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협 = 김병탁 기자] 16년 8월 통계청 집계에 따르면 고용률은 61%로 전년 동월 대비 0.3% 상승하였으나, 실업률 또한 3.6%로 전년 대비 0.2%올라 구직자들이 느끼는 체감 경기는 작년과 대비해 크게 차이가 나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특히 청년층 실업률은 9.3%로 전년과 비교해 1.3% 증가하였으며, 여전히 청년 실업 문제가 우리 사회의 고질적 문제임을 잘 보여주는 통계지표이다. 이제 청년들에게 희망은 ‘공무원이 되는 길’. 한가위 임에도 불구하고 노량진의 꺼지지 않은 공무원 학원가의 불빛. 우리 취재진은 그토록 공무원이 되기를 원하는 우리 청년들의 삶이 어떠한지에 대해 심층취재해 보기로 했다.

▲ 한 사람 눕기에도 좁은 고시원 방에서 많은 공시생들이 현재 생활하고 있다.

성인 남성 한 명 눕기도 좁은 방에 월 30만원

공무원이 되겠다는 일념으로 대구에서 상경한 지 어느덧 2년이 다되어간다는 최 모씨(29)를 만난 건, 추석연휴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이틀 전인 9월 12일 저녁 7시경이었다. 그날은 몸이 좋지 않아 학원을 가는 대신 집에서 이어폰을 꽂은 채, 인터넷 강의를 들었다는 최 씨는 약속한 시간보다 30분 정도 늦게 나왔다는 것에 죄송하다며 연신 고개를 숙였다.

우리는 최 씨와 같이 늦은 저녁을 먹으면서 요즘 어떻게 생활을 하고 있는지 물어보았으며, 그는 “현재 좁은 고시원 방에서 생활을 하고 있다”며 겸연쩍은 듯 머리를 긁었다. 이어 그는 “월 30만원을 내는데, 이 또한 조금 지어진 지 오래된 건물이라 싼 편”이라며, “최근에 지어진 고시원은 35만원을 넘을 거”라고 지금 현재 자신이 처한 상황이 그리 나쁘지 않은 편이라고 답변했다. 식사를 마친 후, 우리는 그를 따라 그가 거취하고 있는 고시원을 들렸으며, 작은 침대와 발 디딜 틈 없는 좁은 여유 공간 때문에 오래 머무르지 못하고 황급히 그 자리를 떠나야만 했다.

국토해양부 발표에 따르면 인간이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생활할 수 있는 최저주거공간은 1인당 4.2평이라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12년도 서울시 조사에 따르면 최 씨와 같이 3평도 안 되는 열악한 주거환경에서 생활하는 젊은이들 수는 전체 53%를 차지해 충격을 주었다. 게다가 가격이 싼 대부분 고시원들은 개인 화장실과 샤워 공간이 없어 함께 쓰는 경우가 많으며, 세탁기와 냉장고를 공유하는 건 덤이다. 심지어 방음설계가 제대로 완비되지 않아 이어폰을 꽂은 상태에도 불구하고 옆방에 들려오는 소음으로 인해 싸움이 벌어지는 일조차도 노량진 고시원에서는 일상사다.

▲ 공시생(공무원 시험 준비생)들이 즐겨먹은 노량진의 명물 컵밥

따뜻한 명절 음식 대신한, 저렴한 컵밥 3,000원

노량진 학원가 앞에 15일 추석 당일임에도 불구하고, 즐비하게 마련된 노점상에서 수업이 끝나고 우르르 몰려오는 학생들로 인해 인산인해였다. 3,000원이면 점심 한 끼를 해결할 수 있어 자주 온다는 한 모씨(여, 26)는 오늘도 어김없이 이곳을 들렸다. 지갑 깊숙이 끄집어낸 3,000원을 노점상 주인에게 건네주고는 황급히 밥을 먹는 20대의 그에게 우리는 왜 이토록 힘든 일을 참으면서 하고 있느냐며 조심스레 물어보았다. 그는 “일반 대기업에 취업도 바늘구멍일뿐더러, 언제 잘릴지 모를 가시방석에서 살 바엔 지금 좀 더 힘든 게 더 나을 수 있다”는 말을 남기고는 황급히 다음 시간이 있다며 그 자리를 떴다. 그가 자리를 뜨자, 기다렸다는 듯 뒤에 있던 다른 학생이 그 자리를 메웠으며, 한가위라며 임시 휴업한 다른 지역의 가게들과 다르게 이곳의 가게는 평상시와 다를 바 없이 바삐 돌아가고 있었다.

대부분 공시생(공무원준비생)들은 한가위에도 집에 내려갈 수 없었다. 이들은 저렴한 컵밥으로 허기진 배를 채우며 미래의 공무원이 되겠다는 작은 희망 하나만 의지한 채, 오늘도 하루하루를 독서실과 학원을 오가며 전전긍긍하고 있다. 이들은 오늘도 서울의 냉혹한 현실 속에서 더 작고 허름한 방을 알아보고 더 싸고 푸짐한 음식점을 찾아다니며 아끼고 아껴 학원을 등록해야만 할 것이다. 고독한 학원생활이 미래의 공무원이 될 자신에게 자양분이 될 거라는 청운의 꿈을 안고 이들은 오늘도 좁은 침대에서 최대한 몸을 움크리며 잠을 청할 것이다.

현재 취업준비생 중 10명 중 5명이 공무원 준비생들이다. 정부는 이러한 공무원 열풍을 감안하여 청년일자리 해소를 위해 내년 3월 이전에 전체 증원에 66%를 조기증원 할 예정이다. 즉 일반 부처 1230명, 경찰 및 해경 1537명, 국공립 교원 630명 등 내년 예상 3397명의 증원 인원 중 2236명을 3월 이내에 증원할 예정이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공무원 준비로 인한 인력 낭비와 그로 인한 국가적 경제적 손실은 쉽사리 줄어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경제가 불안하다고 느끼고 있는 20대의 청년들은 일반적인 취업보다는 공무원이 더 안정적이라는 통념을 쉽게 바꾸지 않을 것이며, 젊은이들 사이에서 불고 있는 공무원 열기 또한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병탁 기자  kbt4@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