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더불어민주당 대선 주자 토론회를 끝낸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들의 반응은 극명하게 갈렸다. 특히 이재명 성남시장캠프에선 4차례에 걸친 토론회 방송과 시간, 토론 방식과 시간 배정에 대해 불만을 강하게 제기했다. 종합적으로 “이런식이라면 국민들이 후보를 제대로 변별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
| ▲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을 위한 4차 토론회가 지난 17일 열렸다. 문재인 전 대표와 이재명 성남시장, 안희정 충남도지사, 최성 시장이 열띤 토론을 벌였다. |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 안희정 충남지사, 이재명 성남시장, 최성 고양시장은 17일 오후 1시30분부터 100분 동안에 걸쳐 상호 검증을 위한 열띤 토론회를 열고, 정책과 공약, 국가 지도자로서의 자질 등을 검증했다.
이날 더불어민주당이 주최하고 MBN이 주관하며, TV조선, 연합뉴스TV가 공동방송하는 토론회를 마치고 나온 문 전 대표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번 토론회에 만족한다는 반응을 내놨다. 문재인 전 대표는 “재밌는 토론이었다. 후보들이 점차 정책을 내놓기 시작하면서 정책을 둘러싼 검증토론이 시작됐다”고 자평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촛불집회와 관련해 말을 바꾸었다’고 지적한 것에 대해 ‘정치란 원래 그런 것’이라고 답한 것에 대해서는 “정치가 만약 촛불집회를 이끌었다면 촛불집회의 순수성 자발성이 훼손되면서 진영 싸움으로 변질됐을 것”이라며 “정치인은 촛불민심을 뒤따르면서 그 시기 정치적 역할을 모색하는 것이 옳은 길”이라고 재차 해명했지만, 문재인 전 대표는 촛불집회 초반엔 탐탁치 않게 여겼다. 촛불집회 참가자들이 100만명에 육박했을 때에도 촛불집회 참가 여부를 두고 ‘촛불집회가 민심이 반영됐다고 볼 수 없다’고 촛불집회 동참에 대해 망설였다.
또 안의정 지사의 대연정 제안에 대해선 ‘언젠가 대연정이 필요할 때가 있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서는 “국난과 같이 대연정이 꼭 필요한 국면에서는 대연정도 가능하다는 말”이라며 “영국 같은 경우 2차세계대전 때 대연정을 통해서 국난을 극복한 사례들이 있다”고 설명했지만, 과거 당내에 있던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나 박지원 대표, 주승용 원내대표, 자유한국당의 조경태 의원 등 수많은 당 소속의원들이 문재인 전 대표를 떠나면서 당에 등을 돌린 사례를 볼 때 문제인 전 대표와 통합이나 연대, 연정 등을 논할 대상은 거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들 정치권 인사들은 모두 탈당을 각오했을 당시 문재인측으로부터 ‘배신자’로 낙인찍히고 SNS와 인터넷 상에서 적지 않은 ‘뭇매’를 맞아 정치적 상처가 매우 깊다는 점에서 문재인 전 대표와의 화합은 거의 불가능하다는 입장인데도 문재인 전 대표가 이날 ‘연정’ 가능성을 운운한다는 것에 대해 정치권 일각에선 ‘국민을 기만하는 화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토론 직후 문 전 대표 측 고민정 대변인은 “네거티브 공세를 끝까지 자제하고 시종 생산적인 정책토론에 집중했다”고 평가했다.
안희정 지사는 절반의 만족감을 드러냈다. 안희정 지사는 “오늘 쟁점에 대해서 아주 유익한 토론이었다”라며 “문재인 후보의 민주주의 정치 리더십이 가지고 있는 의혹에 대해서 저는 검증하려고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안희정 지사는 그러면서도 자신의 통합 리더십과 ‘대연정’에 공세가 쏟아지는 것에 대해서는 “토론회 자체가 늘 3대 1 게임”이라며 “저의 정신이 자유한국당과 적폐세력과 자꾸 손을 잡는 사람이라는 공격으로 돌아온다. 부당할 뿐 아니라 비겁한 것”이라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안희정 지사는 또한 매 차례 토론때마다 공격의 대상이 되는 ‘대연정’에 대해서도 “그럼 어떤 대안이 있는지 좀 고민해보자”라며, 공을 다른 후보에게 넘기고 “대연정이라 하는 것은 의회 민주주의의 가장 핵심적 정신”이라고 주장해, 다른 후보들과의 차별화된 관념을 부각시키려 애를 썼다.
