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버이날 카네이션 달아드려야 한다. 어버이날 카네이션 다는 이유가 뭘까? 어버이날 카네이션 외에 다른 꽃 달기 가능할까? 어버이날 카네이션 반드시 달아야할 한다는 법이나 원칙 등 명문화된 것은 전 세계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어버이날 카네이션을 다는 이유 또한 명확한 정답도 없다.

어버이날 카네이션 달기와 함께 부모님께 불러드리는 노래도 있다. 흔히 어버이날 카네이션을 부모 가슴에 달아드리면서 많이 부르는 ‘어머님 은혜’가 그 노래다. “높고 높은 하늘이라 말들 하지만, 나는 나는 높은 게 또 하나 있지, 낳으시고 기르시는 어머님 은혜, 푸른 하늘 그보다도 높은 것 같애~”라는 곡과 “낳실제 괴로움 다 잊으시고, 기를제 밤낮으로 애쓰는 마음, 진 자리 마른자리 갈아 뉘시며 손발이 다 닳도록 고생하시네, 하늘 아래 그 무엇이 넓다 하리오 어머님의 희생은 가이 없어라~”라는 ‘어머님 마음’이란 곡이다.

▲ 어버이날 카네이션 달아드리려고 정성껏 말들어 준비한 5세 어린이 작품으로 작품명 또한 '어버이날 카네이션'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선 어버이 은혜에 대한 노래가 없었을까? 정답은 ‘있었다’이다. 서울 강남구 소재 휘문고등학교 최모군(남 2학년)은 한달전부터 방과 후 국악 관련 학원에서 개인지도를 받고 있다. 최군은 “어버이날 카네이션을 달아드리며 이곡을 꼭 불러드려야겠다고 생각해 연습하게 됐다”면서 어버이날 ‘회심곡’을 준비했다.

최군은 본지 기자와 대화 도중에 “억조창생 만민 시주님네, 이내 말씀 들어보소, 이 세상에 사람밖에 또 있나요, 이 세상에 태어나신 사람 사람마다 홀로 절로 낳노라고 거들대며 우쭐대고 불법말씀 들어보면 사람마다 홀로절로 아니 낳습니다”라고 뽑기 시작한다.

최군은 이어 “제일에 석가여래 공덕받고 어머님전 살을 빌고 아버님전 뼈를 받고 일곱 칠성님 전에 명을 받고, 제석(帝釋)님 전에 복을 빌어 석달만에 피를 모으고 여섯 달 만에 육신이 생겨 열달 만삭(滿朔)을 고히 채워 이내 육신이 탄생을 하니 그 부모가 우릴 길러낼 제, 어떤 공덕 들였을까 진자리는 인자하신 어머님이 누우시고 마른자리는 아기를 뉘며, 음식이라도 맛을 보고, 쓰디 쓴 것은 어머님이 잡수시고, 달디단 것은 아기를 먹여...”까지 읇조리곤 숨을 헐떡였다.

어버이날 카네이션 반드시 달아드려야 하느냐는 질문을 던졌다. 장소는 강남역 4거리 1번출구와 6번출구 9번 출구 일대에 지나가는 10대 20대 30대 비교적 젊은 층들이었다. 대다수가 어버이날 카네이션은 공식인 듯 대답했지만, 간간이 “부모님이 좋아하시는 꽃이 있는데 그걸 드리려고 한다”, “몇년전 무궁화 관련 단체가 주최하는 행사에 갔었는데, 그때부터 부모님께 무궁화를 달아드리고 있다”, “부모님께 카네이션 달아드리는 게 원칙 같지만 여쭤보겠다”라는 대답도 등장했다.

