내용과 관련해서도 "이것은 '반성과 성찰'의 단계를 넘어선 것 같다"며 "그냥 자신의 길을 가겠다는 것 아니냐"고 우회 비판했다.  

 

박지원 의원은 "문재인 대표의 발송되지도 않은 메시지에 대해 코멘트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말하며, "차기 총선 공천 혹은 지분 운운은 사실도 아니고 있을 수도 없는 일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거론되지 않기를 바란다“는 뜻을 밝혔다.

 

한편 이날 오전 새정치민주연합 당대표 회의실에서 열린 확대간부회의에서 전병헌 최고위원은 "우리끼리의 갈등과 분열은 국민들에게는 자기들의 싸움만으로 비춰질 것이라는 것을 모두가 알아야 한다"며, "화합과 단결 유능한 정당을 통해서 정권교체를 꼭 이루라 라는 것이 당원의 바람이고 호남의 민심이고 국민의 기대"라고 강조하고, "쇄신과 혁신, 화합과 단결"이 현재 야당에게 주어진 숙제임을 호소했다.

 

새정치연합 소속 국회부의장인 이석현 의원이 "우리당 지도부 문서 파동이 보도됐다“면서 "정치는 신의가 생명인데 비공개회의에서 논의하고 폐기하기로 했으면 노출 안 되어야 하는데 이게 지도부의 문제다"라고 유출되지 않았어야 했던 발표문이 유출된 것에 대해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용득 최고위원은 "4·29 재보선이 참패로 끝났는데 왜 그런 결과가 나왔는지 내부적으로 머리를 맞대고 논의할 기회조차 없었다"면서 "친노 패권주의를 없애라는데 동의하지만 구체적 내용이 뭔가. 알듯 모를 듯한 얘기만 나온다. 공멸이 아니냐"며 현재의 갈등 상황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을 것을 주문했다.

 

한편 4·29 재보궐 선거 이후 새정치민주연합당 내부 갈등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비노계의 ‘패권주의 청산’요구는 사실상 현 지도부를 흔들려는 구실에 불과하고, 실제로 바라는 것은 공천이라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