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차 촛불집회가 맹위를 떨치는 강추위보다 뜨거웠다. 12차 촛불집회는 14일 최강 한파가 급습했어도 예정대로 12차 촛불집회는 시작됐다.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이날 12차 촛불집회에 맞서 보수 단체들의 탄핵 반대 집회도 열려 경찰이 1만명이 넘는 경력을 투입해 대비하고 있다.

박근혜정권퇴진비상국민행동(이하 퇴진행동)은 이날 오후 광화문광장 일대에서 ‘박근혜 즉각퇴진과 조기탄핵, 공작정치주범 및 재벌 총수 구속’ 등을 외치며 ‘12차 범국민행동의 날 촛불집회’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번 12차 촛불집회 참가자들은 이날 박근혜 대통령과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의 즉각 퇴진 및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 등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으며 이날 저녁까지 12차 촛불집회를 이어갈 예정이다.

▲ 박근혜 내란사범 처벌을 외치며 지난 7일 소신공양을 감행했다가 끝내 입적한 정원스님의 노제가 14일 오후 열렸다. 12차 촛불집회 주최측은 고 박종철 열사와 정원스님 영결식을 함께 연계해 이날 12차 촛불집회 행사를 진행한다.

12차 촛불집회 주최측과 참가자들은 이날 본집회에 앞서 오후 3시40분부터는 전두환 노태우 두 내란범이 저지른 군사 독재 패악에 ‘대한민국의 민주화’를 외치며 맞서다 이들 내란범들의 하수인이었던 일부 경찰에게 감금당한채 잔혹하고 가학적이며 살인적인 혹독한 고문으로 인해 사망에 이른 故 박종철 열사의 추모행사가 광화문광장 북단 무대에서 거행됐다. 이들은 1987년 6월 민주화 항쟁의 불을 댕긴 박종철 열사의 죽음을 애도하고 헌법재판소의 조속한 탄핵심판을 촉구할 계획이다.

박종철 열사의 추도식은 또한 12차 촛불집회가 열리는 저녁에 광화문에서도 병행해서 열릴 계획이다. 이날 광화문에서 열리는 제12차 촛불집회는 박종철 열사 30주기 추도식으로 진행된다.

촛불집회와 함께 진행되는 추도식은 ‘미완의 혁명, 촛불로 승리하자’는 제목으로 박근혜 퇴진 비상국민행동과 박종철추모사업회가 공동으로 진행하며, 6월 민주항쟁 30년 사업을 제안하는 시간도 갖는다. 

박종철 열사는 서울대학교 인문대학 언어학과 3학년으로 재학 중이던 시절 치안본부 대공분실에 끌려가 모진 고문을 당했었다. 그는 검찰과 경찰로부터 전기고문, 물고문과 잔혹한 폭행 등을 당했으며 1987년 1월14일 치안본부 대공수사단 남영동 분실 509호 조사실에서 사망했다. 당시 전두환 내란 정권은 박종철 열사의 사망에 대해 ‘탁! 치니, 억! 하고 죽었다’고 발표하여 국민들의 거센 저항에 부딪쳤고, 결국 그의 해명은 6월 민주항쟁의 도화선이 돼 전두환  노태우 정부를 끌어내려 ‘내란범’으로 단죄하게 됐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12일 귀국한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이날 제 12차 촛불집회에 참석할 것이라는 언론보도가 있은 후 행사주최측은 반기문 총장의 참석 여부를 묻는 본지 기자에게 분기탱천해 하며 “전두환 노태우 정권하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 동향을 몰래 보고하고 세작질을 하면서 출세의 길을 달려온 사람이 당시 군사독재의 고문에 죽임을 당한 박종철 열사의 행사에 참여한다는 게 말이되느냐”면서 “아직도 출세할 무엇이 있다고 생각한 반기문 총장이 뻔뻔하게 과거사를 잊고 촛불민심에 숟가락을 얻으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맹렬히 비판했다.

