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는 지난 11일 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의 국회 인사 청문회를 진행했지만 13일 국회 청문경과보고서를 ‘부적격’ 의견으로 채택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이날 국회 본청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서 모두 퇴장한 상태에서 처리되기는 했지만, 사실상 부적격 의견에 동조했다는 분석이다.

▲ 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 11일 국회 본청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앞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13일 국회 여야는 박성진 후보자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부적격'으로 채택했다.

박성진 후보자 부적격 보고서 채택 당시엔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간사만 자리를 지켰다. 집권여당이 이렇게 청문회를 마친 장관 후보자에 대해서 부적격하다는 의견을 공식적으로 낸 것은, 보기 드문 이례적인 일이다. 그렇다고 박성진 후보자 역시 아직까지 별다른 반응도 없다. 이런 박성진 후보자에 대해 청와대는 지켜보자는 분위기다.

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보고서 채택을 논의하는 이날 오후 국회 산자중기위 여당 자리는 텅 비었다. 간사인 홍익표 의원을 제외하고는 일제히 퇴장한 거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차마 박성진 후보자에 대해 적격 의견을 내기는 힘들고, 그렇다고 여당 입장에서 부적격 의견에 동의하기도 어려운 처지를 그대로 보여줬다는 분석이다.

실제 여당 의원들 사이에서도 박성진 후보자의 자질과 능력을 적극적으로 감싸는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이에 대해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간사(서울 중구성동구갑)는 “좋은 후보자를 국민들에게 드린다는 의미에서 정부의 몫이 있고 국회의 몫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본적으로 대통령의 인사권은 존중돼야 한다”고 박성진 후보자 인사청문회에 대해 아쉬운 소회를 밝혔다. 

박성진 후보자가 자진사퇴를 거부하자,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들이 집장 퇴장을 통해 사실상 부적격 보고서 채택을 암묵적으로 동의했다는 분석이다. 이에 대해 국민의당 손금주 의원(전남 나주시화순군)은 “자유한국당 입장에서 박성진 후보자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표시하는 경우가 많았었고, 더불어민주당에서 오히려 부정적인 입장을 표시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당시 박성진 후보자 인사청문특별위원회의 분위기를 전했다.

집권여당이 장관 후보자에 대한 부적격 의견 채택에 동의한 것은 흔하지 않은 일로, 청와대의 부담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제 박성진 후보자 임명 여부에 대한 ‘고심의 공’이 청와대로 넘어갔다는 이야기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마저 박성진 후보자에 대한 부적격 의견을 사실상 묵인한 채, 부적격 보고서가 채택되면서 공은 청와대로 넘어갔다.

박성진 후보자에 대해서 사실상 여야 모두 장관으로 곤란하다는 입장을 낸 셈인데, 청와대에서는 14일 오전 현재까지 이렇다할 입장은 없다. 다만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청와대는 현재로서는 드릴 말씀이 없다며 당분간 상황과 추이를 지켜보겠다”는 입장만 짧게 전했다.

청와대의 이 관계자는 또한 “상황이 이정도까지 됐는데 박성진 후보자 본인이 먼저 연락을 하든, 청와대가 먼저 연락을 하든지 했을 것”이라고 밝혀서, 현 상황에 대해서 청와대와 박성진 후보자가 의견을 나눴을 것임을 시사했다.

만일 청와대와 통화를 했다면 박성진 후보자가 자신의 의견을 어떤 식으로든 개진을 했을 것인데, 청와대에서 아직까지 드릴 말씀이 아직 없다고 얘기하는 것은 어떤 의미 일까?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박성진 후보자가 청와대 인사나 민정 라인에 자신의 거취에 대한 입장을 밝혔냐는 질문에 “아직까지 확인된 것은 없다”라는 긍정도 부정도 아닌 미묘한 입장을 내놓았다.

박성직 후보자에 대해 상식적으로만 보자면 얼핏 이해가 안되는 대목이다. 그렇다면 청와대에서는 박성진 후보자의 최종 결정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라는 것일까? 물론 법적으로 따져보자면 국회 보고서와 무관하게 문재인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할 수는 있다. 박근혜 정부에서도 국회 청문회를 통과하지 못한 인사들에 대해 박근혜 전 대통령이 대통령 직권으로 임명을 강행했던 전력도 있기도 하다.

국회에서 부적격 보고서가 채택된 건 처음이지만 앞서 국회에서 보고서 채택 자체가 불발됐던 강경화 외교부 장관, 송영무 국방부 장관 등에 대해서도 문재인 대통령 국회 야당의 비난을 뒤로하고 그대로 임명했다.

하지만, 앞선 두 사례와는 다르게 박성진 후보자의 경우는 여당에서 조차 사실상 공식적인 반대 입장을 낸 것이어서 청와대가 앞선 사례처럼 임명 강행할 수 있을지는 그 가능성이 낮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박성진 후보자 임명 강행에는 저항과 부담이 적지 않을 것이라는 거다.

결국 내일이든 언제까지든 박성진 후보자의 최종 의견을 청와대가 기다리고 있다 이렇게 봐야한다는 것인데, 청와대 관계자는 박성진 후보자에 대한 보고서가 아직 청와대로 전달돼서 문 대통령에게 전달되지 않았다며 그 전까지는 청와대가 입장을 내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일단 시간을 좀 더 두고 지켜보겠다는 속내인 거다. 이 때문에 청와대가 하루정도의 시간을 두고 박성진 후보자에 대한 입장을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 된다.

청와대 역시 국회 인사청문회에 등장한 후보들 중에 계속해서 낙마 사례가 나오다 보니 이번 박성진 후보자 거취 문제에 있어서는 곤혹스러운 입장이다. 국회에선 여야 모두 박성진 후보자를 ‘부적격자’로 낙인을 찍어놓은 상태이고, 지난 11일엔 김이수 헌재소장까지도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이 된 마당에 청와대 내에서와 국회에서는 청와대 인사시스템에 대한 책임론도 불거지고 있다.

또한, 청와대의 경우 만약 박성진 후보자가 이대로 낙마를 하게 된다면 무재인 정부 들어서 장관 후보자로는 안경환, 조대엽 후보자에 이어서 세 번째 낙마사례가 된다. 이 때문에 청와대의 인사 책임자 격인 조현옥 인사수석에 대한 책임문제로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국회에선 야당을 중심으로 엉뚱하게 조국 민정수석 책임론도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있다.

앞서 청와대는 안경환 후보자 낙마 이후 인사추천위원회를 가동하기 시작을 해서 검증을 강화한다고 했지만, 그 후에도 박기영 전 과기혁신본부장, 이유정 헌법재판관 후보, 그리고 현재 박성진 후보자에 대한 논란까지, 인선 문제가 계속 불거져 왔다. 그때마다 조현옥 인사수석에 대한 책임론이 제기가 됐지만, 탄핵국면으로 인해 급하게 출범한 문재인 정부에서 인수위원회가 없는 급격한 구성에서 청와대는 인사수석이 책임질 문제는 아니라고 선을 그은 바 있다. 박성진 장관 후보자의 향후 거취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한인협 = 박귀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