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릴호지치와 신태용 감독 입장에선 이날 한일전 축구는 경기 승패에 따라서 동아시안컵 우승이 걸려있는 중대 일전이었다.

▲ 한일전 축구 경기가 16일 일본에서 치러졌다. 김신욱이 전반 13분 해팅으로 만회골을 터뜨리고 있다. 사진 = 대한축구협회

한국은 앞선 경기서 보인 불안한 경기력을 극복하고 마지막 3차전서 일본을 대파하며 동아시안컵 2연패에 성공했다. 할릴호지치는 한국팀을 인정했다. 한일전 축구에서 4대1이라는 대승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일전 축구 종료 후 일본의 바히드 할릴호지치 감독은 경기종료 후 스포티비와 인터뷰서 “경기 전 인터뷰서 말한 것처럼 한국이 이번 대회 최강팀이었다”고 한일전 축구 경기 소감을 밝혔다. 할릴호지치가 한국이 최강이었음을 인정한 것이다. 

이날 일본은 선제골을 기록했으나 한국의 맹공에 내리 네 골을 내주며 무너졌다. 열광적인 응원을 보내던 일본의 응원단이 충격적인 경기에 오히려 야유를 보낼 정도였다. 김신욱의 멀티골이 터지던 순간엔 할릴호지치 표정은 이미 굳어 있었다.

경기 초반 첫 골을 얻으면서 여유로운 모습을 보이던 할릴호지치 감독 역시 한국의 득점이 이어지자 굳은 표정으로 안절부절 못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할릴호지치 감독은 한국의 우승을 축하한다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이날 한일전 축구 경기는 한국팀의 완승이었다.

할릴호지치 감독의 얼굴을 굳힌 이는 거인 김신욱이었다. 김신욱은 헤더로 골을 기록하며 상승기류에 올라탔던 일본 수비를 요란스럽게 흔들어놨다. 김신욱은 멀티골에선 일본 수비수들이 접근하지 않은 지역에서 일본 골키퍼와 1대1 상황에서 깔끔한 골을 뽑아냈다. 이때 할릴호지치 감독 얼굴에는 웃음기가 사라졌다. 이날 한일전 축구 전세가 원점으로 돌아간 분위기였다.

한국은 16일 오후 일본 도쿄 아지노모토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7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풋볼 챔피언십(이하 E-1 챔피언십)’ 3차전 한일전 축구 경기에서 4-1로 승리했다. 2승 1무로 한국이 대회 우승을 차지했다. 한국은 2015년에 이어 대회 사상 최초로 연속 우승을 차지했다. 총 7회 중 네 번째 우승이다. 할릴호지치 감독은 이날 한일전 축구 경기에서 일본의 우승을 장담했었다.

한일전 축구 경기 시작부터 한국은 불안했다. 한국이 불안해 하는 반면 할릴호지치 감독은 다소 여유로운 출발을 보였다. 이에 대조적으로 신태용 감독은 앞선 중국전에서 4-4-2로, 북한전에서 5-4-1에 가까운 3-4-3으로 나오며 두 가지 전술을 시작했다. 일본전은 ‘플랜 A’인 4-4-2로 복귀했다. 한일전 축구 경기가 시작된 후 신태용 감독과 할릴호지치 감독은 경기가 시작되자마자 각기 자국의 선수들에게 분주한 주문을 넣었다.

할릴호지치 감독이 몸짓을 했다. 왼쪽에서 김진수의 느슨한 마크, 장현수가 이토 준야를 손으로 잡아채 받은 경고에 페널티킥까지 내줬다. 할릴호지치는 이때까지는 여유만만했다. 겨우 전반 3분 고바야시 유가 페널티킥 골을 넣었다. 조현우 골키퍼가 자신의 오른쪽 아래로 깔리는 방향을 읽었으나 킥이 좋아 막지 못했다. 한일전 축구 경기에서 한국팀이 일본에 한 골을 먼저 내준 거다. 이날 신문선 해설위원은 할릴호지치 감독이 이끄는 일본 팀이 A매치 경험이 별로 없는 선수들로 구성돼 경험이 ‘일천하다’고 표현했다. 

