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태경 최고위원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최근 문재인정부가 사드 4기를 추가 배치하면서 그동안 여야 간 정쟁으로 비화된 사드 논란이 일단락 됐다”면서 “사드 배치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던 문재인 정부가 현실을 깨닫고 정책을 선회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하태경 최고위원은 그러나 이날 본론에 들어가서는 대뜸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지난 발언을 문제 삼고 “하지만 모처럼 만에 정부와 야당이 한 뜻을 모았는데, 유독 침묵을 유지하고 있는 한 사람이 있다”면서 “바로 사드 배치 반대에 열을 올렸던 추미애 대표”라고 추미애 대표의 실명을 또박또박 발음하며 추미애 대표를 정면으로 겨냥했다.
 
하태경 의원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주장한 바에 따르면, 추미애 대표는 과거 최고위원 시절부터 사드 배치를 강하게 반대해 왔다. 심지어 확인되지 않은 괴담까지 양산하며 국민을 공포로 몰아세운 적이 있다. 이를테면 ‘반경 3.5km 내에 사람이 지나다니면 안 되는 강력한 전자파가 발생한다’, ‘사드 배치 결정을 즉각 재검토해야 한다’고 발언한 바 있다.

하태경 의원은 이에 더 나아가 “또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추미애 대표가) ‘사드배치 반대가 당론’이라며 공식적으로 사드 배치 반대 입장을 천명했고, ‘사드가 전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며 공포 정치를 조장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하태경 의원은 다시 “그러나 문재인정부가 사드 배치 4기를 배치하는 과정에서 추미애 대표는 자신의 과거 발언에 반성하기는커녕 일언반구의 해명조차 없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야 할 여당의 수장으로서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라면서 “추미애 대표의 침묵은 책임 있는 수장의 올바른 태도가 아니다. 그 비겁한 침묵 역시 국민 모두가 기억할 것이다. 비겁자가 용서 받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사드 괴담 퍼뜨린 잘못을 인정하고 국민께 진심으로 사과하는 것뿐”이라고 역설하면서 추미애 대표를 단단히 혼을 내줬다. 

하태경 의원은 그러면서 국회 출입기자들을 위해 하태경 의원이 괴담이라고 단정한 추미애 대표 발언을 하나하나 피켓에 적어서 들고 나왔다. 국회 출입기자들에게 양질의 정보제공서비스를 한 셈이다. 하태경 의원은 ‘추미애 대표 사드반대 발언 일지’라는 제목으로 추미애 대표의 사드 관련 발언을 7개 항목으로 정리하면서 발언 날짜와 내용, 출처 등 3개 항목에 대해 일목요연하게 정리했다. 하태경 의원 입장에선 적어도 집권 여당의 당대표에 대해 지적하면서 철저한 팩트체크 정도는 예우상 필요하다고 생각한 모양새다.

하태경 의원은 추미애 대표의 첫 번째 사드 발언에 대해선 지난 2015년 3월 13일 추미애 대표가 당내에서 “중국과 러시아, 미국, 일본 사이의 지정학적 균형을 깰 수 있다. 여당이 집권당으로서의 사고를 하고 있는지 우려스럽다”고 말한 대목을 문제 삼았다.

하태경 의원은 또한 두 번째로 추미애 대표가 지난 2015년 6월 10일 당내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서 모두 발언을 했던 것을 찾아내고는 당시 추미애 대표가 “반경 3.5km 내에 사람이 지나다니면 안 되는 강력한 전자파 발생, 메르스 공포는 일시적이지만 사드 공포는 영구히 남을 것”이라는 발언을 지적했다.

하태경 의원은 이에 그치지 않았다. 꼼꼼하게 정리된 하태경 의원의 피켓에는 추미애 대표가 자신의 페이스북계정을 통해 쏟아낸 2016년 7월 8일과 16일 발언도 꺼내 들었고, 심지어 추미에 대표가 2016년 8월 27일에 JTBC와의 인터뷰에서 “원래 사드배치 반대가 당론”이라면서 “중국과 미국이 한반도에서 충돌하게 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 내용도 들고 나왔다.

여기서 그칠 하태경 의원이 아니다. 하태경 의원은 다시 추미애 대표가 ‘한국학술연구원 행사’에서 기념사를 통해 “남부한 간에 오해가 생길 수 있고 그 피해는 전쟁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한 2017년 6월 27일자 발언도 문제를 삼았고, 2017년 7월 6일에 추궈홍 주한 중국대사를 면담하는 자리에서 추미애 대표가 “사드의 실용성에 대해서 정치 외교적으로 너무 과장 과열돼 있다. 우리가 좀 더 냉정하게 봐야할 때”라고 말한 것도 이날 문제 삼은 내용 가운데 하나다.

하태경 의원이 ‘비겁한 침묵’이라고 표현한 추미애 대표의 사드 관련 과거 발언들에 대해 하태경 의원이 추미애 대표 자신의 발언에 대한 사과가 있을 것인가에 관심이 모아졌지만, 더불어민주당은 오히려 이날 곧바로 백혜련 대변인의 논평을 통해 “하태경 바른정당 의원의 추미애 대표에 대한 비난이 도를 넘어서고 있다”면서 “(하태경 의원이야말로) 집권여당 대표의 교섭단체 대표 연설 도중 고성으로 스스로 국회의 품격을 떨어뜨리는 행동에 이어, ‘추미애 대표가 문재인 대통령 머리 뒤에서 총질했다’, ‘대한민국의 안보와 단결을 위해 추미애 대표를 사퇴시켜야 한다’는 등의 막말을 일삼고 있다”고 날벼락 같은 비난을 쏟아냈다.
 
백혜련 대변인은 이어 “바른정당 대표가 불미스러운 일로 사퇴하고, 바른정당에 대한 낮은 국민 관심도 등 당내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것이라면 번지수를 잘못 찾은 것”이라면서 “국민들은 하태경 의원의 행태에 대해 청와대와 민주당 사이를 이간질하려는 저열한 정치공세라고 생각할 것이다. 또한, 본인의 정치적 체급을 올리기 위해 추미애 대표에 대해 원색적인 비난과 공격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라고 하태경 의원의 주장을 일축했다.
 
백혜련 대변인은 다시 한 번 “하태경 의원이 진정 국민을 위한 정도(政道)를 하겠다면, 사람이 행해야 할 바른 도리를 뜻하는 정도(正道)를 걷길 바란다”고 일침하며, 하태경 의원을 단단히 손을 봐줬다.

[한인협 = 박귀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