심지어 응답자 가운데 방모씨(남 회사원 37세)는 “4월이 잔인한 달이라고 하는데 우리 세대엔 5월이 훨씬 더 잔인한 것 같다”면서 “5월 한달 가정의 달이라고 해서 어린이날부터 줄줄이 행사다 연휴다, 부모님 챙기랴, 스승님들 챙기랴... 쥐꼬리만한 월급과 쉴 새 없이 바쁘게 돌아가는 일과 속에서 이것들을 하나하나 챙긴다는 게 너무 잔인한 현실 같다”고 토로했다.

어버이날 카네이션 다는 유래는, 미국에서 시작됐다는 설이 유력하다. 미국 웨이브스터라는 마을에 존경받는 한 할머니가 세상을 떠나면서 그녀를 추모하기 위해 카네이션을 놓으면서 시작됐다. 그 후 이런 매년 정례적으로 추모행사가 거행됐고 이때마다 카네이션을 헌화했다.

어버이날 카네이션 풍습이 사회적으로 처음 제도화 된 건 1908년 시애틀에서 ‘어머니날’을 제정하면서부터다. 이는 훗날 생존 어머니에게는 붉은 카네이션을 달아드렸고, 돌아가신 어머니에겐 하얀 카네이션을 헌화하는 행사로 발전했다. 그 후 미국 의회에서 5월 둘째 일요일을 정식 어머니날로 채택했다.

어버이날 카네이션은 반드시 달아야할까? YTN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어버이날 카네이션보다 부모님과 외식을 같이 하겠다는 응답자가 더 많았다. 현재 자식 세대의 의식이 조금 전환된 것으로 보인다.

어버이날 카네이션 특수를 누렸던 화훼공판장은 울상이다. 올해 어버이날 카네이션 출하량이  5년 만에 33%나 급감한 것이다. 어버이날 카네이션 달기는 우리사회 전반에 퍼진 토착풍습화 됐음에도 오히려 어버이날 카네이션 매출이 급감했다는 사실 역시 세대 의식의 전환을 다시  한 번 증명해주는 셈이다.

어버이날만 카네이션을 다는 것은 아니다. 어버이날과 함께 스승의날에도 카네이션을 달아드린다. 전국 최대 꽃시장으로 알려진 양재동 화훼공판장에서 꽃 도소매를 하고 있는 김모씨(남 53세)는 “1년 가운데 어버이날 카네이션 매출과 스승의날 카네이션 매출 이렇게 두 번은 특수를 누렸는데 올해는 예년에 비해 사전 주문이 그다지 많았다”면서 “부모님을 모시는 젊은 세대들이 어버이날 카네이션 대신 다른 문화쪽으로 모신다는 의식의 전환이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불황으로 꽃 소비가 전반적으로 감소하고 있는데다, 어버이날 카네이션 대신 음식대접이나 관광 내지 건강식품 또는 상품권 선물 등 생활에서 즐길 수 있고 누릴 수 있는 실용적인 선물을 드리는 문화가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농림축산식품부에 통계자료는 지난 2005년 2만870원에 이른 1인당 연간 화훼 소비액이 2010년엔 1만6천98원으로 감소했고, 2014년엔 1만3천867원으로 10여 년 새 34%나 줄어들었다.

어버이날 카네이션 다는 풍습은 사회적으로 변하고는 있다. 하지만, 카네이션은 ‘모정 사랑, 부인의 애정’이라는 꽃말을 같고 있다. 이 외에도 카네이션 색에 따른 꽃말도 다양하다. 붉은색은 슬픈 마음, 백색은 순애를 의미하고, 황색은 경멸이라는 꽃말을 가지고 있다. 어버이날 카네이션이 노란색이어서는 안되는 이유다.

어버이날 카네이션은 또한 종교적 해석도 있다. “‘성모마리아가 흘린 눈물의 흔적에서 핀 꽃’이라는 설”이 있어 훗날 ‘모성애의 상징’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는데, 이는 예수가 십자가에 못 박혀 죽으면서 마리아가 흘린 눈물이라는데서 유래했다고 전해진다.

박귀성 기자  skanskdl01@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