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ㆍ예술계 블랙 리스트 작성 및 실행에 관여한 혐의로 징역 3년을 선고받은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의 항소심이 오는 17일부터 본격적으로 진행된다. 아울러 블랙 리스트 일반인 피해자 가운데 서울의 소리 백은종 대표는 ‘쥐잡이 특공대’를 구성해서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법적 대응과 사저를 찾아 규탄 시위를 벌이는 등 블랙 리스트 관련 전방위적 행동에 돌입했다고 밝혔다.

▲ 블랙 리스트 일반인 피해자 백은종 서울의소리 대표가 쥐잡이 특공대원들과 함께 인증샷을 찍었다.

블랙 리스트 관련 서울의 소리 백은종 대표는 지난 14일 오후 성남시에서 진행된 한 행사장에서 본지 기자와 만나 “이명박 정권 시절 블랙 리스트는 전방위적으로 작성되고 시행됐으며 그 피해자들이 나를 비롯해 적지 않고, 일상생활에 적지 않은 타격을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블랙 리스트 관련 정부나 여당에서는 유명인사나 연예인, 정치인들만 문제시하고 있다”면서 “사실 이명박 블랙 리스트는 나와 같은 일반인, 대학생 등이 적지 않게 투옥되고 벌금형을 받거나 사회생활에 많은 타격을 받았다”고 이명박 블랙 리스트에 대해 성토했다.

▲ 블랙 리스트 피해자 서울의 소리 백은종 대표가 쥐잡이 특공대와 함께 서울 강남구 신사동 소재 이명박 전 대통령 사저 앞에서 피켓을 들고 시위를 하고 있다.

백은종 대표는 이어 블랙 리스트 관련 “블랙 리스트는 이명박의 진정성 있는 사과와 보상이 절대 필요하다”면서 “블랙 리스트는 그야말로 살생부였다. 지금 블랙 리스트 피해자들을 개별적으로 취합하고 있는데, 어느 정도 윤관이 모아지면 블랙 리스트 관련 법적 소송과 고소고발 등을 연대해서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블랙 리스트 피해 관련뿐만 아니라 백은종 대표는 “지난 10월 3일 직장인을 중심으로 ‘쥐를 잡자(쥐잡이), 특공대’를 조직했다”면서 “쥐잡이 특공대는 지난 10일부터 매일 이명박 사저 앞으로 출동해서 먼저 ‘공포의 일인시위’로 ‘이명박 구속’ 작전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아울러 블랙 리스트 피해자들이 최근 이명박 전 대통령 고소가 잇따르고 있다. 국정원 블랙 리스트로 피해를 봤다며 배우 문성근 씨와 김미화 씨를 비롯한 문화계 인사 5명이 이명박 전 대통령을 블랙 리스트 작성과 실행의 주범으로 지목하고 고소했다. 또 이명박 정부를 향한 검찰 수사는 ‘블랙 리스트’와 무관한 정치 보복이라고 주장한 자유한국당 정진석 의원은 노무현 재단으로부터 고소당했다. 블랙 리스트 관련 인사들이 법 앞에 자유로울 수 없다는 대목이다.

이들은 이명박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이 블랙 리스트를 만들어 정부에 비판적인 문화예술계 인사들에게 불이익을 줬다며 이른바 블랙 리스트로 인해 피해를 입은 피해 당사자들이다. 배우 문성근 씨 등 5명은 지난달 25일 오후 블랙 리스트 작성과 실행에 관여한 혐의로 이명박 전 대통령과 원세훈 전 국정원장 등 8명을 고소했다.

이명박 정부의 블랙 리스트 활동을 이어받았다며 박근혜 전 대통령과 김기춘 전 비서실장 등도 고소대상에 포함했다. 특히, 국정원 적폐청산 TF 조사결과 국정원은 원세훈 전 원장 재직 시기 정부 비판적인 문화예술계 인사 82명에 대해 블랙 리스트를 작성해서 명단에 오른 이들 연예인들에게 방송 출연 중단과 소속사 세무조사 등 퇴출 압박을 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블랙 리스트가 고스란히 실행됐다는 증거도 확보됐다.

