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협 = 조희선 기자]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의원이 23일 국회 대정부질문 데뷔 무대에서 메르스 관련 정부 대응을 집중적으로 지적했다.

안 의원은 지난해 4월 야당 대표로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며 처음으로 본회의 연단에 섰지만, 대정부질문에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두 번째 질의자로 나선 안 의원은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대응과 관련한 정부 대응을 질타하며 황교안 국무총리와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을 코너로 몰아붙였다.

의사출신 전문가로서 문제점을 오목조목 지적하면서 분위기를 압도했다. 안 의원은 장관의 자진사퇴까지 거론하면서 공세를 펼쳤다. 이날 대정부질문을 통해 안 의원은 '카리스마 부족'이라는 세간의 평가를 단숨에 날려버렸다.

새정치연합은 안 의원을 첫번째로 질의자로 배치, 공격의 포문을 여는 전략을 세웠다.

안 의원은 2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대정부질문에서 메르스 사태와 관련한 정부의 허술한 대응을 하나하나 짚으면서 책임을 집중 추궁했다. 첫 발언부터 수위를 높였다. 황교안 국무총리에 "국민들이 정부 대응에 대해 '참 한가하고 한심하다'고 느끼고 있다"고 비판했다.

초기대응을 강도높게 비판하며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에겐 자진사퇴를 촉구했다.

안 의원은 이날 국회의 사회문화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문 장관을 상대로 "초기에 진화할 수 있었던 큰 기회를 4번이나 연속해서 놓쳤다"며 이 같이 요구했다.

안 의원은 정부가 감염병 관리 기본원칙을 지키지 않았고 메르스 발생 1년 전 병원감염 경고를 무시하고 국가방역관리망이 뚫린 후에도 총력대응에 나서지 않았으며 평택성모병원의 실수를 되풀이한 삼성서울병원에 대해서도 허술한 관리를 했다고 지적했다.

안 의원은 "정부가 첫 번째 확진자가 발생한 평택성모병원의 실수를 삼성서울병원의 경우에서도 그대로 반복했다"며 "보건당국의 명백한 직무유기다. 한번 평택에서 그런 일을 반복했으면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말았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환자관리 컨트롤 타워 구성, 국가안보 차원의 국가방역시스템 업그레이드를 요구했다. 광주유니버시아드대회를 무사히 치르기 위해 정부·민간 공동대책기구 구성도 제안했다.

그는 특히 "한 아이의 아버지로서 메르스 사태에 과연 국가가 있었는지 묻고 싶다"며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서도 "국민들이 사령관을 애타게 찾을 때 안보였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는 세월호 참사로 아무 것도 배우지 못했다"고 질타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문 장관에게 "자진 사퇴할 생각이 없냐"며 돌직구를 던졌다.

이에 대해 문 장관은 "어떤 경우에서든 어떤 이유로도 책임을 회피할 생각이 없다"면서도 "지금 해야 될 일은 이 메르스 사태를 최선을 다해 종식시키고 조속히 마무리 짓는 일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제 임무"라고 선을 그었다.

황 총리에게는 '감염병 위기관리 표준매뉴얼'의 기본원칙을 언급하며 "'가급적 재난이 발생하면 심각단계로 대응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이후 상황에 따라 경계, 주의 등으로 적절히 경보수준을 탄력적으로 조절한다'고 돼 있는데 왜 이런 원칙이 지켜지지 않았느냐"고 지적했다.

이어 "국가방역 관리망이 무너졌는데 경보단계를 '주의'에서 '경계'로 상향조치해야 한다는 국민의 요구도 무시하는 등 융통성도 발휘하지 않았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안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서도 "국민이 전쟁상황에서 애타게 사령관을 찾을 때 국가원수이면서 행정부 수반이 어디에서도 보이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국가는 재해를 예방하고 그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는 헌법조항을 인용, "제대로 된 나라는 국민 한 명의 생명을 위해 모든 것을 하는 나라"라고 강조했다.

안 의원의 대정부질문이 끝나자 야당 의원들 사이에서는 "잘했다. 수고했다"며 박수를 치는 모습이 연출됐다. 안 의원은 의원들과 악수를 하면서 본회의장을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