할릴호지치 감독이 흐믓한 미소를 짓고 있을 무렵 한국은 실점 이후 강한 압박으로 주도권을 회복했다. 한일전 축구 경기에서 사용한 4-4-2 전술은 신태용호의 가장 큰 무기다. 오른쪽 미드필더 이재성, 왼쪽 미드필더 김민우가 자기 근처로 공이 왔을 때 압박을 주도했다. 중앙 미드필더 중 전진해서 활동한 주세종이 공을 가진 일본 선수에게 적극적으로 달려들었다. 전방의 이근호도 압박에 가담했다. 국가대표 신예 선수 위주로 구성된 일본은 한국의 거친 압박을 제대로 풀지 못하고 무의미한 롱볼을 날리거나 실수를 저질렀다.

한일전 축구 경기에서 이날 한국의 주도권을 골로 연결하기 시작한 선수가 김신욱이었다. 1골을 내준 후 10분만인 전반 13분 김진수가 왼쪽에서 좋은 크로스를 했다. 김신욱이 일본 수비 뒤쪽으로 빠지면서 노마크 상태 만들고는 정확한 헤딩으로 마무리했다. 김신욱이 상대 센터백과 몸싸움을 벌이면서 정적인 헤딩을 하는 것이 아니라, 제공권을 극대화할 수 있는 위치를 부지런히 찾아다녔기에 나온 기회였다. 이날 김신욱은 몸이 가벼웠다. 할릴호지치 표정이 일그러졌다. 못내 아쉬운 표정이었다.

한국의 세 번째 골도 김신욱이 터뜨렸다. 이번에도 전북현대 동료 이재성이 어시스트를 했다. 이날 이재성의 기술과 지능이 단적으로 드러난 장면이었다. 이날 한일전 축구 경기장에서 이재성은 펄펄 날았다. 전진 패스를 받으며 중앙으로 치고 들어가는 듯했던 이재성은 모든 일본 수비의 시선이 자신에게 쏠리면서 주변으로 몰려들었다고 판단한 순간 대각선 스루 패스로 노마크 상태의 김신욱에게 공을 내줬다. 김신욱이 문전쇄도하는 순간은 일본 수비수가 아무도 없었고, 여유 있게 날린 정확한 왼발슛이 골망을 흔들었다. 한일전 축구 경기 양상이 기울기 시작하자 할릴호지치 감독 얼굴에 절망의 빛이 배어나왔다.

할릴호지치 감독에게 한일전 축구 경기 패배의 서막을 알린 한국의 두 번째와 네 번째 골은 세트피스에서 나왔다. 특히 전반 23분 골은 정우영의 킥이 대표팀 데뷔 이후 가장 빛난 경기였다. 공의 정면에서 달려들어 강하게 끊어찬 정우영의 대포알같은 프리킥은 무회전 슛이 됐고, 흔들리며 골문으로 날아간 공을 막으려던 고스케 나카무라 골키퍼는 무릎을 꿇었다. 정우영의 슛은 할릴호지치 감독에겐 공포 그 자체였다.

후반에 교체 투입된 염기훈의 왼발이 교체하자마자 2분만에 추가골에 기여했다. 후반 24분, 프리킥을 준비하던 염기훈이 크로스를 올릴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염기훈은 기습적으로 낮은 슛을 날렸다. 수비벽을 피해 낮게 날아간 프리킥은 고바야시 유의 발을 맞고 일본 수문장의 수비각도를 굴절시키면서 일본 골문 안으로 쑥 들어갔다. 자책골이었다. 할릴호지치 감독은 아연실색했다. 할릴호지치 감독은 이날 한일전 패배로 낭패를 보게됐다. 동아시아컵을 내준 것도 실책이거니와 A매치에서 피파랭킹 상위팀을 이끌고 라이벌전인 한일전 축구 경기에서 패했으니 말이다. 경기 종료 후 할릴호지치 감독에겐 ‘야유’가 쏟아졌다. 한국팀 입장에서도 이날 한일전 축구 경기처럼 후련하고 대승으로 마무리지은 경기는 참으로 오랜만이다. 

[한인협 = 박귀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