이날 본집회에 앞서서는 고(故) 정원 스님(속명 서용원·64) 시민사회장이 엄수됐다. 정원스님은 세월호 참사 1000일 추모 촛불집회가 열린 지난 7일 ‘박근혜는 내란사범. 반드시 탄핵과 처벌이 있어야 한다’는 유서를 남기고 분신했고 이틀 뒤 서울대병원 중환자실에서 숨을 거뒀다.

정원스님의 시민사회장은 박근혜정권퇴진국민비상행동(퇴진행동)과 범불교시국회의가 공동으로 구성한 장례위원회가 주축이 돼 치러졌다.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영결식에는 추운 날씨에도 수백명의 추모객들이 모였다.

최종진 민주노총 위원장 직무대행은 추도사에서 “민중과 중생이 부처다. 촛불민심의 위대한 힘은 승리하고 있다. 박근혜는 즉각 퇴진하라”라면서 “얼마나 간절하셨던 것입니까. 제 몸을 불살라 부처님께 바치는 소신공양까지 했다. 촛불은 당신을 기억할 것”이라고 입적한 정원스님을 기렸다.

최종진 직무대행은 이어 “재벌총수 구속하라. 박근혜 구속하라. 졸속 위안부 합의 파기하라. 세월호 진실 인양하라. 백남기 학살과 세월호 학셀 책임자라를 처벌하라”고 목소리를 높이며 “그 세력을 우리가 기필코 단죄하자. 정원스님의 희생을 되새기자”고 강조했다.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의 도철스님은 “정원스님이 모셨던 부처님은 민중이었다. 억압과 고통받는 민중들이었다”면서 “스님의 화두는 적폐를 청산하는 처절함이었다. 스님의 소신공양이 박근혜 정권의 아집과 거짓, 어리석음을 멈추게 하고 위안부 할머니들의 통탄도 멈추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도철스님은 나아가 “비록 육체는 갔더라도 마음은 광화문 광장, 촛불을 보고 있으실 것이다. 박근혜 퇴진을 함께 외치고 있을 것”이라면서 “정원스님 우리 끝까지 함께 합시다. 박근혜 정권이 퇴진하는 날까지 두손 꼭 잡고 함께 가자. 스님이 못 다 하신 일은 남아있는 우리가 꼭 이루겠다”고 결심을 다졌다.

오후 3시쯤 영결식은 모두 마무리됐다. 정원스님은 고양시 벽제 화장장에서 화장된 뒤 종로구 금선사에 안치될 예정이다.

이날 12차 촛불집회의 본집회는 오후 5시30분쯤 시작되고 이날 오후 7시부터는 청와대·총리 관저·헌재 방면 등으로 행진이 시작된다. 주최측은 재벌 총수에 대한 수사를 촉구하기 위해 롯데·SK빌딩 앞으로도 행진이 진행될 계획이다.

12차 촛불집회에 맞서 보수단체의 탄핵반대 집회는 오후 1시부터 대학로 일대에서 열렸고, 이들은 ‘탄핵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 운동본부(이하 탄기국)’가 주최하는 ‘9차 태극기 집회’는 극우성향 개신교 단체의 사전집회로 시작해 목회자 1000여명 등이 참석했다. 이외에도 같은 시간 ‘새로운 한국을 위한 국민운동’은 청계광장에서 집회를 열었다. 탄기국은 이날 청와대와 서울시청 방향으로 행진을 신청했지만 경찰은 촛불집회 참가자들과의 충돌을 우려해 제한을 통보했다.

한편, 경찰이 지난 11차 촛불집회 당시 촛불집회 참가인원(2만4000명)보다 보수집회 인원(3만7300명)이 많다고 발표하자 경찰의 집회 참가인원 집계에 대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에 경찰은 이날부터 자체 추산한 집회 참가 인원을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한인협 = 박귀성 기자]

박귀성 기자  skanskdl01@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