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협 = 정유경 기자]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에 감염된 환자가 확인된지 약 15여일만에 메르스 의심환자가 2명 사망했고,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은 환자의 수는 35명에 육박했으며, 메르스 감염의심자로 격리된 사람이 1600명을 넘어서 국가적 위기 상황 국면으로 전환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메르스 발병 2주만인 지난 3일 ‘메르스 대응 민관합동 긴급점검 회의’를 주재했으나, 이미 많은 의심환자와 격리대상자가 불번지듯이 늘어가는 상황 속에서 대응이 늦어졌다는 비난을 피하기가 어렵게 됐다.

또한 메르스에 대한 이번 초기 대처는 2003년 사스에 대한 참여정부의 초기대응방법과 대비되어 다시금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 2002년 겨울 중국에서 최초로 발생한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Severe Acute Respiratory Syndrome)은 전 세계적으로 8,096명의 감염자가 발생하고 774명이 사망하였으나, 당시 대한민국에는 오직 4명의 감염자에 그쳤으며 사망자는 없었다.

이는 정부의 재빠른 방역대책으로 인해 성공적인 초기 방역이 이뤄졌기 때문이며, 당시 한국은 세계보건기구(WHO:World Health Organization)로부터 ‘사스 예방 모범국’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었다.

2003년 참여정부는 사스가 중국 광둥성을 중심으로 번지기 시작하자, 국내에 사스 의심 환자가 판정을 받기도 전에 이미 전국에 방역 강화지침을 내리고 총리실 산하에 종합 상황실을 설치했다.

고건 당시 총리는 직접 ‘컨트롤 타워’ 역할을 맡고 국방부, 행정자치부 등 관련 부처에도 지원을 요청하여 군의관과 군 간호인력까지 현장에 투입해 사스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었다.

반면에 박근혜 정부는 메르스 확진 환자가 나온 뒤 보건복지부 산하에 질병관리본부장 지휘 아래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를 두었으며, 메르스 발생 2주가 되어서야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이 대책본부의 사령탑을 맡게 하였다.

메르스의 공포가 급속도로 퍼지고 있는 상황에서도 정부가 잇따라 잘못된 판단을 내리고 뒤늦은 대응으로 메르스로 비롯된 사망자와 감염자와 더불어 국민의 불안감만 엄청나게 늘어난 결과를 낳게 됐다.

지난해 세월호 사건이 일어났을 때도 박근혜 대통령은 신속하게 대응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은 바 있고, 이번 메르스 사건이 일어난 후에도 국민들은 마치 그 때의 모습이 되풀이 되는 듯한 데자뷰 현상을 겪고 있다.

과연 앞으로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어떤 방법으로 이 상황을 타계해 나갈지 박근혜 정부와 보건당국의 대처에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