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덴티티, 한여름 밤의 ‘오싹’

아이덴티티 ‘반전’을 위한 ‘반전’ 박귀성 기자l승인2017.07.30l수정2017.07.30 0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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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덴티티 오싹한 영화다. 아이덴티티 본 뜻은 ‘정체성’이다. 아이덴티티 EBS 세계의 명화에서 편성했다. 영화 ‘아이덴티티’는 영화 마니아들에겐 ‘반전’ 영화라지만, 아이덴티티는 상상을 또다시 초월하는 ‘반전’의 ‘반전’을 거듭한다.

29일 EBS 세계의 명화에서는 ‘아이덴티티’를 방영했다. 2003년 개봉한 스릴러 영화 ‘아이덴티티’ (원제: Identity)는 제임스 맨골드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존 쿠삭, 레이 리오타, 아만다 피트, 존 호키스, 알프리드 몰리나 등이 출연했으며, 아이덴티티 이 영화는 국내 개봉 당시 영상물등급위원회로부터 15세 관람가를 받았다. 전국 누적 관객수는 46만 8817명을 기록했다.

▲ 아이덴티티, 29일 저녁 EBS 명화극장에서 한여름 밤의 납량특집으로 선정해서 방영했다. 아이덴티티는 공포물이지만 추리물이기도 하고, 심리극이기도 하다. 아이덴티티의 한 장면을 갈무리했다.

아이덴티티 줄거리를 살펴보면 폭풍우가 치던 한 모텔에 모인 사람들에게 닥친 뜻밖의 사건을 배경으로 한다. 사람들이 하나 둘 죽어나갈 때마다 범인은 카운트다운으로 심상찮은 카운트 다운을 한다. 카운트 다운에는 어떤 뜻이 숨어있을까. 아이덴티티만의 스릴이다.

‘아이덴티티’는 영화가 끝나는 순간, 새로운 공포가 시작된다. 폭풍우가 몹시도 사납게 쏟아지던 깊은 밤, 네바다 주 사막 한가운데 위치한 한 모텔에 전혀 서로 상관이 없을 것 같던 10명의 투숙객이 모여든다. 중년 부부와 아이, 여성배우와 그의 운전기사, 경찰과 그가 호송하고 있던 살인범, 라스베이거스에서 막 결혼을 하고 오는 젊은 남녀, 라스베이거스를 떠나 고향으로 향하던 성매매 일을 하는 여성 등이다. 그리고 아이덴티티만의 반전 여기에 신경질적인 모텔 주인까지 가세한다.

아이덴티티 시작 이후 사나운 폭풍우로 주변 시야가 흐려지자 사람들은 어둠과 폭우가 걷히기를 기다리는 듯 하다. 하지만 화는 혼자 오지 않는다는 말처럼 설상가상으로 이내 모든 통신이 두절되고 만다. 모델에 갇힌 것과 다름없는 상황이다. 아이덴티티가 공포스러운 대목이다.

이어서 여성배우가 급작스레 살해되는 일이 벌어진다. 그녀의 잘린 머리와 9호실 열쇠가 세탁기에서 발견된다. 아이덴티티는 잔인하다. 다시 또 사람이 죽어나간다. 그때마다 카운트다운을 하듯 죽은 이들의 몸에서 방 번호가 적힌 열쇠가 나온다. 아이덴티티는 번호가 부여될 때마다 살인 사건이 하나씩 기록된다.

아이덴티티는 이렇게 놓고 보면 추리적 재미와 반전의 충격까지 갖췄다. 이제부터는 살아남기 위해서 남은 이들이 범인을 추리해내야 한다. 하지만 좀처럼 잡히지 않는 범인의 윤곽과 함께 시간이 갈수록 사람들은 하나 둘 씩 죽어나간다. 아이덴티티가 스릴러물의 전형적인 작품이라는 증거다.

물론 아이덴티티 영화의 다중인격이라는 설정 자체가 이미 일정 정도 이상의 격한 충돌을 야기하며 공포와 두려움을 극대화한다. 각 인격들마다 캐릭터가 확실하고 비중도 크게 차이가 없어 캐릭터의 앙상블을 볼 수 있다. 살아남은 이들은 이 공포스러운 장소와 분위기에서 한시 바삐 벗어나고 싶지만 갇혀 있는 모텔에서 머무를 수 밖에 없는 가운데 더 공포스러운 상황이 전개된다. 바로 영화 ‘아이덴티티’의 절정적 공포가 그것이다. 지금까지 살해된 시체가 하나 둘 씩 사라지기 시작하는 거다.

