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협 = 조희선 기자] 1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회 교육문화관광위원회의 교육부 국정감사에서는 피감기관 업무보고를 받기도 전에 한국사 교과서의 국정화 전환과 관련된 야당 의원들의 의사진행발언이 1시간 이상 이어지며 시작부터 파행을 빚었다.

본 질의에서도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와 관련된 야당 의원들의 공세가 이어지는 등 이날 교문위 국감은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국감’이라는 말이 어색하지 않을 정도였다.

국감은 이날 오전 10시 시작됐으나 개회 선언 및 황우여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의 증인선서 이후 업무보고가 진행되지 않은 채 1시간 이상 야당 의원들이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와 관련한 장관의 입장을 분명히 밝힐 것을 요구하면서 지체됐다.

새정치민주연합 유기홍 의원은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와 관련해 각계의 반대가 이어지는 등 국감의 가장 커다란 관심 사안인데, 장관은 이에 대해 한 번도 말한 적이 없다”면서 “장관의 확실한 입장을 들어야 오늘 국감이 정상적으로 진행될 수 있다”며 황 부총리를 압박했다. 같은 당 박홍근 의원 역시 “교육부의 업무보고에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와 관련한 경과, 조치, 계획 등이 빠져 있다”며 “자료를 제출하기 전에 국감을 진행할 수 없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야당 의원들의 ‘릴레이’ 의사진행발언이 이어지자 여당 의원들도 맞섰다. 새누리당 한선교 의원이 선봉에 섰다. 한 의원은 “국감 첫날부터 이런 식으로 하자면 어떻게 하자는 거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급기야 “정회하자”, “반말하지 마라” 등 곳곳에서 고성이 오가는 등 여야 의원 간의 험악한 분위기가 연출되기도 했다.

결국 박 위원장이 국감 시작 1시간5분 만인 오전 11시5분쯤 정회를 선언했고, 한 시간여 뒤인 12시15분쯤 속개돼 황 부총리의 업무보고가 진행됐다.

속개 후에도 야당 의원들은 이구동성으로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에 대한 입장을 밝히라는 등 황 부총리를 강하게 몰아세웠다. 황 부총리는 “국정인지 검인정인지에 대해서는 다시 고시절차를 밟게 되며 그 전에 미뤄 짐작해 말씀드리기 어렵다”며 즉답을 피했다. 황 부총리는 그러나 “하나의 교과서를 가르쳐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반복하며 국정화 필요성은 재차 강조했다. 황 부총리는 박근혜 대통령으로부터 구체적으로 교과서 국정화 지시를 받지 않았느냐는 질의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부인했다.

오후 국감에서도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와 관련된 야당 의원들의 질의와 추궁이 이어졌다. 새정치연합 유기홍 의원은 “대한민국의 역사학자들이 국정화를 반대하며 이렇게 한목소리를 내는 것은 4·19 이후 처음일 것”이라며 “전국 사회과 교사 1000여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도 77.7%가 국정화에 반대하고 있다”고 반대론을 펼쳤다.

한편 청와대 관계자는 11일 기자들과 만나 "박근혜 대통령이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에 대해 직접 언급한 것은 없다"며 "언론에 보도되고 있는 박 대통령의 지시라는 건 한국사 교육의 미비한 점을 개선하라는 일반론적 얘기"라고 설명했다.

앞서 도종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9일 '대통령 지시사항(역사교과서 관련 제도 개선) 실적 제출'이라는 제목의 교육부 공문(2015년 6월2일)을 공개하면서, 박 대통령의 지시는 지난해 2월13일로 적혀 있다며 "올해 상반기에도 청와대의 압력이 심했고, 역사교과서 국정화가 대통령 지시로 움직인다는 정황"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황우여 부총리는 1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교과과정이 결정되고 나서 국정으로 할 것인지 검정으로 할 것인지 결정하게 된다"며 "과정은 이야기할 수 있지만 결과를 미리 말씀드리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황 부총리는 "국정을 배제하지 않는다고까지는 말할 수 있다"며 "역사는 사실과 평가가 뒤따르는데 사실에 대해서는 일치된 기준이 있어야 한다는 것은 일관된 소신"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