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전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이 친정을 떠났다. 손학규 고문은 20일 국회에서 정계 복귀를 공식 선언하고 민주당을 탈당했다. 손학규 고문은 그간 거취문제를 확정하지 않고 제3지대에서 공전하다 끝내 더불어민주당에 복귀할 것이라는 예측이 빗나간 것이다. 손학규 고문의 ‘정계 컴백’은 야권으로서는 여러 가지 의미를 가진다.

지난 2014년 7·30 경기 수원병 보궐선거에서 낙선한 다음날 정계은퇴를 선언했던 손학규 고문은 2년2개월여 동안 현실정치를 떠나 정계은퇴 선언 기자회견을 했고, 전남 강진으로 내려가 손수 농사를 지으며 칩거했다.

▲ 손학규 더불어민주당 전 상임고문이 정계복귀를 선언함과 동시에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했다. 손학규 전 고문이 20일 오후 4시쯤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계복귀를 선언하면서 제7공화국을 열어야 한다고 역설하고 있다.

손학교 전 대표는 복귀 선언은 20일 국회 정론관으로 정해졌다. 손학규 전 고문이 정계 은퇴선언을 한 장소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손학규 전 고문은 당초 이번 주말께 상경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손 전 고문이 직접 날짜를 20일로 앞당겼다고 전해진다.

손학규 전 고문은 이날 “국민에게 갑니다”라는 제목의 기자회견문을 통해 “2년여 전, 2014년 7월 31일, 정치를 떠난다는 말씀을 드린 바로 그 자리에 다시 섰다. 그 동안 저는 전라남도 강진, 만덕산 자락에 있는 조그마한 토담집에 머물면서, 정치라는 짐을 내려놓고 저의 삶을 정리하는 작업을 해왔습니다. 마침 강진은, 다산 정약용 선생이 18년 동안 유배생활을 하면서, 경세유표, 목민심서 등 나라와 백성을 위해 저술작업을 했던 곳이다. 저도 나라를 위한 책 한 권쯤 쓰는 게 도리라는 생각이 들어, 하루하루 지내다 보니 어느덧, 강진살이가 두 해를 넘겼다”고 이날 기자회견의 서두를 열었다.

손학규 전 고문은 이어 “다산의 18년 유배생활에 비하면 제가 머문 시간은 너무나 짧고, 수백 권의 책을 쓴 다산에 비교하는 것조차 부끄럽다. 저의 지난날을 되돌아보면서, 다산에게 묻고 다산의 질문에 대답하는, 상상의 대화를 끊임없이 나누었다”면서 “다산의 눈으로 그리고 저의 가슴으로 오늘의 대한민국을 바라보며, 제 부족한 능력을 다해 겨우 완성한 작은 책, ‘나의 목민심서 – 강진일기’를 송구한 마음으로 세상에 내놓는다”고 소개했다.

손학규 전 고문은 다시 “200여 년 전 다산 선생이 하신 말씀, ‘이 나라는 털끝 하나인들 병들지 않은 게 없다’”는 문구를 인용하고 “지금 당장 개혁하지 않으면 나라는 반드시 망하고 말 것이다라는 말씀이 제 가슴에는 오늘의 대한민국을 향한 경고로 울렸다”이라고 우리나라의 현재 정국을 걱정했다.

손학규 전 고문은 나아가 “대한민국은 지금 무너져 내리고 있다. 87년 헌법체제가 만든 6공화국은 그 명운을 다했다. 지난 30년 동안 조금씩 수렁에 빠지기 시작한 리더십은 이제 완전히 실종됐다. 6공화국 체제에서는,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더 이상 나라를 끌고 갈 수가 없다. 이제, 7공화국을 열어야 한다”고 역설해 사실상 제3지대에 머물 것임을 시사했다.

손학규 전 고문은 다시 “대한민국 경제는 지금 성장 엔진이 꺼졌다. 우리나라의 산업화를 성공적으로 이끈 수출주도형 대기업중심 경제구조가, 혁신없이 50년 동안 지속되면서, 산업화의 그늘을 짙게 드리우고 있다. 그 결과, 비정규직 문제, 청년실업 문제, 가계부채 문제들이 악순환의 늪으로 빠져들고 있다. 그 경제구조의 버팀목인 수출실적도 19개월 이상 감소 추세를 이어가고 있다. 고통스럽더라도, 우리 경제의 패러다임을 근본부터 바꿔야 할 때”라고 역설했다.

손학규 전 고문은 이에 대해 “지금, 더 늦기 전에, 대한민국은 정치와 경제를 완전히 새롭게 바꿔야 한다”면서 “저는 정치와 경제의 새판짜기에 저의 모든 것을 바치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 이 일을 위해서 모든 것을 내려놓겠다. 국회의원, 장관, 도지사, 당 대표를 하면서 얻은 모든 기득권을 버리겠다. 당적도 버리겠다. 제가 무엇이 되겠다는, 꼭 대통령이 되겠다는 생각도 없다. 명운이 다한 6공화국의 대통령이 되는 것이 저한테는 아무 의미가 없다. 질곡의 역사를 겪으면서도 세계사에 유례없는 산업화와 민주화를 달성한 대한민국의 국민이라는 자부심만 남기고 모든 것을 내려놓겠다”고 말해 탈당을 시사했다.

손학규 전 고문은 다시 “강진살이 2년 2개월, 매일 아침 일어나 방문을 열고 툇마루에 나가 앉으면 강진만이 보인다. 그 한가운데 떠있는 섬, 가우도를 항상 바라보았다. 소멍에라는 뜻의 이름이다. 소가 멍에를 메고 물건들을 가득 싣고 가는 형상이라고 한다”면서 “국민 여러분, 모든 것을 내려놓아 텅 빈 제 등에 짐을 얹어 주시라. 제 7공화국을 열기 위해, 꺼져버린 경제성장의 엔진을 갈아 다시 시동을 걸기 위해, 대한민국의 미래만 보고, 소걸음으로 뚜벅뚜벅 나아가겠다”고 목소리를 한껏 높였다.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의 회고록을 놓고 새누리당이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안보관을 문제 삼으며 파상공세를 펴고 있고, 더불어민주당은 청와대 박근혜 대통령 비선실세 최순실씨와 그의 딸 정유라씨 문제가 얽힌 이화여대 사태와 미르·K스포츠 관련 각종의혹이 봇물을 이루는 ‘최순실 게이트’로 명명하며 총반격에 나선 상황에서 손학규 전 고문이 정계복귀 선언을 하는 모양세가 됐다. 공교롭게도 회고록을 쓴 송민순 전 장관은 2008년 손학규 전 대표가 비례대표 4번으로 추천해 18대 국회 입성했다.

손학규 전 고문이 복귀 시점을 앞당긴 것과 관련해서 일각에서는 “현재 국정상황과 정치가 극도로 혼탁해지고 국민들이 희망을 느낄 수 없는 상황”이라면서 “손학규 전 고문이 더 이상 두고 볼 수만은 없고 이런 상황을 외면하는 건 도리가 아니라는 판단 때문에 일선에 나선 게 아니겠느냐”는 분석이다.

손학규 전 고문은 현재 더불어민주당 당적을 그대로 보유하고 있는 상태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어떤 입장을 밝힐지 주목되는 부분이었지만 손학규 전 고문은 결국 탈당을 선택했다.

손학규 전 고문은 이날 기자회견을 마친 후 곧바로 탈당계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을 떠난 것이다.

박귀성 기자  skanskdl01@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