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딸 정유라가 귀국한다. 정유라 귀국에 맞춰 정유라의 친모 최순실은 정유라를 살려달라고 외쳤다. 정유라는 최순실 친딸일까? 촛불집회에서 적지 않게 터져나왔던 의혹이다. 박근혜씨는 왜 정유라에게 수백억씩이나 지원하면서 국가 기강을 흔들었던 것일까? 정유라 최순실 박근혜 세 사람은 어떤 관계일까?

돌아오는 정유라, 도피에서 체포·강제송환까지 5개월이 걸렸다. 아니 정유라 관련 의혹이 불거지고 이화여대에서 시작한 각종 논란이 일파만파 확산되기 시작한지 10개월이 흘렀다. ‘비선 실세’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의 강제송환 일정이 확정되면서 정유라 씨가 덴마크에서 구금된지 5개월여 만에 우리나라로 돌아오게 됐다. 정유라는 지난 30일 덴마크를 출발해 귀국길에 올랐다. 최순실은 박근혜 재판에서 정유라에 대해 이성을 잃은 외침을 쏟아냈다. 정유라 귀국에 최순실이 광분한 것이다.

▲ 최순실의 딸 정유라가 귀국하는 31일 오후까지 정유라 관련 이대 관계자들과 정유라 지원 의혹을 받는 이들의 재판이 줄줄이 예정돼 있다. 최순실은 최근 정유라 본국송환을 앞두고 이성을 잃는 발언을 쏟아내 화제가 됐다.

지난해 8월부터 이어진 정유라의 도피부터 체포, 강제송환까지 최순실의 국정농단 의혹이 막 불거지던 지난해 8월 독일로 출국한 최순실과 정유라는 독일 프랑크푸르트 인근 헤센주의 슈미텐에 있는 최순실 소유 주택에서 한동안 머무른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정유라의 행방은 오리무중이었지만, 현지 시각으로 지난 1월 1일, 슈미텐에서 약 천 킬로미터 가까이 떨어진 덴마크의 올보르에서 경찰에 전격 체포됐다.

정유라는 당시 최순실 딸로 알려졌다. 정유라는 지난 1월 “아이와 함께라면 보육원에 있든 사회단체에 있든 병원에 입원해 있든 상관없다”고 버텼고, 당시 박영수 특검은 정유라를 조사하기 위해 자진 입국을 요구했지만, 정유라는 끝내 자진 귀국을 거부해고, 덴마크 구금시설에서 5개월을 버텼다.

이처럼 정유라가 버티기에 들어가면서 특검은 범죄인 인도청구 절차를 밟았다. 최순실과 그의 법정 대리인 이경재 변호사는 정유라의 귀국을 반대했다. 덴마크 검찰도 특검의 청구를 받아들여 지난 3월 17일 한국 송환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이에 불복한 정유라는 덴마크 올보르 지방법원에 소송을 내는 등 다시 버티기에 들어갔다. 덴마크 법원이 정유라가 제기한 소송을 지난 4월 기각했지만 정유라는 다시 고등법원에 항소하며 귀국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최순실이 정유라 귀국을 반대했다는 설이 무성하게 쏟아졌다.

그러다 정유라가 지난 24일 갑자기 항소심을 스스로 철회하면서 강제송환이 최종 결정됐다. 결국 정유라는 지난 29일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출발해 오늘 오후 3시쯤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하는 항공편으로 구금된 지 5개월여 만에 우리나라로 돌아오게 됐다. 최순실은 박근혜 재판에 참석해서 “정유라를 죽이지 말라!”고 광분했다.

정유라가 입국하는 이날은 ‘정유라 이대 특혜 관련 재판이 결심에 이르러 매듭지어지는 날이다. 정유라 특혜 관련해서 최순실 등 관련자들에게 구형이 내려진다.

정유라씨가 한국땅을 밟는 31일 이날 최순실의 이화여대 입학 및 학사 특혜 관련 재판이 마무리된다. ‘이대 특혜’ 수혜자인 정유라가 국내로 들어오는 것은 덴마크 현지경찰에 체포된 지 150일 만이다.

정유라가 귀국하는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9부(부장판사 김수정)는 이날 오후 2시10분 최씨와 최경희(55) 전 이대 총장, 남궁곤(56) 전 이대 입학처장 등 4명의 업무방해 등 혐의 결심 공판을 진행한다.

특검은 재판부에 최순실 등에 대한 구형 의견을 밝히고, 변호인들은 이를 반박하는 최후 변론을 펼칠 예정이다. 최순실과 최경희 전 총장, 남궁곤 전 처장도 직접 마지막 최후진술을 해서 입장을 밝힌다.

최순실과 정유라는 이대 입학 과정과 재학 시절 특혜를 제공하도록 압력을 행사한 혐의로 기소됐다. 최경희 전 총장과 남궁곤 전 처장은 최순실의 요구로 정유라에게 편의를 봐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최순실은 그간 재판 과정에서 정유라의 이대 입학이나 학사 특혜를 부탁한 적이 없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해왔다. 최경희 전 총장 역시 “정유라가 입학할 당시 최순실을 알지 못했다. 교수들에게 정유라에게 학점 편의를 봐주라고 지시한 적도 없다”며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고 있다. 아무도 최순실과 정유라에게 편의나 특혜를 제공한 사실이 없는데, 정유라는 이대에 입학했고, 학교를 가지도 않고 강의를 듣지도 않았는데 학점과 진학을 할 수 있었다.

