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협 = 조희선 기자] 정부가 노조 동의가 없어도 임금피크제를 도입할 수 있도록 취업 규칙을 변경하겠다는 방침 속에 이를 실현하기 위한 세부적인 지침을 이르면 오는 6월 초까지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노사 협의 거부' '노조 권한 남용' 등 노조 동의 없이도 취업규칙변경 추진이 가능한 구체적인 사례를 지침에 포함시켜 공청회 등을 거쳐 6월 말까지 확정하겠다는 계획이다. 

노동계의 반대 표명에도 정부는 판례 등을 근거로 임금피크제 추진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노조 동의 없이도 임금피크제를 추진할 수 있게 세부 지침 초안을 사실상 완성하고 이에 대한 검증 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28일 알려졌다. 취업규칙은 채용·인사·해고 등과 관련된 사규로, 임금피크제 도입을 위한 취업 규칙 변경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근로자에게 불리하기 때문에 현행법상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고용부 관계자는 "사 측이 임금피크제 도입 과정에서 취업 규칙을 변경하기 위해 노사 협의 등 상당한 노력을 했는데도 노조가 논의를 거부하는 등 권한을 남용할 경우 '노조 동의 없이 사 측이 변경한 임금피크제 취업 규칙'은 합리성이 인정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법의 입법 취지와 대법원 판례를 분석한 결과 노조가 취업 규칙 변경에 관한 동의 권한을 남용할 경우에는 노조 동의 없이 사 측이 변경한 취업 규칙의 효력이 발생하는 것으로 판단해 이를 추진하기 위한 구체적인 사례별로 지침을 만들고 있고 의견 수렴을 거쳐 6월 내에 발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국노동연구원이 이날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CCMM빌딩에서 '임금체계 개편과 취업규칙 변경'을 주제로 개최한 공청회도 취업규칙 지침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발표하고 의견을 수렴하고자 하는 노력의 일환이다.

지난 4월 노동시장구조개선을 위한 노사정위원회 대타협이 무산된 이후 정부는 독자적인 임금피크제 도입을 적극 추진하는 모양새다. 
지난 7일에는 '2016년부터 316개 모든 공공기관의 임금피크제 의무도입'을 발표했고, 13일에는 임금피크제 도입 기업 재정지원안도 내놨다.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기업이 청년을 고용하면 1인당 최대 월 90만 원을 지원한다.

노동계는 대규모 희망퇴직 등으로 현행 58세 정년을 누리는 근로자가 거의 없는 상황에서 임금피크제는 근로자들에게만 고통이 전가된다며 반대하고 있다.

한편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거센 반발 기류가 형성됐다.

누리꾼 'cwsi****'는 "노인 연령 올리는 꼼수로 연금 줄이려 해. 담뱃값 뜯어, 연말정산 세액공제로 뜯어. 이제는 월급도 줄이려 하네"라는 글을 올렸으며, 'soos****'는 "대놓고 재벌 편만 드는 친재벌 정권"이라고 주장했다.

누리꾼 'sung****'는 "기업이 다 죽어가는 것도 아니고 빈부격차만 점점 더 커지고 있는 마당에 임금 깎아서 대기업에 더 많은 이윤을 남겨 주겠다? 대선 때 버릇처럼 말하던 서민을 위하는 마음이 조금이라도 있었다면 임금피크제보다 최저임금 개선이 먼저 거론됐어야지"라고 적었다.

임금피크제가 도입되면 청년 일자리가 늘어난다는 논리도 못 믿겠다는 반응들이 대부분이었다.

누리꾼 'kkag****'는 "임금피크제 한다고 기업에서 정규직 뽑을 거라고 생각하나? 촉탁직, 알바(아르바이트), 비정규직으로 대체하겠지"라고 썼다.

또 누리꾼 'acce****'는 "과연 임금피크제로 인해 남는 돈 청년 일자리 창출에 얼마나 쓸까? 생색내기식으로 몇 명 저렴한 임금으로 뽑아놓고 사내보유금으로 다 짱박겠지(숨겨두겠지)…"라는 내용의 댓글을 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