또 국정원이 블랙 리스트 지침대로 방송사 인사에 개입해 정부를 비판한 PD 등에게도 불이익을 줬다는 의혹과 관련해 최승호 전 MBC PD와 김환균 언론노조위원장 등도 검찰에 나와 블랙 리스트 피해 사실을 진술했다.

검찰은 이와 함께 구속 상태인 원세훈 전 원장도 블랙 리스트 관련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할 계획이다. 현 정부의 국정원 수사가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정치 보복이라고 주장한 자유한국당 정진석 의원은 블랙 리스트와는 별도로 노무현 재단으로부터 고소당했다. 정진석 의원은 지난달 22일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를 부부싸움과 연결짓는 글을 올려 논란을 자초했다.

블랙 리스트 관련해선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도 1심 선고 직후 김기춘 전 실장 측은 ‘블랙 리스트 유죄는 부당하다’며 불복 의사를 밝혔고, 박영수 특별검사팀 역시 사실오인ㆍ법리오해ㆍ양형부당을 이유로 항소한 만큼 향후 양측의 치열한 법적 공방이 예상된다. 블랙 리스트 작성과 실행을 놓고 진실 공방을 벌여보겠다는 거다. 하지만, 김기춘 조윤선 두 인물은 블랙 리스트 관련 추가 문건들이 쏟아져 나오면서 추가 혐의나 공소사실 보강에 결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서울고법 형사3부(조영철 부장판사)는 오는 17일 오전 10시 김기춘 전 실장 등의 블랙 리스트 관련 항소심 첫 공판을 연다. 앞서 1심 재판부는 김기춘 전 실장이 블랙 리스트를 작성하게 하고 이를 보조금 지급에 적용하게 한 행위가 직권남용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징역 3년을 선고했다.

김기춘 전 실장 측은 향후 항소심에서 “김기춘 전 실장은 블랙 리스트에 관여한 바가 없고, 국가 보조금 배분 기준은 정책 기조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법적 처벌 대상이 아니다”라고 주장할 것으로 보인다. 김기춘 전 실장은 그동안 블랙 리스트의 존재를 알지 못했고, 블랙 리스트가 실제로 존재했다고 해도 죄가 되지 않는다는 주장을 반복해왔다. 김기춘 전 실장 측 변호인은 블랙 리스트 사건을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을 위한 정치적인 사건”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반면, 박영수 특검팀은 김기춘 전 실장과 조윤선 전 장관 등이 블랙 리스트로 헌법이 수호하는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 선량한 국민을 니편 내편을 갈라 나라를 분열시킨 것을 고려해, 중형이 선고돼야 한다고 블랙 리스트 관련 위법성을 주장할 방침이다. 특검팀은 1심 결심 공판에서 김 전 실장에게 징역 7년을 구형했다.

1심에서 블랙 리스트 관련 부분에 무죄 판결로 징역형의 집행유예로 석방된 조윤선 전 장관은 불구속 상태에서 김기춘 전 실장과 함께 블랙 리스트 재판 법정에 서게 된다. 조윤선 전 장관은 블랙리스트와 관련한 혐의는 모두 무죄가 인정됐지만 국회에서 위증한 혐의는 유죄로 판단돼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최근 발견된 블랙 리스트 관련 문건이 검찰에게 제공됨으로써 조윤선 전 장관에게 내려진 블랙 리스트 관련 무죄가 그래도 유지될지 여부도 관심을 끌고 있다. 블랙 리스트 과연 이명박 박근혜 정권을 유지시키기 위한 살생부였을까? 블랙 리스트 관련 검찰 수사와 재판에 국민들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한인협 = 박귀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