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 이정현 녹취록 파문이 점입가경이다. 심지어 이정현 의원의 녹취록 내용을 이원종 대통령 비서실장은 “임무에 충실했다고 본다”고 말해, 언론의 질타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TV의 뉴스1번지에 출연한 패널들은 “대통령 비서실장이 ‘이정현 전 홍보수석이 임무에 충실했다’고 말한 것은, 결국 언론을 통제하고 있다는 것을 시인한 것으로 보일 수 있다”면서 “이런 내용이 바로 우리나라가 언론 통제국가라는 오명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고 평가했다.

국회 야당 의원들이 1일 이정현 새누리당 의원이 청와대 홍보수석 재직당시 KBS 보도국장에게 전화를 걸어 ‘세월호 보도통제’라고 표현한 것과 관련 이원종 비서실장은 “지금 우리나라 언론이 통제가 가능하다고 보느냐”고 반문했는데, 이는 국민들의 의식수준을 전혀 염두에 두고 있지 않고 있는 인식으로 보인다.

▲ 이정현 의원의 녹취록 내용을 두고 이원종 대통령 비서실장이 1일 국회 운영위원회에 출석해 “임무에 충실했다고 본다”고 말해, 언론의 질타를 받고 있다.

이원종 비서실장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더불어민주당 백혜련 의원(49세, 경기 수원을)이 이정현 녹취록이 사실상 세월호 보도 내용에 개입했다는 주장에 대해 ‘언론통제’라고 규정하자 이와 같이 대답했다.

이 실장은 그러면서 "이것은 고발한 사건이어서 합법인지, 불법인지는 나중에 수사결과를 보면 명백히지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원종 비서실장은 같은당 기동민 의원이 “이정현 녹취록을 들어봤다면 이정현 수석 문제에 대해 국민들에게 사과할 용의가 없느냐”고 대국민 사과를 요구하자 “글쎄요. 지금 그 사건은 고발이 돼 있는 사건이기 때문에, 확실히 잘못됐다 안됐다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는 (아직 사과할 필요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원종 실장은 또한 “(이정현 녹취록 내용) 그 당시 상황을 구체적으로 모르기 때문에 제 소신을 말씀드릴 수 없지만 추측컨대 홍보수석으로서 통상적인 업무 협조를 요청한 것이라고 본다”면서 “이정현 수석이 아마 뉴스를 보고 이야기했던 것은 홍보수석의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기 위해서 아마 협조를 요청했던 것이 아닌가 추측한다”라고 대답했다.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44세 서울 은평을)도 “(이정현 녹취록에 의하면) 당시 저녁 9시뉴스를 보고 난 뒤에 이정현 수석이 KBS 보도국장에게 전화를 했는데 그렇다면 대통령과 이정현 수석이 관저나 공관에서 뉴스를 같이 보았다는 것 아니냐”면서 “대통령 관저를 출입하는 사람을 다 파악하고 있다. 만약에 2014년 4월 30일 관저 출입기록을 보면 이 수석이 청와대 관저에서 대통령과 함께 뉴스를 봤는지 알 수 있다. 관련 자료를 달라”고 주문하자, 경호실 차장은 “이에 관련 자료 제출의 전례가 없다”며 난색을 표시했다.

강병원 의원은 이어 “저는 이 (이정현 녹취록) 사건을 제2의 보도지침 사건이라고 생각한다. 직접 국민에게 사죄해야 한다. 온 국민이 슬픔에 빠져있을 때 청와대는 보도통제를 해도 되나”라고 청와대를 맹렬히 비난했다.

그러자 이원종 실장은 “대한민국 국민 중 가장 어깨가 무겁고 마음이 아픈 분이 누구겠나?”라고 반문하고 “대통령이라고 저는 생각한다. 그런 분에 대해 그렇게 말씀하시면, 모시고 있는 비서실장으로 동의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새누리당 이정현 녹취록 관련 진상규명을 위한 청문회를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더불어민주당 공정언론특위(위원장 박홍근)와 민주주의회복TF(팀장 박범계), 그리고 더민주 소속 미방위원들은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이정현 전 청와대 홍보수석의 통화 녹취록을 포함, 그간 박근혜 정권이 자행했던 공영방송 길들이기 시도에 대한 진상을 낱낱이 규명하기 위해 미방위 차원의 청문회를 적극 추진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들 의원들은 “공영방송의 중립성과 공정성 확보를 위한 제도개선을 위해 '언론 공정성 실현을 위한 국회 특별위원회'를 설치하라”면서 “이정현 전 수석은 KBS 김시곤 보도국장에게 전화를 걸어 KBS의 보도제작과 편성에 노골적으로 개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길환영 전 KBS사장이 보도에 사사건건 개입한 사실들도 세세하게 알려졌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다시 이정현 녹취록을 근거로 “공영방송을 길들여 정권의 호위무사로 만들려는 끊임없는 시도들에 충격을 금할 수 없다”면서 “박근혜 정권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 언론의 자유와 국민의 알권리 보다 대통령의 심기 보전과 정권의 안위가 더 중요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일침했다.

취임 후 국회 운영위원회에 처음 출석한 이원종 실장은 노회찬 정의당 의원의 “이정현 녹취록을 보면 대통령이 지시했다고 보는 게 상식적”이라며 박근혜 대통령의 지시하지 않았느냐는 취지의 의혹을 제기했다.

반면, 민경욱 새누리당 의원은 이날 “이정현 홍보수석이 본연의 임무를 한 것”이라고 옹호했다. 같은당 김도읍 의원 역시 “(이정현 녹취록을 보면) 사실관계를 바로잡아달라고 홍보수석이 읍소한 것”이라면서 “앞뒤 자르며 언론 통제라고 주장하는 것은 전형적 정치 공세”라고, 강력히 반박했다.

박귀성 기자  skanskdl01@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