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조 장하성 두 사람 모두 대한민국의 1, 2세대의 재벌개혁 시민사회단체 운동가로 알려져 있다. 특히 장하성 정책실장은 1997년 참여연대 경제민주화위원장, 2001년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 운영위원장 등으로 활동하며 대기업의 불합리한 지배구조와 경영권 승계 문제 등을 지적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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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 임명을 발표했다. 장하성 교수는 재벌 개혁과 경제 민주화 정책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 수 있는 구체적인 대안이 있는 임물로 시민사회단체 참여연대에서 활동했다. |
다음은 과거 본지 기자가 받은 장하성 교수의 E-mail 가운데 하나이다. 장하성 교수는 지난 2000년 11월 18일 오후 8시 18분에 해당 이메일을 발송했다. 장하성 교수는 먼저 “허락없이 메일을 보낸 것에 사과드립니다. 이 메일은 재벌개혁 릴레이 편지 보내기 캠페인을 통하여 다른 분으로 부터 전달된 것입니다”라고 적어 이 편지가 시민사회에 계속 릴레이 편지로 이어지는 것임을 알 수 있었다.
장하성 교수는 이어 “참여연대 경제민주화위원장을 맡고 있는 고려대학교 경영학과 장하성 교수 입니다”고 시작하면서 비로소 이 E-mail의 시작이 장하성 교수로부터라는 것을 알게 됐다. 장하성 교수는 이어 “참여연대가 집중투표제와 증권집단소송제 도입을 위하여 국회에 입법청원을 했습니다만, 안타깝게도 개혁을 추진해야할 민주당과 정부가 이 법을 반대하고 있습니다”라고 고자질했다.
장하성 교수는 더욱 노골적으로 “집단투표제는 민주당과 정부가 전면 반대하고 있습니다. 집단소송제는 도입하기로 했다는 보도가 있었으나 이는 사실을 왜곡한 것입니다. 정부와 민주당이 재벌의 압력에 굴하여 국민을 눈속임한 것입니다. 정부의 안은 상장회사의 10%에만 적용되어 전혀 실효성이 없습니다. 국민의 혈세로 150조원의 부실을 매워주고도 단 한사람 책임진 재벌이 없습니다. 대주주의 횡포로 서민들이 주식투자에서 손해를 보아도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그 이유는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제도가 없기 때문입니다”고 장하성 교수는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장하성 교수는 다시 “재벌기업을 투명하고 책임지는 체제로 개혁해야 합니다. 더 이상의 경제위기를 겪지 않기 위해서는 반드시 이 제도가 도입되어야 합니다”라면서 “전경련 등의 재벌들은 민주당 등에 적극적인 로비를 하여 법안통과를 저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참여연대는 시민들의 참여와 지지로 이번 국회에서 반드시 이 법을 통과시키고자 합니다”라고, 장하성 교수는 시민사회에 민주당을 고발했다.
장하성 교수는 나아가 “민주당과 정부에 국민의 목소리를 들려주십시요. 국민들의 힘으로 이 법안을 통과시킵시다”라면서 “여러분의 서명이 곧 국민의 소리입니다”라고 이날 편지글의 말미를 장식했다.
장하성 교수는 외국의 언론매체와 인터뷰에서도 한국 재벌 개혁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지난 2012년 11월 21일 세계적인 경제 전문지 월 스트릿 저널(The Wall Street Journal, 기자 Evan Ramstad)이 한글과 영어로 보도한 뉴스에 따르면 장하성 교수는 재벌 및 대기업 주식에 대해 투자자들의 입장을 힘차게 대변해주는 기업지배구조 전문가로 이름이 높은 장하성 교수는 당시 안철수 대선 후보 캠프에서 ‘국민정책본부장’으로 활동하고 있었다.
월 스트릿 저널은 이날 기사에서 장하성 교수에 대해 “지난 수 년 동안 장하성 교수는 대기업이 주주배당금을 늘리고 재무실적을 더 적극적으로 공개하며 경영투명성을 개선해야 한다고 촉구해 왔다”면서 “소버린자산운영(SAM)이2004년 적대적 인수를 꺼내들고 SK에 경영개혁을 요구했던 때처럼 투자자들이 경영진에 도전하는 (흔치 않은) 사태가 발생할 때마다 언론에는 장하성 교수의 이름이 오르내려 왔다. 이러한 이유로 가족 내 승계로 유지되는 재벌기업들은 장하성 교수를 거슬리는 존재로 여기고 있다”고 소개했다.
월 스트릿 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장하성 교수는 안철수 후보 경제정책의 근간이 재벌에 대한 반감이 아니며, 구조적 문제가 한국경제의 성장잠재력을 저해하고 있기 때문에 차기 대통령이 이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벌지배가 여러 구조적 문제 중 하나라고 장하성 교수는 밝혔다고 월 스트릿 저널은 장하성 교수를 평가하고 있었다.