마침내 애드는 모텔에 모인 사람들의 정체성(아이덴티티)를 깨닫게 되는데, 아이덴티티 영화 관객들은 영화가 시작되면서 살인 사건이 한 건 날 때마다 범인이 누구인지를 부지런히 알아내려고 추리하게 된다. 아이덴티티가 영화 진행에 따라 관객과 호흡하는 대목이다. 아이덴티티 스토리 전개가 진행됨에 따라 관객이 상상력과 추리력을 동원해서 아이덴티티 영화속의 범인을 유추하게 되면서 관중의 몰입도를 높이고, 공포감을 극대화시킨다는 것이다.    

전혀 익숙치 않은 외딴 곳 모텔에 모여든 서로 관계 없는 낯선 이들, 그리고 느닷없이 맞이 하는 끔찍한 살인과 죽음 사이 ‘아이덴티티’는 상황 설정 자체가 일단 흥미를 유발한다. 그리고 곧바로 관객은 질문을 던지고 추리를 해나는 거다. 관객들은 “과연 누가 이들을 죽였을까?” 영화가 전개되면서 관객들은 “영화 아이덴티티 등장 인물들 그 안에 범인이 있을 것이고, 범인은 어떤 성격의 소유자일까?”라는 관객 나름대로의 추리력을 더듬어간다.

영화 아이덴티티는 후반부에 가서야 관객들의 추리에 답을 부여한다. 그 대답은 다중인격에 관한 이야기에서 온다. 여관에서 벌어지는 살인사건에 연루된 이들은 모두 다중인격으로 치료를 받아야하는 살인범 말콤(프루이트 테일러 빈스)의 서로 다른 인격들이라는 설정이다. 그런데 희생자들 옆에 범인이 남기고 간 열쇠가 사고로 우연히 사망한 사람들의 곁에도 거짓말처럼 놓여 있는 것을 보면 뭔가 이상하다. 곧이어 시체가 사라지고 애드가 심리학자와 대화를 하는 장면에서 모텔에서의 사건은 진짜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아이덴티티 영화에서 설정부터 모텔에 모인 사람들은 모두 말콤의 인격 가운데서 마치 형사처럼 보이는 에드(존 쿠삭)는 말콤의 치료를 담당하는 정신과 의사 맬릭(알프리드 몰리나)이 임의로 만들어낸 인격들이다. 아이덴티티 속에 등장하는 심리학자는 이 인격체들을 한 곳에 모이게 함으로서 말콤과 마주하게 하고 안에 있는 진짜 악의 근원, 즉 ‘살인마 인격체’를 찾아내어 없애려던 것이었다. 아이덴티티 설정이 매우 정교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아이덴티티 속에서 관객들이 본 모텔에서의 살인사건은 자신이 버려졌던 그 장소에 인격체들을 한데 모아서 인격들을 없애가는 하나의 심리 치료 과정이었던 것이다. 아이덴티티의 심리학자는 인격체들을 하나하나 없애가며 결국 ‘살인을 저지르는 인격체’를 최종적으로 제거하며 말콤이 사형선고를 피할 수 있도록 돕는다. 아이덴티티 심리학자가 말콤에게 ‘살인자의 인격을 없애야 사형을 면한다’고 이야기하자 그는 ‘애드’ 인격체로 ‘로즈’를 살해한다. 이건 또 뭐라는 설정인가? 바로 이 장면이 아이덴티티 줄거리 가운데 ‘로즈’ 역시 살인자의 인격임을 알 수 있다.

아이덴티티에 등장하는 말콤에 대해서 정리해보면 이 영화의 답은 나온다. 먼저 말콤은 범죄자다. 창녀의 아들로 태어나 사랑받지 못하고 자랐다. 그리고 어느날 모텔에 버려졌다. 아이덴티티 속에 모텔의 인물들을 몇 면만 들여다보면 말콤이 살면서 느낀 ‘인간들’에 대한 견해를 대입시켜볼 수 있다. 아이덴티티 속의 모텔에 있던 젊은 커플들의 모습은 어렸을 적 말콤이 목격해온 어른들의 관계를 표현했다. 

