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용표 “증거자료 아닌 의혹 관련 자료”라고 말 바꿔 - 홍용표 발언 논란 이어 홍용표 말 바꾸기로 또 논란이 일었다. 홍용표 통일부장관이 ‘개성공단 외화가 북한 노동당 지도부에 상납된 관련 자료 있다’고 했던 말을 하루만에 말을 뒤집었다. 홍용표 장관은 또한 기자회견과 ‘일요진단’에서 “정보 자료로 공개 힘들다”고 주장한 발언 또한 뒤집었다.

홍용표 장관은 15일 서울 여의도 소재 국회 외통상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 자신이 언론을 통해 주장했던 ‘개성공단 외화가 노동당 지도부에 상납됐고, 관련 자료가 있다’는 발언에 대해 “자료가 있다고 발언한 것은 와전된 부분”이라면서 “증거자료가 있다는 것이 아니라 이같은 우려가 있다는 것을 설명하기 위한 취지”라고 해명했다.

▲ 홍용표 통일부장관이 15일 국회에서 개성공단 폐쇄 관련 긴급 현안보고를 위해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 기존의 ‘개성공단 외화가 노동당으로 유입됐다. 자료가 있다’는 주장을 뒤집어 커다란 논란을 야기했다. 본 이미지는 홍용표 장관의 발언을 보도한 'KBS뉴스9' 14일자 화면을 갈무리 했다.

이날 외통위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전체회의가 시작되자마자 “개성공단 자금의 핵·미사일 개발 전용에 대한 증거를 내놓으라”며 홍용표 장관이 기자회견와 언론에서 주장한 발언을 문제 삼고 “정보사항이라 공개할 수 없다면 회의를 비공개로 전환하자”며 홍용표 장관을 두들기기 시작했다.

홍용표 장관은 또한 “(개성공단 폐쇄 관련) 이에 대한 해명이 빨리 나오지 않다 보니 주장에 대한 증거자료가 있는 것으로 해석됐다”면서 “의혹에 대한 우려가 존재하고, 이와 관련한 ‘자료’가 있음을 의미한 것”이라고 말했다.

홍용표 장관은 그러면서 “증거 자료가 아니라 그런 의혹 관련 자료를 염두에 두고 지난 14일 정부가 발표한 ‘개성공단에서 나오는 현금의 70%가 북한 노동당 39호실과 서기실로 들어간다’라고 말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홍용표 장관은 이에 그치지 않고 “근거 자료를 공개하기 힘들다고 이야기한 적도 없다”며 “관련 발언의 진위가 잘못 알려진 것으로 설명이 충분치 못해 오해가 나온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홍용표 장관의 이같은 발언은 그러나 지난 12일에 있었던 기자회견에서 주장한 내용과, 14일 KBS 시사프로그램 ‘일요진단’에서 했던 발언과는 정면으로 배치되는 내용이다.

홍용표 장관은 지난 12일 정부 서울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개성공단에서 나온 자금이 북한 핵과 장거리 미사일 개발에 사용됐다’는 의혹과 관련해서 “(기자회견을 연 장소와 시간상) 이 자리에서 모든 것을 다 말씀드리기는 어렵지만 여러 관련 자료가 있다”고 거침없이 주장했다.

홍용표 장관은 ‘자료를 공개할 수 있느냐’는 물음에도 “공개할 수 있는 자료였다면 벌써 공개했을 것”이라면서 “필요한 범위 내에서 나중에 검토, 조치하겠다”고 답해 마치 존재한다고 주장한 자료가 대단한 기밀성이라도 갖고 있는 듯이 답변했다.

홍용표 장관은 지난 14일 ‘KBS 일요진단’에서도 “북한 당국의 외화는 (노동)당 39호실과 서기실에 보관되고 있다”며 “그 돈은 핵과 미사일 개발, 치적사업, 사치품 구입 등에 사용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고 같은 주장을 더욱 세세하게 재차 반복했다.

진행자가 홍용표 장관에게 ‘관련 자료를 국민에게 공개할 수 있겠는가’라고 묻자 “정보자료에 해당하는 것으로 이를 국민에게 공개하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라고 대답했다.

