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계탕 뽀삐탕 초복 중복 말복엔 뭘 먹어야 하나? 복날엔 삼계탕과 뽀삐탕을 놓고 갑론을박이 나온다. 초복 중복 말복 삼계탕 뽀삐탕 어느 게 진짜일까? 초복 중복 말복 중에 12일 초복을 맞아 삼계탕과 뽀삐탕을 두고 고민하는 국민이 적지 않다. 일반적으로 뽀삐탕을 먹는다고 하면 외계인 취급을 받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초복 중복 말복, 복날에는 삼계탕보다는 뽀삐탕을 더 선호했다. 하지만, 지난 1988년 서울 올림픽을 앞두고 국제적으로 영향력이 있던 프랑스 섹스심벌로 이름난 여배우 브리짓드 바르도가 우리나라를 뽀삐탕으로 먹는 야만적인 나라라고 규정하고, 이를 국제적으로 알리겠다고 엄포를 놓으면서 우리 사회에 커다란 논란을 일으키면서 뽀삐탕에 대한 인식이 점차 바뀌게 됐다.

▲ 삼계탕, 12일 초복을 맞아 중복과 말복 복날엔 삼계탕과 뽀삐탕을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게 마련이다.

삼계탕은 괜찮은 것일까? 이때부터 초복 중복 말복 등 가장 무덥다는 복날 보신탕을 즐겨 먹었던 세태가 점차 바뀌면서 해가 갈수록 보신탕 전문 음식점 매상이 줄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12일 현재 본지 기자가 평소 자주 가던 삼계탕집을 찾았다. 하지만, 삼계탕집 주인이 반갑게 맞아주기는커녕 무척이나 귀찮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돌린다. 동료와 삼계탕 한그릇씩 먹자고 약속하고 왔건만 삼계탕 가게 입구부터 푸대접이다. 삼계탕을 먹자는 기분이 완전히 가신다. 삼계탕집 주인은 뽀삐탕은 팔지 않는다. 하지만, 가끔 오는 단골 손님인데 고개를 돌린다면 삼계탕 말고 뽀삐탕을 찾아가라는 건가?

사정인 즉은 오늘 초복을 맞아 삼계탕집 예약이 모두 찼다는 거다. 삼계탕 손님으로 앉을 자리조차 없다는 이야기를 듣고 역시 복날은 삼계탕이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그렇다면 여의도 건너 영등포 시장 입구 뽀삐탕집으로 발길을 돌려야지 하고 마음을 먹었지만, 옆의 동료는 한사코 뽀삐탕을 거부한다.

그는 “내가 미니핀 2마리 반려견을 키우는 가구의 가장으로서 개고기에 대한 거부감보다 역시 애완견도 집 식구라는 개념이 있다”며 “여기 삼계탕이 안된다고 하면 점심시간 끝날때까지 기다렸다가 삼계탕을 한 그릇씩 먹자”고 했다. 그 말을 들은 삼계탕집 주인이 고개를 저의 손사래까지 친다. 그나마 미리 준비한 닭고기가 모두 동이 났다는 거다. 삼계탕이 안되면 염소 고기는 있느냐고 묻는다. 역시 없다고 한다. 이곳은 오직 삼계탕과 닭고기 관련 음식만 전문으로 하는 가게라는 거다.

뽀삐탕이 복달임의 대명사였던 터라 과거엔 복날이 되면 초복 중복 말복 복날마다 직장 회식의 단골 메뉴로 뽀삐탕이 올랐지만 이제는 이런 풍경을 찾아보기 어렵게 됐다. 삼계탕으로 눈을 돌린 거다. 이는 반려견을 키우는 인구가 늘고, 보신탕을 둘러싼 논쟁이 치열해지면서 자칫 보신탕을 권하는 것이 결례가 될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삼계탕이라고 하면 아직 그다지 반감은 나오지 않고 있다.

행여 닭을 집에서 애완동물로 키운다고 한다면 그래도 삼계탕을 먹을까? 라는 자문자답을 해봤다. 무더위가 계속되는 요즘 삼계탕집이나 염소 고깃집은 점심때가 되면 자리가 나기를 기다리는 손님들로 북적거리지만 뽀삐땅집은 언제든 가도 자리가 남아돌 정도로 한산한 모습이다. 소위 ‘영양탕’이라는 간판을 내걸고 장사를 하는 곳은 초복 중복 말복 복날이 그야말로 장날이다. 하지만, 이런 초복 중복 말복에도 최근에는 뽀삐탕을 찾는 손님은 그다지 많지 않다는 게 점주들의 전언이다. 삼계탕이 가장 무난하다는 거다.

이들 보양탕 가게 점주들은 초복에서 중복 말복까지 닭·염소 도축량은 매년 증가 추세라고 말한다. 전체 소비량만 놓고 본다면 개고기 수요는 줄고 닭·염소 소비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는 거다. 대한 육견협회의 주장에 따르면 “개고기는 오래도록 우리나라 초복 중복 말복을 지켜온 전통음식”이라는 거다. 단지, “최근 애완동물로서 대우를 받는다고 사람처럼 개의 복지를 생각하는 사람들 인식이 잘못됐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삼계탕과 뽀삐탕이 다를 게 없다”는 거다. 다 같은 가축에 지나지 않는다는 인식이다.

심지어 이들은 “뽀삐탕 대신 삼계탕이라면 닭이 같은 가축인데 잔인하게 털이 홀랑 벗겨져서 완전 누드로 덜그러니 뚝배기 속에 발랑 누워 있다고 생각해봐라. 그게 먹을 음식인가?”라고 오히려 삼계탕 혐오 인식을 주장한다.

12일 초복을 맞아 언론들은 일제히 “보양 음식을 파는 식당들은 벌써부터 북적인다”면서 “더위를 이기기 위한 음식으로 삼계탕만한 게 없다”고 오프닝 맨트를 해댄다. 뽀삐탕 이야기는 전혀 없다.

삼계탕은 인삼, 찹쌀, 호두, 대추처럼 건강에 좋은 것들이 듬뿍 들어있어 여름철 대표 보양식으로 손꼽히지만, 역사로 보면 삼계탕과 뽀삐탕은 현저한 차이가 있다. 삼계탕은 1960년대부터 대중화되기 시작했다. 5000년 우리나라의 역사에 비해 50년밖에 되지 않았지만 온 국민의 사랑을 받는 대표적인 보양음식이 됐다. 뽀삐탕의 몰락과 삼계탕의 부상은 대조적이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삼계탕을 먹으면 몸을 뜨겁게 하는 닭과 인삼의 효능이 바깥과의 온도 차이를 줄어들게 만들고, 실제로 더위를 덜 느낄 수 있게 된다고 한다. 조선시대에는 닭이 귀해 꿩 요리를 대신 먹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제는 초복 중복 말복 등 복날에 삼계탕이 없다는 건 상상할 수조차 없게 됐지만, 뽀삐탕은 찬밥신세다. 초복을 지나 중복 말복을 앞두 복날에 삼계탕과 뽀삐탕.. 만감이 교차한다.

[한인협 = 박귀성 기자]

박귀성 기자  skanskdl01@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