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레이튼 커쇼를 마무리 투수로 투입한 LA다저스가 내셔널리그 디비전시리즈 5차전에서 극적인 승리를 거두고 챔피언십시리즈(CS)에 진출했다.

다저스는 14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워싱턴 DC의 내셔널스 파크에서 열린 워싱턴 내셔널스와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NLDS 5차전에서 4-3으로 승리했다. 이날 디비전시리즈 5차전에서는 2승2패로 벼랑 끝에 선 다저스와 워싱턴의 승부가 펼쳐졌다. 9회말 1사 1, 2루 상황에서 4-3으로 아슬아슬한 한 점차 리드를 지키던 다저스는 팀의 에이스 커쇼를 마무리 카드로 꺼내들었다.

▲ 커쇼 마무리 다저스 챔피언십 진출한다. 사진출처: LA다저스 페이스북

 커쇼가 선발이 아닌 중간투수로 투입된 것은 지난 2009년 이후 처음 있는 일이었다. 마운드에 오른 커쇼는 워싱턴의 4번 타자 다니엘 머피를 2루수 뜬공, 후속타자 윌머 티포를 삼진 처리하며 경기에 마침표를 찍었다. ‘마무리’ 커쇼가 뒷문을 걸어 잠그면서 다저스는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CS) 진출을 확정했다. 

로스앤젤레스 타임스에 따르면 경기를 마친 커쇼는 감격에 젖어 말까지 더듬었다.

커쇼는 구단 관계자가 “(오늘 승리는) 비현실적이야”라고 외치며 자신을 끌어안을 때도 멍해 있었다. 

커쇼는 소감을 묻는 취재진한테 “기, 기분이… 좋네요”라고 겨우 답했다.

커쇼가 자기 보직인 선발 투수로 마운드에 오른 것은 불과 이틀 전이다. NLDS 4차전에서다. 

당시 다저스가 6-5로 승리해 커쇼도 위안을 얻었지만, 6과 3분의 2이닝 동안 7안타를 내주고 5실점 하는 그저 그런 투구 내용을 선보여 자존심이 무너졌다.

다저스와 워싱턴은 5전 3승제의 디비전시리즈에서 2승 2패로 5차전에 나섰다.

이날 경기에서 패하면 전원이 짐을 싸서 각자 집으로 돌아가게 된다.

자칫하면 팀이 역전당해 올해를 마감할 수 있는 상황에 부닥치자 더그아웃의 커쇼는 데이브 로버츠 감독 앞에 섰다. 

“저 오늘 던지고 싶어요”가 커쇼가 감독에게 한 말이었다.

로버츠 감독은 이날 경기에 앞서 현지 기자들한테 “오늘 커쇼가 공을 던질 가능성은 제로”라고 공언했다. 

불과 이틀 전 선발로 나서서 아직 체력을 회복하지 못한 데다, 아무리 커쇼라지만 ‘불펜’이라는 낯선 보직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팀의 보물인 커쇼가 무리하는 것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팀한테 바람직하지도 않다.
하지만 벼랑 끝에 선 로버츠 감독은 에이스의 자진 등판을 허락했다.
로버츠 감독은 “커쇼가 마운드에 나가 그가 갖춘 모든 능력을 발휘할 거라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한편 다저스는 오는 16일부터 시카고 컵스와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를 치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