안희정 지사는 이날 새롭게 던진 ‘휴식 있는 시대’와 ‘국민안식제’에 대해서는 “앞으로 더 많은 질문이 나왔으면 한다”며 “미래의 노동제도로서 적극적으로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문재인 전 대표는 이날 ‘국민안식제’에 대해 “안희정 후보가 주장하는 국민안식제 수혜 대상이 안정적인 고정직을 갖고 있는 공무원 등 일부 편중된 직장인들에게만 혜택이 돌아갈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 보충적 연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안희정 지사 측 박수현 대변인은 “국민안식제를 통해 정책이슈를 선점했다”며 호평하면서도 “안희정의 순수한 열정에 대한 왜곡과 매도는 부당하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이번 4차 토론회 뿐만 아니라 토론회 전반에 걸쳐 불만을 표시했다. 이재명 시장은 “다리와 한쪽 손을 묶고 주먹만 쓴 권투 시합을 한 느낌이다”라며 “각자의 생각이나 철학이나 밑바탕 이런 걸 확인할 기회가 너무 적다. 역시 자유로운 토론이 가능한 방식이 후보 검증에는 더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해, 사실상 무제한 토론을 재차 주장했다.
이재명 시장은 문재인 전 대표를 정면으로 겨냥하고 “문재인 후보의 철학과 신념의 부재, 일관성 부재 대해서 집중적으로 문제제기를 했는데 시간을 이용한 방어에 제대로 공격하지 못했다”면서 “(이재명 시장이 문재인 전 대표가 그동안 중요 정치적 쟁점 사안에 대해 입장을 여러번 바꾼 것을 지적하자, 문재인 전 대표는) ‘정치는 원래 그런 것’이라고 했는데, 정치에서는 지도자의 철학과 신념이 정말 중요하다. 국민이 예측할 수 있도록 일관성을 가져야한다”고 따금하게 일침했다.
지난 토론회에 이어 이날도 들고나온 최성 시장의 ‘과거 전력’ 공세에 대해서는 “지적은 할 수 있지만, 이미 객관적으로 드러난 것 중에 불리한 요소만 모아서 주장하고 있다”면서 “이건 명백한 음해”라고 불만을 드러냈다. 특히 이재명 시장은 최성 시장이 음주운전 경력을 들고나오자 ‘아주 오래된 젊은 시절의 이야기고 공직이 아닌 일반인 신분이었다. 그런식으로 따지면 오바마도 마약 사범이었다’라고 비유한 것에 대한 적절성 여부에 대해서는 “국민들께서 판단하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에 대해 이재명 시장 캠프의 김병욱 대변인은 “무엇을 하자는지 모를 모호한 후보나 촛불민심에 배반하여 적폐세력과 대연정, 즉 대야합이자 대배신을 하겠다는 후보에 대해 일관된 원칙을 보여줬다”면서 “‘개혁대통령’을 확실한 방향으로 제시함으로써 더욱 선명한 차이를 나타냈다”고 자평했다. 한편 이재명 시장이 문재인 전 대표를 향해 ‘말 바꾸기’라고 비난한 것에 문재인 전 대표가 ‘정치란 원래 흐르는 것’이라고 답한 것이 장외에서 진실공방 신경전으로 비화했다.
이재명 시장은 토론회가 끝난 후 기자들과 만나 “(문재인 전 대표가) ‘정치는 원래 그런 것’이라고 했는데, 정치에서는 지도자의 철학과 신념이 정말 중요하다. 국민이 예측할 수 있도록 일관성을 가져야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문재인 전 대표는 호남을 방문했을 당시에도 “호남이 저에 대한 지지를 거두신다면 정치일선에서 물러날 것이고 대선에도 출마하지 않을 것”이라고 공언했지만 지키지 않고 있는 것에 대해 “당시는 정무적인 판단이었다”고 두루뭉슬 넘어갔다. 문재인 전 대표의 해명을 보면 ‘정치란 언약을 지키지 않을 때도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에 문재인 전 대표 측 박광온 수석대변인은 “이재명 시장의 질문에 문재인 전 대표는 ‘정치는 흐르는 것’이라고 답했다”면서 “대선 토론이라는 엄중한 검증의 장에서 펼쳐진 토론 내용을 정확히 확인하지 않고, 동지인 문재인 전 대표의 철학과 신념을 비난한 것에 대해 유감을 표한다”며 이재명 시장의 사과를 요구했다. “흐르는 것”이란 말을 “그런 것”으로 이재명 시장이나 국민들이 잘못 듣고 오해했다는 얘기다.
[한인협 = 박귀성 기자]
박귀성 기자 skanskdl01@hanmail.net
타워크레인 안전 관리 ‘AI 인공지능’ 시대 도래하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