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대표는 박근혜 흔적 지우기에 대해 “혁신이란 가죽을 벗기는 일이다. 고통 없는 혁신은 없다”며 박근혜 흔적 지우기에 박차를 가하는 모양새다. 홍준표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박근혜 탈당을 언급하며 “모두가 참아내야 혁신이 된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 홍준표 대표가 지난 20일 박근혜와 친박 인사들에 대해 확실한 선을 긋고, 당내서 탈당 권고를 내린 윤리위원회 결정을 엄호사격했다.

홍준표 대표의 이런 박근혜 지우기에 대한 결연한 의지에 대해 친박계 김진태 의원은 강력히 반발하고 홍준표 대표를 겨냥해서 원색적인 비난 발언을 쏟아내기도 했다. 김진태 의원은 지난 20일 홍준표 대표가 내치려는 박근혜 피고를 옹호하며 박근혜 자유한국당 1호 당원에 대해 윤리위원회가 탈당 권유 결정을 내린 데 대해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자유한국당 대표적인 친박계로 분류되는 김진태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홍준표 대표의 개혁에 대해 “이렇게 의리도 없고 비정한 당엔 미래가 없다”면서 “이런 짓을 하고 무슨 영화를 보겠다는 건가. 몇 사람이 모여 쑥덕거려 결정할 일이 아니다. 즉각 의원총회를 개최하라”고 강력히 요구했다.

그러나 홍준표 대표는 특히 박근혜 탈당 권유에 대해 “1993년 김영삼(YS) 전 대통령이 개혁할 때 개혁에 저항하는 수구 세력들을 향해 ‘개가 짖어도 기차는 간다’고 일갈했다”면서 “이 말은 2012년 대선 때 문재인 후보도 인용했고, 제가 경남지사로 경남을 혁신할 때 인용한 일이 있다”고 거듭 인용했다. 이제는 박근혜 카드를 버리고 바쁘게 갈 길을 가야할 때라는 거다. 여의도 정가에선 이런 홍준표 박근혜 지우기 행보에 대해 ‘바른정당과의 통합’을 염두에 둔 사전 포석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즉, 홍준표 대표가 자신의 입지를 굳히고 친박 세력을 약화시켜 당을 강력히 이끌고 바른정당과의 통합 명분을 찾아가려는 지배력 강화의 일환이라는 거다. 

이 같은 홍준표 대표의 언급은 혁신을 위해서는 친박(친박근혜)계가 박근혜 피고인과 서청원, 최경환 의원에 대한 ‘탈당 권유’ 등 인적청산 작업을 감내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물론 바른정당에서 요구했던 ‘친박 8인’보다는 훨씬 적은 숫자이기는 하다.

홍준표 대표는 이어 박근혜 당권치하를 염두에 두고 “지금 한국당은 구체제와 단절하는 혁신 작업을 하고 있다”며 “구체제에 안주하는 것은 대세를 거스르고 반혁신의 길로 가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홍준표 대표는 그러면서 “(박근혜를 고집하는 것이 망하는 길이고) 망하는 길로 가고자 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혁신에 반기를 들어서는 안 된다”면서 “정치인의 말은 천금과도 같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고 밝혔다.

앞서 홍준표 대표는 다른 페이스북 글을 통해 “이제 우리는 박근혜 환상에서 벗어나야 한다”면서 “박정희 대통령을 보고 자란 딸이라서 박정희 대통령의 반(半)만큼은 하지 않겠나 하던 보수우파의 기대와 환상도 버려야 할 때”라고 박근혜 피고인과 선을 확실하게 그었다.

홍준표 대표는 이어 박근혜 카드를 버릴 명분에 대해선 “동정심만으로는 보수우파들이 다시 일어설 수 없다. 그러기에는 현실은 너무 냉혹하다”면서 “이 살벌한 판에 뭉치지 않으면 저들의(진보진영) 희망대로 우리는 궤멸의 길로 간다”고 주장했다. 박근혜 피고인을 버리는 이유 또한 좌우 이념론을 핑계 삼은 거다. 

홍준표 대표는 이어 “(탈박근혜로) 다시 새롭게 시작하자. 구체제와 단절하고 신보수주의로 무장하자”면서 “기득권을 내려놓고 현상유지 정책을 버리고,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고 탐욕으로부터 해방되는 새로운 신보수주의로 시작하자”고 요청했다.

홍준표 대표는 또 서청원·최경환 의원에 대한 징계가 일사부재리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 “징계 사유가 다르면 얼마든지 다시 징계할 수 있다. 지난번 징계와 이번 징계는 사유가 다르다”고 단언했다. 일사부재리 원칙에 저촉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자유한국당의 전신인 새누리당은 지난 1월 윤리위원회에서 서청원·최경환·윤상현 의원에 대해 탄핵에 따른 당 위기의 책임을 물어 ‘당원권 정지’ 징계를 내린 바 있다. 이런 홍준표 대표의 일갈은 결국 박근혜 피고인과의 절연을 선언한 것으로 풀이된다.

박근혜 피고인 지지층과 일부 친박계 의원들의 반발에도 한국당이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자진 탈당’ 징계를 결단한 것은 당이 ‘박근혜’의 이미지를 벗지 못하면 당의 지지율 회복도 어렵고 내년 지방선거도 제대로 치를 수 없다는 절박함에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이날 자유한국당 윤리위원회의 결정이 발표된 직후 홍준표 대표가 즉각 탈박근혜론을 펼친 것은 당내 친박계 반발이 크게 일 것을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복선이 깔린 것으로도 해석되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 당내 친박계 의원들은 커다란 반발은 현실이 됐다. 이미 정갑윤·김진태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박대출·이장우 의원은 성명을 통해 각각 박근혜 피고인에 대한 징계를 중단하라는 입장을 밝혔다.

박근혜 피고인과 함께 ‘탈당 권유’ 징계 대상이 된 최경환 의원도 이날 윤리위원회 결정과 홍준표 대표의 탈박근혜론에 대해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강제 출당 요구는 유죄를 인정하라는 정치적 패륜 행위이고 배신 행위”라고 분기탱천했다.

최경환 의원은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에 앞장서고 보수의 분열을 몰고 온 인물들을 영웅시하며 입당시키기 위해 박근혜 전 대통령의 출당을 요구하고 나선 홍준표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의 행위를 용서할 수 없다”고 ‘일전불사’의 결기를 다졌다.

이에 홍준표 대표는 거듭 페이스북에 “1993년 YS(김영삼 전 대통령)가 개혁할 때 저항하는 수구세력들을 향해 ‘개가 짖어도 기차는 간다’고 일갈했다”면서 “망하는 길로 가고자 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혁신에 반기를 들어서는 안 된다. 정치인의 말은 천금과도 같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고 쓰며 친박계 수장들을 내쫓을 명분이 분명함을 재차 주장했다.

한편, 박근혜 피고인의 당적 정리와 친박계 청산을 보수 통합의 조건으로 제시했던 바른정당 통합파는 자유한국당의 이날 결정과 홍준표 대표의 정무적 판단을 크게 반겼다. 보수 대통합 추진위원회 대변인을 맡은 황영철 의원은 “보수 대통합을 위한 새로운 발걸음에 힘이 되는 큰 결단이라고 본다”고 평가했다.

[한인협 = 박귀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