월 스트릿 저널은 당시 대선 상황에 대해 “현재 안철수 후보는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에 맞설 단일후보를 배출하기 위해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와 단일화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다음 주 월요일 후보등록일을 앞두고 안철수 문재인 두 후보가 단일화에 성공할 것인지, 단일화를 어떻게 할 것인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월 스트릿 저널은 이어 장하성 교수와의 인터뷰 내용을 소개하면서 “다음은 인터뷰를 발췌한 내용이다. 이번 인터뷰에서 장하성 교수는 포괄적인 경제해결책으로 제시되고 있는 ‘경제민주화’라는 표현을 정의했다”면서 “WSJ: 안철수 후보와 함께 재벌해체를 목표로 하고 있는지?”라는 질문을 던졌다.
장하성 교수는 이에 대해 “해체라는 말은 전혀 옳지 않다. 재벌해체를 원하는 사람은 없다. 경제민주화란 국민들이 함께 잘 사는 것을 의미한다. 경제성장률과 가계소득 성장률 격차는 계속 벌어지고 있다”면서 “소득격차만 확대되고 있는 것도 아니다. 다양한 경제사회 구조에서 격차가 확대되고 있다. 수도권 대 나머지 지역, 정규직 대 계약직, 계층 간 교육수준 차이를 이러한 예로 들 수 있다. 재벌기업 간에도 격차가 확대되고 있다. 경제성장혜택이 일반 국민에게 돌아가고 있지 않다는 말이다”라고 장하성 교수는 정의했다.
장하성 교수는 나아가 “기업 또는 재벌해체를 주장하는 게 전혀 아니고 정상으로 돌아갈 것을 주장하는 것이다. 시장경제에서 경쟁은 모두에게 공평해야 한다”면서 “그러나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재벌과 나머지 기업 간 거래의 불공정성이 계속 악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장하성 교수의 경제 원칙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장하성 교수는 나아가 “한국경제에서 더 이상 도전자나 성공신화를 찾아볼 수 없게 됐다. 중소기업이 대기업으로, 대기업이 그룹으로 자라날 수 없다면 성장도 있을 수 없다”면서 “구조적으로 한국경제의 잠재성장률은 계속 감소해 왔다. 지금 잠재성장률은 4% 전후로 추정되는데 반드시 유지해야 할 하한선이라 하겠다. 기존 구조를 연장하면서 문제를 해결하려 하는 대신 새로운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말하는 재벌개혁과 금융개혁, 노동개혁, 공정하고 질서있는 경쟁시장환경 회복의 의미다. 안철수 후보가 경제민주화에 포함시킨 정책들”이라고 장하성 교수는 개탄과 함께 경제 분야의 희망을 동시에 제시했다.
장하성 교수는 이어 “WSJ: 언론이나 정치적 담론에서 경제민주화가 재벌공격으로 묘사될 때가 많은 이유는?”이라고 묻자 “기득권과 재벌기업이 경제민주화를 의도적으로 잘못 풀이하고 있다. 정부가 특정 재벌그룹에게 일부 계열사 분할명령을 내릴 수 있는 규정을 제정한다는 말이 나오면, 정부가 그룹의 핵심계열사를 투기성 외국자본에 매각하게 만들려 한다는 기사를 관련 언론사가 당장 전면기사로 내보낸다. 기가 막힌 일이다. 재벌은 이미 구조조정과 분할을 거치고 있다. LG는 그룹 3개로 분리됐다. 현대는 가족분쟁 때문이기는 하지만 분할했다”고 지적했다.
장하성 교수는 이어 “WSJ: 경제활성화를 위한 프로젝트에서 정부역할이 뭐라 생각하는지?”라는 물음엔 “4대강개발과 같은 정부 주도 건설프로젝트 확대나 노동구조 불균형을 악화시키는 임시직 창출로는 성장잠재력을 회복할 수 없다”면서 “문재인 후보 진영은 정부 주도 건설프로젝트를 일부 중단하고 자금을 복지로 돌려야 한다고 말하지만, 프로젝트 중단으로는 지속가능한 복지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면서 “프로젝트는 한정된 시간 동안 진행되는 반면, 복지체제는 10년이나 20년씩 지속된다. 서로 완전히 다른 구조이다”라고 문재인 후보와 민주당의 경제 정책기조에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장하성 교수를 문재인 대통령이 발탁한 것은 잘된 인사일까? 자신의 경제 정책에 대해 쓴소리를 하고 민주당 경제 정책과 의정활동을 비판하고 시민사회에 고발했으며, 이처럼 과거 2012년 대선에선 문재인 대통령 후보와 대적했던 안철수 캠프에서 요직을 맡으며 문재인 후보의 경제정책을 비판했던 인물이다. 시민사회단체에선 장하성 교수의 임명을 탁월한 선택이라는 반응이다. 아울러 김상조 한성대 교수를 공정거래위원장으로 지명한 데 이어 21일 장하성 고려대 교수를 청와대 정책실장으로 임명한 것을 두고는 문재인 대통령이 자신의 ‘문재인 사람’프레임을 과감히 깨고 인재를 등용한 것은 ‘경제 민주화’ 실현에 대한 강한 의지의 표현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장하성 교수의 발탁이 문재인 정부 경제 정책에 ‘파란불’이 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한인협 = 박귀성 기자]
박귀성 기자 skanskdl0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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