아이덴티티 속에서 그들은 서로 소리를 지르며 싸우고 거짓말로 관계를 이어간다. 가장 공포스러움은 거짓말이라는 거다. 특히, 아이덴티티 속에서 드러나는 젊은 커플들이 싸우는 도중, 폭력적인 모습을 보이던 ‘루’가 죽는 장면에서 ‘루’가 어렸던 말콤에게 폭력을 행사한 주변 어른 중 하나의 인격체가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아이덴티티가 관객에게 던지는 질문인 셈이다.

이렇게 영화 ‘아이덴티티’는 액자식 구성을 통해 두 가지 이야기를 동시에 갖고 전개해 나간다. 하나는 모텔에서 벌어지는 살인사건의 현장으로 액자 안의 이야기다. 액자 밖은 사형선고를 받은 다중인격의 살인범 말콤을 화자로 내세워 자신의 심리를 드러내게 한다. 아이덴티티 속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이 말콤의 살아온 매듭 과정을 하나씩 채워 넣는다. 결국 아이덴티티 스토리 전개는 이들 모두가 살인자적 인성을 지니고 있다는 거다.

특히 영화 아이덴티티를 감독한 제임스 맨골드는 살아남은 4명의 등장인물들이 한방에 모여 앞으로의 대책을 의논하는 밀실장면을 애착이 가는 장면으로 꼽기도 했다. 아이덴티티 인물들 사이에 극적이고 극한 감정적 충돌이 일어나는 순간으로, 인간의 본성을 가장 리얼리티하게 그려낸 장면이기도 하다.

참고로 제임스 맨골드 감독은 아이덴티티를 연출을 하기 이전 ‘올리버와 친구들(1988)’의 시나리오 작가로 데뷔했다. 감독 데뷔작인 ‘헤비(1995)’로 미국 독립 영화계와 평단의 주목을 받는다. 위노나 라이더와 안젤리나 졸리가 출연한 ‘처음 만나는 자유(1999)’와 ‘앙코르(2005)’ 등을 통해 감독은 자기만의 아픔으로 철저히 혼자가 됐던 인물들이 차츰 세상 밖으로 나오는 이야기를 장기처럼 그려왔다. 아이덴티티는 그의 절정판이었다.

제임스 맨골드 감독은 아이덴티티는 스릴러 장르의 전형적인 규칙을 충실히 따르면서 결정적 반전을 심어뒀다. 감독 스스로가 아이덴티티를 통해 애거서 크리스티의 추리소설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와 앨프리드 히치콕의 ‘이창(1954)’, 리들리 스콧의 ‘에이리언'(1979)’, 존 카펜터의 ‘괴물'(1982)’의 서스펜스를 실험해보고 싶었다고 말한 바 있다. 아이덴티티의 탄생 배경인 셈이다.

말콤이 사실상 아이덴티티의 주인공 내지 영화의 모티브였다. 말콤의 눈에는 아이덴티티에 등장하는 인물 누구도 모두 과거의 나쁜 기억속의 한 인물일 뿐이다. 창녀 파리스는 말콤 자신을 버린 엄마가 되고, 아이덴티티에서 전직 경찰이었던 에드는 어린시절 자신의 우상이었던 정의의 사도 쯤 되지만 범죄자이면서도 경찰인 척하고 거짓말을 일삼는 로즈는 에드와 상반되는 악의 근원이다. 아이덴티티가 반전을 꾀하는 또하나의 이유다. 티모시는 조용한 어린아이로 나오는데 바로 말콤의 어린시절을 비춰주는 거울 역할이다.

아이덴티티는 결국 살인을 저지르는 인격체를 모두 제거했다면서 영화가 끝나는 것 같지만, 마지막 장면에서 가장 큰 반전을 꾀한다. 아이덴티티 말미엔 겱구 범죄를 저지른 것은 그의 다른 인격체가 아니라 어렸을 적의 말콤 자기 자신이었다. 모텔에서 벌어졌던 살인마 티모시의 모습이 현실에서도 그대로 이어지는 것이다. 아이덴티티의 가장 큰 반전이자, 이 영화 아이덴티티의 결론이다.

[한인협 = 박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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