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고된 대로 문성근은 18일 오전 피해자 신분으로 검찰 피해사실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검청사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문성근은 취재진의 질문에 “김민선(김규리 개명 전 이름)이 가장 큰 피해자”라고 언급했다. 문성근은 김규리에 대해 “영화감독은 투자를 못 받으면 저예산 독립영화를 찍으면 되고, 가수나 개그맨은 방송 출연이 안 되면 콘서트를 열면 된다. 하지만 배우는 혼자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말해, 그간 김규리의 황금기 10년 남짓한 세월을 MB국정원 블랙리스트로 인해 날려버렸다고 아쉬워했다.

▲ 배우 김규리가 12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김규리 블랙리스트' 관련 소회를 밝혔다. 김규리 인스타그램을 갈무리했다.

여배우에게 가장 아름답고 관록이 쌓일 황금기라고 할 수 있는 20대 후보에서 30대 후반까지 김규리는 MB 국정원블랙리스트로 인해 출연이 막혔다. 배우에게 출연 섭외가 없으면 실업자와 다를 게 아무것도 없다. 문성근은 김규리의 이런 점을 아쉬워한 것이다. 김규리의 지난 10년은 되돌릴 수도 없다. 김규리는 어언 불혹의 시기에 접어드는 나이가 됐다.

문성근도 김규리의 이같은 점을 지적하며 “김규리가 한창 자신을 키워갈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까지 집중적으로 불이익을 받았다. 이미 세월은 흘러갔고 회복할 수 없는 치명적 피해를 봤다”고 주장했다. 문성근은 그러면서 “김민선(김규리)을 만났다. 피해 상황을 증언하는 것도 두려워하더라”면서 “국정원이 공작해 그를 공격했던 논조가 남아 누리꾼들은 여전히 공격적이다. 피해 여성을 격려해주시고 (김규리가) 앞으로 더 많은 연기를 할 기회를 받았으면 좋겠다. 따뜻한 관심과 격려를 부탁드린다. 악플은 이제 정말 없었으면 좋겠다”고 김규리를 적지 않게 안타까워하면서 당부했다.

문성근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현재 이명박 정부 블랙리스트 관련 집단 민형사상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는 내용을 밝혔고, 김여진이 이에 동참할 뜻을 표명했다. 문성근은 이와 관련해서 이날 취재진에게 “현재 5~6명가량이 참여 의사를 밝혔으며 피해사례를 모집 중”이라고 소송 진행 상황을 전했다.

김규리는 왜 MB국정원 블랙리스트에 올랐을까? 아마도 김규리가 과거 광우병 관련 발언으로 MB 블랙리스트에 오른 것으로 보인다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지난 12일 김규리는 블랙리스트 관련 JTBC 보도가 나가자 곧바로 분기탱천하여 “내 세금이 날 죽이는데 쓰였다니”라는 발언으로 활화산 마그마같은 분노를 표출했다.

김규리는 당시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을 통해 이명박 정권에 격분한 감정을 그대로 드러냈다. 물론 김규리의 글에선 감정을 정확히 읽을 수는 없다. 하지만 연예인으로서 김규리, 배우 김규리로서 이명박 전 정부 시절 치열하게 이명박 정부와 ‘혈투’를 기억하는 이들은 김규리가 밝힌 이날 심경에서 ‘격분’을 표현했다는데 결코 반론은 없을 것이다. 문성근도 이런 점을 지적한 것이다.  

김규리는 당시 “(블랙리스트에 오른 자신의 이름과 내용) 이 몇 자에.. 나의 꽃다운 30대가 훌쩍 가버렸네.ㅎ 10년이란 소중한 시간이”라며 김규리가 이명박 박근혜 정권으로 이어지면서 연예인으로서 제약을 받았던 10년을 회고했는데, 이는 문성근도 같은 심경이었다.

김규리는 이에 더 나아가 해시태그를 붙여 “#내가_그동안_낸_소중한_세금들이_나를_죽이는데_사용되었다니”라고 적었다. 김규리는 지난 10년동안 광우병 반대 집회와 세월호 촛불집회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사회적인 이슈에 대해 소신발언을 하는 등 결코 ‘침묵하지 않는’ 활동을 했다. 문성근 역시 연예인으로서 감추지 않고 노무현 전 대통령 지지를 선언하며 노무현 전 대통령을 위해 물심양면으로 적지 않은 공을 들였다.  

다수의 매체들은 국정원 적폐청산TF가 밝힌 이명박 정부 국정원 블랙리스트에는 문화계 이외수 조정래 진중권 등 6명, 배우 문성근 명계남 김민선 등 8명, 영화감독 이창동 박찬욱 봉준호 등 52명, 방송인 김미화 김구라 김제동 등 8명, 가수 윤도현 신해철 김장훈 등 8명의 이름이 올랐다. 배우, 영화감독, 가수, PD 등 문화계 전반에 걸쳐 총 82명의 이름이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김민선은 김규리의 개명전 이름이다.

한편, 검찰은 18일 오전엔 문성근을, 내일 19일엔 김미화를 각각 소환할 예정이다. 김규리 역시 피해자 조사를 위한 검찰 소환이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김규리의 다음 행보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한인협 = 박귀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