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절남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후 오늘 처음 맞는 광복절 경축사에서 한반도 위기 속 어떤 메시지 내놓느냐가 관심사다. 일단 각계각층과 청와대의 입장을 조합해보면 이번 광복절 경축사엔 북한에 대해 압박 및 제재 속 대화 추구라는 ‘투트랙 기조’를 담을 듯이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리는 제72주년 광복절 경축식에 참석해 문재인 대통령 취임 후 첫 광복절로, 문재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약 20여분 분량의 광복절 경축사(8·15 경축사)를 낭독할 예정이다.

▲ 광복절은 하루 앞둔 14일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영빈관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과 독립유공자 국가 유공자와 유가족 등 400명을 초청해 오찬을 함께하면서 순국선열과 독립 국가 유공자들에 대한 예우와 의전을 높일 것을 약속하고 있다. 사진 = 청와대 사진 기자단

광복절을 맞아 문재인 대통령에 앞서 역대 대통령들은 통상 8·15 경축사를 통해 대북정책 및 제안, 대일메시지를 비롯해 굵직한 국정화두를 제시해왔다. 이런 광복절 경축사 관례 때문에 문재인 대통령의 광복절 8·15 경축사에도 정치권 안팎의 큰 관심이 쏠리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도 광복절 8·15 경축사를 가다듬는 일에 상당한 신경을 써왔다. 청와대 관계자는 전날인 14일 기자들과 만나 문재인 대통령이 사흘간 광복절 8·15 경축사를 손수 검토했다고 전했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은 이번 광복절 경축사에 북한이 최근 연이은 무력도발로 국제정세를 뒤흔들고 있는 만큼 문재인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에 담길 대북메시지가 무엇이냐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복수의 청와대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날 광복절 경축사 메시지는 ‘동북아평화번영’과 ‘보훈’이라는 키워드가 주가 될 것으로 전해진다. 문재인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에 담길 동북아평화번영의 경우, 대북·대일메시지와 연관돼 있다는 전언도 나왔다.

문재인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 내용을 분석해보면 우선 대북메시지의 경우, 한 청와대 관계자는 지난 11일 “동북아의 새로운 질서를 저해하는 것 중 하나가 북한 상황”이라며 “어느 선에서 메시지에 담을지 엄중히 보고있다”고 전한 바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광복절 경축사에 담을 대북메시지에 대해서는 압박 및 제재 속 지속적으로 대화를 추구한다는 ‘투트랙 기조’를 담을 것으로 예상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 도발에 대한 비판의식 속 대북대화를 기조로 한 자신의 대북정책인 ‘베를린 구상’을 구현하고자 하는 의지가 강하다. 따라서 이번 광복절 경축사에선 베를린 구상을 가일층 확고히 하는 내용이 담기는 게 아니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에선 이같은 베를린 구상에 따라 북한의 핵과 미사일 도발을 규탄하면서 10·4선언 10주년 및 추석을 계기로 한 남북 이산가족상봉 제안 등이 다시금 북한을 향한 제안 목록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광복절 전날인 14일에도 청와대에 400명의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와 독립운동가 국가유공자와 그 유가족 등을 초청한 자리에서 이같은 기조의 발언을 내놨었다. 광복절 경축사의 커다란 줄거리를 미리 내비친 셈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당일 수석·보좌관 회의에서는 “북한은 더 이상 상황을 악화시키지 말고 도발과 위협적 언행을 즉시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면서 “우리는 북한이 올바른 선택을 할 경우, 남북 간 교류 협력을 획기적으로 발전시켜 우리 민족의 밝은 미래를 함께 개척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발언 역시 이번 광복절 경축사에 담기는 게 아니겠느냐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아울러 문재인 대통령은 이번 광복절 경출사에서 일본을 향해선 동북아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 역사문제가 반드시 해결돼야 한다는 메시지를 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광복절 기념 행사에는 처음으로 정부의 공식 초청을 받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2명과 독립유공자 후손, 일제강점기 당시 조선인으로서 강제노역을 당했던 ‘군함도’ 생존자 등이 참석한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광복절 경축사에서 박근혜 정부 당시 합의된 ‘12·28 위안부 합의’와 관련해 수용이 어렵다는 입장도 내놓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7일 독일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가졌을 당시에도 아베 총리가 ‘위안부 합의 이행’을 언급한 데 대해 “우리 국민 대다수가 정서적으로 수용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인정하면서 양국이 공동으로 노력해 지혜롭게 해결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었다. 이번 광복절 경축사에 이같은 문제가 담긴다면 박근혜 정권에서 저지른 ‘위안부 문제 12.28 한일협정’이 무력화 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광복절 이날이 국가유공자들을 위한 날이기도 한만큼 광복절 경축사엔 ‘보훈’에 대한 메시지도 강력하게 포함될 것이란 전언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6월6일 제62회 현충일 추념사를 통해 ‘보훈정책의 발전’을 약속했었고, 이번에는 이같은 의지를 구체화한 보훈정책을 이번 광복절 기념사에 담을 것으로 보인다.

역대 대통령의 첫 광복절 경축사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당시 대통령의 정치철학과 대북기조 외교 인식 등이 그대로 들어 있다. 과거 1994년 8월 15일 김영삼 대통령의 첫 광복절 경축사에는 “우리는 민주주의의 굳건한 토대 위에서 민족의 자주적 역량으로 냉전과 분단을 극복하고 민족의 숙원인 평화 통일을 반드시 이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뒤를 이은 1998년 8월 15일 김대중 대통령 첫 광복절 경축사에선 “‘국민의 정부’는 남북기본합의서의 정신에 입각하여 북한의 안정과 발전을 지원할 용의가 있다. 이 모든 문제를 협의하기 위하여 대통령 특사를 평양에 보낼 용의가 있다”고 남북관계를 특히 강조하고 한 걸음 더 나아가는 계기를 만들었다.

2003년 8월 15일 노무현 대통령의 첫 광복절 경축사엔 “북핵 문제는 이제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기 시작한다. 앞으로 북핵 문제가 해결되면 남과 북은 평화체제 구축과 군사적 신뢰 구축을 위한 협의를 본격적으로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말해 사실상 광복절 경축사가 남북 화친의 전환점이 되기도 했다.

그러나, 광복절 경축사는 2009년 8월 15일 이명박 대통령 광복절 경축사에서 급선회하게 된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무기와 병력을 서로 줄이고, 뒤로 물러서야 진정한 평화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면서 “우리 정부는 언제, 어떠한 수준에서든 남북 간의 모든 문제에 대해 대화와 협력을 시작할 준비가 되어 있음을 분명히 밝혀두는 바”라고 말해 이날 광복절 경축사가 남북 화해와 협력을 주장했지만, 사실상 남북 문제에 대해선 거의 관심도 진전도 없는 정권이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는 더욱 황당무계했다. 2013년 8월 15일에 있던 박근혜 대통령 첫 광복절 경축사에선 “진정한 의미의 광복과 건국은 한반도에 평화를 이루고 남북한이 하나 되는 통일을 이룰 때 완성된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진심으로 북한의 변화를 기다리며 열린 마음으로 북한을 적극 도울 준비가 되어 있다”고 했지만 이 광복절 경축사도 박근혜 전 대통령 본인이 아닌 최순실이 대필한 것인지 모를 정도로 남북 문제는 극한의 대립으로 치닫기 시작했다. 문재인 대통령 오늘 첫 광복절 경축사, 한반도 위기 속 어떤 메시지 내놓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한인협 = 박귀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