이대 교수들의 결심 공판이 진행되는 오후 3시5분께 정유라는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국내에 입국할 예정이다. 지난해 9월 독일로 출국한 이후 잠적 생활을 하던 정유라는 지난 1월1일 덴마크 올보르에서 현지 경찰에게 붙잡혔다. 최순실은 자진 귀국해서 하루를 호텔에서 보내고 검찰에 출두했다.

정유라가 귀국하는 이날 오후 4시 이영선 전 청와대 경호관의 의료법 위반 방조 혐의 6차 공판이 형사합의25부(부장판사 김선일) 심리로 진행된다. 재판에는 박근혜씨가 증인으로 출석할 예정이다. 박근혜씨는 이 재판에 두 차례 증인으로 채택됐지만, 불출석 사유서를 통해 불참 의사를 전했다. 이에 재판부는 30일 구인영장을 발부했다. 억지로 끌고 나오겠다는 거다.

같은날 오전 10시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진동) 심리로 열리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뇌물공여 혐의 21차 공판에는 박원오 전 한국승마협회 전무의 증인 신문이 예정돼있다. 박원오 전 전무는 최순실 측근으로 지목된 인물로, 특검은 박원오 전 전무가 최순실과 삼성 사이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 등을 파악하는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정유라 최순실과는 별도로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을 주도한 혐의로 기소된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등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 20차 공판도 형사합의30부(부장판사 황병헌) 심리로 오전 10시10분에 진행된다. 이 재판에는 김낙중 주LA한국문화원장이 증인으로 출석해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실 행정관 근무 당시 문체부에 블랙리스트 명단을 전달한 정황 등을 진술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유라 소환이 임박하자 최순실은 지난 29일과 30일 박근혜 재판에서 딸 정유라 씨의 강제송환을 앞두고 법원에서 억울하다고 주장했다. 최순실은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박근혜 전 대통령과 자신의 재판에서 이같이 말했다.

최순실은 삼성이 자신의 딸 정유라를 지원하기 위해 한 건 아니고 박원오 전 대한승마협회 전무가 자기네들끼리 중장기 로드맵을 만들기 위해서 삼성을 이용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원호 전 전무가 삼성으로부터 지원을 받으려고 정유라가 포함된 2020년 도쿄올림픽 승마지원을 위한 중장기 로드맵 작성을 주도했고, 자신은 거기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취지의 증언이다.

최순실은 이날 “내일 들어오는 애한테 정말 특검이 진실을 밝혀주고 애를 살릴 수 있는 방향으로 갔으면 좋겠다”면서 귀국을 앞둔 딸 정유라를 향한 걱정도 토로했다. 최순실은 박근혜 안살림을 도와준다는 사실을 ‘국정농단 사건’이 불거지기 전부터 수 차례 들었다는 승마계 관계자의 법정 진술도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 김세윤) 심리로 30일 열린 박근혜와 최순실 뇌물 관련 공판에 증인으로 나온 이상영 전 한국마사회 부회장은 “취임 전부터 박원오 대한승마협회 전무로부터 ‘최씨는 대통령의 내실을 지원하고, 박 대통령은 최씨 딸 정유라를 아낀다’는 말을 들었다”고 증언했다.

박원오 전 전무가 최순실과의 친분을 과시하며 수 차례 이 같은 말을 반복해 “그런 얘기를 하고 다니는 게 좋지 않을 것 같다”는 조언까지 해줬다는 것이다. 내실을 지원한다는 건 안살림을 도와주는 것으로 이해했다고도 설명했다. ‘정윤회 문건 사태’가 터지기 전부터 승마계에서는 최순실이 박근혜의 비선실세라는 소문이 파다했다는 사실도 밝혔다.

삼성이 승마협회 회장단을 맡게 된다는 사실도 공식 결정되기 전에 알게 됐다고 진술했다. 그는 “한화그룹이 승마협회 회장사를 맡고 있던 2015년 초 박 전무로부터 ‘앞으로 삼성이 맡게 될 것’이라는 얘기를 들었다”며 “이후 그의 말대로 회장사가 변경돼 깜짝 놀랐다”고 털어놨다. 이후 “전지훈련 장소가 독일이며 700억원 정도를 삼성이 지원하기로 돼 있다”는 박원오 전 전무의 얘기를 듣고 정유라가 포함된 선수단이 가서 훈련하는 것이라고 이해했다고도 덧붙였다.

박근혜는 이 날도 재판 내내 ‘40년 지기’ 최순실과 시선을 마주치지 않았다. 최순실이 입정할 땐 의도적으로 고개를 숙였다가 최순실이 자리에 앉고 나서야 정면을 바라봤다. 매일 진행되는 재판에 피곤한 듯 눈가를 자주 문질렀고 수 차례 하품을 했다.

이처럼 박근혜가 정유라 지원에 집착하고 실제로 드러난 지원 액수가 수백억에 이르는 등 검찰수사와 특검을 통해 정유라 지원 사실과 특혜 지원 사실이 드러나자 재야권 일각에선 정유라 귀국하면 DNA를 검사해서 누구의 딸인지를 검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기도 했다. 촛불집회가 한창이던 지난 2016년 촛불집회에선 “박근혜가 무엇 때문에 수백억원씩을 겨우 스무살 어린 학생 신분인 정유라 한 사람에게 지원하고 정유라에게 그토록 집착했는지 이유를 모르겠다”면서 “정유라 DNA 검사를 반드시 해봐야 한다”는 내용의 주장이었다.

[한인협 = 박귀성 기자]

박귀성 기자  skanskdl01@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