홍용표 장관의 이같은 발언은 15일 국회 외통위 전체회의에서 발언한 내용과 완전히 배치된다. 때문에 홍용표 장관이 국회 출석 이같은 ‘말바꾸기’ ‘말뒤집기’식 해명만 내놓자, 외통위 소속 야당 의원들은 재차 일제히 ‘분기탱천’했다.

야당측은 즉각 홍용표 장관의 발언을 문제 삼고 “개성공단 외화가 북한의 핵 개발 등에 사용되고 있는 사실을 오래 전부터 알고 있으면서도 이를 묵인한 건 우리 정부 스스로 유엔의 대북제재 결의안을 위반한 게 아니냐”는 논란이 제기했다.

특히,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들은 일제히 들고 일어나 “홍용표 장관이 개성공단 운영 중단의 사유로 북한 근로자 임금의 핵무기 개발 유입을 들고 관련 자료도 있는 것처럼 말했다가 발뺌을 하고 있다”고 홍용표 장관을 향해 맹공을 퍼부었다.

홍용표 장관은 이에 “확증이 있다고 한 적이 없다”고 부인하면서도 “혼선을 초래한 데 대해서는 국민과 외통위원들에게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더불어민주당 정세균 의원은 “홍용표 장관의 발언이 사실이라면 한국 정부가 안보리 결의안을 위반한 것이라는 점을 자백한 것”이라며 “이에 대한 조치나 대책이 있어야 하고, 사실이 아니라면 장관이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해 사실상 장관 퇴진을 압박했다.

정세균 의원은 이어 “지난 12일 기자들과 질의응답에서 (자금의 핵개발 유입 사실이) 정보 사항이라서 얘기할 수 없다고 말한 것은 증거가 있지만 내놓을 수 없다는 얘기 아니냐”고 따지면서 “증거가 있다면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이 되니까 왔다갔다하고 있다”고 정문일침을 가했다.

같은당 원혜영 의원도 “개성공단 자금이 북한 돈줄이라는 사실을 통일부와 정부가 사전에 알고도 계속 공단을 운영했다면 이는 심각한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이라면서 “만약 공개회의에서 밝히기 어렵다면 비공개로 전환해 보고하라”고 촉구했다.

홍용표 장관은 이에 대해선 “결코 번복이 아니다. 확증이 있다면 안보리 결의 위반이 될 수 있겠지만 확증은 없는 상태에서 우려만 있었다”면서 “저는 확증이 있다고 한 적이 없다”고 해명했지만, 이같은 발언은 이미 지난 발언과 완전히 배치되는 내용이다.

홍용표 장관은 이에 덧붙여 “여러 경로를 통해서 (알아)보니까 개성공단 자금의 70% 정도가 당 서기실, 39호실로 들어간다고 파악됐다고 생각하고 방송에서 이를 말한 것”이라며 “그에 앞서 12일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서는 이를 얘기해도 될지 판단이 서지 않았다가 국민께 알려 드리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고 해명했다.

새누리당 정병국 의원이 홍용표 장관에게 “그렇다면 70%가 (노동당 지도부에) 들어간 것은 자료가 있어도, 그 이후는 없다는 것이냐”고 묻자 홍용표 장관은 “그렇다”고 대답했다.

홍용표 장관의 이같은 발언은 개성공단 운영 자금의 70%가 북한 노동당 지도부로 유입되는 것까지 파악됐지만, 유입 후 핵실험이나 미사일 개발 등에 투입됐는지 여부는 단지 추측으로만 할 수 있고, 확신할 수 있는 자료는 없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같은당 나경원 외통위원장은 “홍용표 장관의 발언이 불필요한 논쟁, 그리고 소모적인 오해를 불러 일으켰다”며 “오해가 더 이상 확산되지 않기를 바라면서, 개성공단을 전면 중단할 수밖에 없었던 부득이하고 불가피한 사유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를 확산하기 위해 노력해 달라”고 주문했다.

박귀성 기자  skanskdl01@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