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협 = 김병탁 기자]27일 국무회의에서 정부는 현행 자산총액 5조원으로 지정된 대기업집단지정 기준을 10조원으로 완화하는 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안에 의결하였는데, 여기에 대해 김관영 의원을 비롯한 박선숙, 채선숙 의원 등 국민의당 의원들이 “이번 결정은 국회의 입법권을 완전히 무시한 처사로 당장 철회할 것을 요구한다”며 강한 반발을 드러냈다.

현행 공정거래법상 대기업집단과 관련된 부분은 원용법령이 최소 41개(정부 주장 38개)나 된다. 국회가 개별 법안에서 공정거래법에 해당되는 조항을 원용할 때는 시장에서 우월할 지위를 가지는 대기업을 견제하고, 중소기업과 골목상권 등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할 때에만 사용해왔다.

▲ 국민의당 김관영 의원(전북 군산)

그러나 이번 정부가 추진하려고 하는 개정안은 그동안 대기업지단으로 묶여있던 기업들 552개가 상호출자와 채무보증제한에서 풀리게 된다. 더군다나 이로 인해 계열사를 통한 기업총수의 사익편취와 대기업집단 현황에 대한 공시의무 마저도 사리지게 된다.

이 개정 법안을 적용하면 현재 횡령·배임 등의 문제로 법적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동부기업과 태광기업과 같이 다수의 금융보험계열사를 보유한 그룹의 총수일가가 그 문제에서 제외된다. 더불어 하림, 이랜드 등 대기업 골목상권 침해가 더 심해질 것이다.

이에 대해 정부는 이번 개정안이 단순히 해당 조항을 원용하기 때문에 법률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고 시행령 개정 준비 과정에서 부처별 협의를 충분히 거쳤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552개 기업 모두가 가업상속공제 혜택을 받게 되고, 각종 법인세 감면혜택에 새로 포함되지만 여기에 대한 분석 자료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더해 상생법상 골몰시장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도 아직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문제는 이뿐 만이 아니다. 이번 개정안 의결로 인해 정부 스스로가 규제 공백을 야기했다는 점이다. 정부는 대기업들에게 혜택을 주는 것에 대한 비판이 두려워, 사익 편취와 공사의무와 관련된 내용은 현행 조항을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공정거래법 개정사항으로 국회에서 먼저 심사에 거쳐야 하나, 정부는 이에 대한 개정안은 현재 국회에 제출하지 않은 상태이다. 법에 의거해 시행령을 정해야할 사항이, 대기업에 떠밀림에 못 이겨 그만, 정부는 시행령을 먼저 손보는 아마추어적인 행정 처리를 보여주어, 법의 허점을 만들어 버리고 말았다.

이에 대해 국민의당은 “이미 수차례 정부 측에 이번 국회서 발의된 법안과 정부가 준비한 법안을 한 테이블에 올려놓고 이번 정기국회 때 논의하자고 주장했왔다”며 말했다. 하지만 정부는 재고할 수 없다는 입장만 고수해오고 있다며 국민의당 의원들은 토로했다.

한편 국민의당 역시 대기업진단 지정기준에 대해 개선안을 지난 7월에 발표한 바 있으며, 후속 법률도 12개를 발의해둔 상태이다.

국민의당이 제시안 개선안에는 정부안처럼 일시에 10조원까지 지정기준을 완화하는 것이 아닌, 경제여건과 시장충격 등을 고려해 지정지준을 7조원으로 정했다. 또 추가로 삼성과 현대 등 자산총액 50조원 이상 기업진담의 경우 최근 문제가 된 해외계열사에 대한 공시의무와 친족기업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적용하는 내용도 담겨있다.

이밖에도 국민의당이 제시안 법안에는 골목상권과 중소기업을 지키기 위한 법안 11개를 골라 현행 5조원 규정을 적용받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됐으며, 이번과 같이 정부가 졸속으로 시행령 개정을 하지 못하도록 지정기준을 법제화하는 내용도 있다.

현재 국민의당에서는 대기업지정기준에 개정안에 대해 논의 중에 있다. 더불어 정부가 이번에 제시한 개정 시행령에 대해 규탄할 의지를 강력히 표했으며, 이에 대한 후속조치를 준비 중에 있다.

 

김병탁 기자  kbt4@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