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지순례 참사' 책임놓고 이란과 사우디 신경전

조희선 기자l승인2015.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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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협 = 조희선 기자] 2천명에 가까운 사상자가 난 이슬람 성지 메카 참사의 책임소재를 놓고 중동의 '숙적'인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 사이에 긴장이 고조하고 있다.

이란은 이슬람의 성스러운 최대 종교행사인 성지순례를 관리할 능력이 없다며 사우디에 맹공을 퍼부었고, 사우디는 이란 성지순례객의 무리한 행동을 참사의 원인으로 지목하면서 반격을 시작했다.

중동 현안에 대해 사사건건 부딪히는 수니파 종주국 사우디와 시아파 맹주 이란이 이번 사고를 둘러싸고도 예외 없이 정면으로 충돌하고 있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뉴욕에서 열린 유엔총회 연설에서 성지순례에서 벌어진 대규모 압사사고를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로하니 대통령은 "이번 비극은 사우디 정부가 경험 있는 병력을 예멘 반군과 전투에 투입한 결과"라며 7개월째 접어든 사우디의 예멘 내전 개입과도 엮었다.

알리 샴카니 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SNSC) 사무총장도 이날 사우디 당국이 이란의 사고 수습팀에 협력하지 않았다고 비난하면서 "이란 국민 사망자가 매우 많기 때문에 사우디 정부에 대해 법적·정치적인 차원의 조처를 하겠다"고 압박했다. 27일 오전 현재 이란인 사망자는 136명으로 가장 많다.

이란 언론은 이번 참사의 사망자 수가 사우디 정부의 공식 발표의 3배에 가까운 2천명이 넘는다면서 사상자 규모 축소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사우디 정부는 성지순례의 총괄적 안전 책임을 지는 탓에 24일 압사사고 이후 수세에 몰렸지만, 이란이 이번 사고를 유엔 총회에서까지 거론하자 침묵을 깨고 이란에 화살을 돌렸다.

아델 알주바이르 사우디 외무장관은 26일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을 만나 "이번 사고는 정치적으로 이용해선 안 되는 상황"이라며 "이란 지도자들이 더 세심하고 사려 깊게 사우디 당국의 조사를 기다려야 한다"고 비판했다.

사우디 왕실이 소유한 범중동권 아랍어 일간지 알샤르크 알아우사트는 27일 익명의 이란 관리를 인용, "이란 성지순례객 300명이 대기신호를 무시하고 군중의 흐름과 반대 방향으로 행진했다"고 보도했다.

이어 "이들은 수시간 뒤에 출발하도록 예정됐었다"며 "이들 이란 성지순례 일행이 지침을 어기고 예정된 방향을 거슬러 가다 멈추자 채 20m도 되지 않는 도로에서 다른 순례객과 엉키면서 참사가 일어났다"고 전했다.

사우디 당국은 현장에 설치된 CC(폐쇄회로)TV 화면으로 이란 성지순례객들이 지침을 어기고 무리하게 반대 방향으로 행진했는지 조사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모하마드 빈나와프 주영 사우디 대사는 보도자료를 통해 "왕실 인사(모하마드 제2왕위계승자)를 위한 과잉의전 탓에 사고가 났다는 보도는 완전히 거짓"이라며 "이런 헛소문은 이란 국영방송 프레스TV와 레바논 신문 아디야르가 퍼뜨리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아디야르는 이달 초 사우디 정부가 시리아 난민을 위해 독일에 이슬람 사원(모스크) 200곳을 짓는데 돈을 내겠다는 오보를 낸 반(反)사우디 성향의 신문이다.

사우디가 주축이 된 무슬림세계연맹(MWL)의 압둘라 알투르키 사무총장도 "이란 측은 사우디를 깎아내리려고 무책임하게 참사를 언급하고 있다"며 "이란은 두 성지(메카·메디나)를 지키는 사우디를 신뢰하는 무슬림을 헐뜯으려고 한다"고 이란을 겨냥했다.


조희선 기자  hscho@kimcoop.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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