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협 = 김병탁 기자]서울대 학생들이 뿔났다. 이대 학생들에 이어 지난 10일 서울대 총학생회가 주축이 되어 총장실 점거에 나섰다. 이번 서울대 총장실 점거 농성은 학생과 약속을 어기고 대학 측이 또 다시 밀실에서 학생들 몰래 ‘시흥캠퍼스’을 강행해온 것이 발단이 되었다. 서울대 학생회 측은 대학 측이 ‘시흥캠퍼스’ 철회에 대한 확실한 의사를 표명하기 전까지 될 것이라고 전해, 이대 총장실 점거 농성과 같이 장기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지난주 서울대의 각 단과 대학교 게시판들마다 ‘서울대학교 시흥캠퍼스 체결에 대한 우려로 가득한 대자보들이 줄을 지어 붙기 시작했다.

▲ 서울대 각 단과대학에서 '시흥캠퍼스 철회'를 외치면 쓴 대자보로 10월 10일 총장 점거 농성을 독려하고 있다.

이중 ’학우 여러분께 학생총회 참가를 호소드립니다.‘로 시작된 한 단과대학의 대자보에는 학생과 어떠한 소통도 없이 대학 측의 일방적 시흥캠퍼스 결정에 대한 경과 상황과 그들의 불만이 자세히 쓰여 있었다.

그 내용을 살펴보면

“(2016년) 8월 22일 대학본부는 시흥캠퍼스 실시협약을 밀실에서 체결했습니다. 협약을 맺기 전 대학협의회를 열어서 학생들과 협의하겠다고 한 것과는 다르게 말입니다.”

“6월 16일, 시흥캠퍼스에 관한 기획처 공청회에서도 우리는 무시당했습니다.”

“5월 4일부터 학생 사회는 이미 전체학생대표자회의를 통해 시흥캠퍼스 계획의 중단과 전면 재논의를 요구했습니다. 또한 6월 23일부터 7월 1일까지의 총학생회 총 조사에서 대다수 학생들은 시흥캠퍼스 전면 철회를 선택했고, 이 사실을 본부에 알렸습니다.”

라고 오랫동안 학생회와 학생들 요청에도 아랑곳없이 대학 측이 일방적으로 주장해왔음이 시간대별로 잘 적혀 있었다.

실제로 시흥캠퍼스 문제는 최근에 갑자긴 생긴 문제가 아니었다. 서울대 측은 2007년 장기발전계획의 일환으로 국제캠퍼스를 설립을 준비하던 중, 시흥시를 새로운 사업파트너로 선정하기로 결정한다. 그러나 이때부터 서울대 측은 최종 캠퍼스 부지가 확실히 결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시흥 배곧신도시의 아파트 발주를 맡은 한라건설이 ‘배곧에 서울대학교가 온다’는 광고를 눈감아 주는 등 이상한 행보를 보이기 시작한다.

실제로 서울대 재학생이 쓴 대자보에는 한 학생이 인터넷에 ‘시흥캠퍼스’결과에 대해 ‘서울대 국제캠퍼스 인근 배곧 대방노블랜드 선착순 분야’, ‘LH, 시흥 배곧에 10년 공공임대 아파트 10월 공급’ 등의 기사들이 나오고 있다고 적혀 있었다.

이후 한라건설은 서울대가 눈감아 준 광고 덕분에 순조롭게 아파트를 완판 할 수 있었으며, <새물>이라는 단체에 소속된 서울대 재학생들이 쓴 대자보에는 이에 대한 보상으로 “서울대는 한라건설로부터 4500억 원에 달하는 캠퍼스 부동산을 무상으로 제공받는다”며 시흥캠퍼스 부지가 어떻게 확보 되었는지를 상세히 설명하고 있었다.

이를 알게 된 학생들은 불만을 제기했으며, 불만을 제기할 때마다 대학 측에서는 대답을 회피하며 이를 무마시키려고 했다. 그러다 결국 2013년 서울대 총학생회가 대대적인 ‘천막투쟁’에 돌입했으며, 이 성과로 서울대 측은 ‘대학협의회’를 만들어 매달 학생들과 이 문제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그 이견을 좁혀 나가기로 합의했다.

▲ 10월 10일 '시흥캠퍼스 설립 반대'를 위한 서울대 총학생회 포스터

하지만 서울대 측은 이 합의조차 최근 들어 찍히지 않았으며, 최근에 다시 학생들 의사와 상관없이 지속적으로 서울대 측이 시흥캠퍼스를 추진해온 사실이 밝혀지면서, 서울대 학생들의 원성을 샀다. 이 분노로 인해 서울대 학생들은 10월 10일 ‘시흥캠퍼스 철회’를 위한 대규모 총장 점거 농성이 벌어졌으며, 하루가 지난 지금도 총장실 앞을 학생들이 지키며 서울대 측에 명확한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

서울대 학생들은 시흥캠퍼스의 설립에 1조8천억 원의 비용이 들 것으로 알고 있으며, 이 비용 마련을 위해 기업들이 원하는 연구만이 할 수 있는 학교로 전락하지 않을까 하는 깊은 우려를 가지고 있었다. 이어 비용 마련을 위한 등록금 인상도 불가피할 것이라고 짐작했다.

더욱이 서울대 학생들은 “지적재산권을 생산하지 못하는 기초학문, 시장가치가 없는 학문은 시흥캠퍼스에서 쫓겨날 것이다. 그들은 자신의 이윤창출에 도움이 되는 학문만 남겨 , 이 자본주의 체제에 알맞은 학문만을 보존하려 애쓸 것이 뻔하다.”며 학문의 전당이 돼야 할 대학이 파괴될 것을 염려하고 있었다.

현재까지 점거 농성 분위기로 봐, 이대 학생들과 마찬가지로 쉬이 끝날 것으로 보이지 않을 것으로 예측된다. 항간에는 지난 농성에서도 학생들과 요구한 사항을 서울대 측이 지키지 않은 만큼, 대학 측에서 ‘시흥캠퍼스를 철회하겠다’는 더 명확한 약조 없이는 학생들도 절대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고 조심스레 추측하는 이들도 있었다.

김병탁 기자  kbt4@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