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부터 배우 곽도원이 성추행 관련 의혹이 각 언론매체에 보도되기 시작하면서 곽도원이 세간의 관심을 받게 됐다. 물론 곽도원 성추행 의혹 저변에는 ‘아니 땐 굴뚝에 연기나랴?’는 옛 성현들의 격언도 있다. 이처럼 배우 곽도원이 ‘미투’ 폭로글 논란에 휩싸이자 곽도원은 “사실무근”이라며 즉각 반발해 네티즌들의 관심이 뜨겁다. 곽도원 이전에 성추행 관련 폭로가 나왔던 인사들이 대부분 자신의 행위를 반성하거나 거짓 퍼포먼스 기자회견을 연출하거나 거짓말 내지 ‘함구’ 일관하는 모습과는 대조적이다.

▲ 곽도원이 타겟이 됐다. 24일 곽도원 성추행 의혹이 불거지자 곽도원은 펄펄 뛰었다. 곽도원은 억울한 희생자가 될 수 있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영화 아수라에서 곽도원의 한 장면을 갈무리했다.

곽도원 경우, 최근 여성들 위주로 확산되고 있는 ‘미투’ 운동에 대해 해당 피해자들의 정확한 가해자에 대한 죄상을 폭로하고 세상에 알려 더 이상의 피해자나 2차 피해를 받지 않아야 한다는 공감이 지배적이지만 일각에서는 ‘엉뚱하게 가해자로 지목돼 억울한 경우는 없어야 한다’는 마녀사냥식의 미투 운동을 경계하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곽도원의 경우를 어떠할까? 25일 영화계에 따르면 전날 자정께 유명 온라인 커뮤니티에 곽도원을 겨냥한 듯한 ‘미투’ 폭로 글이 게시됐다.

글쓴이는 이날 곽도원과 같은 이니셜을 공개하면서 “예전에 연희단에 있었고 지금은 영화판에서 잘 나가는 ‘ㄱㄷㅇ’씨 잘 지내나요? 저랑 공연하던 7, 8년 전 일 기억나요?”라고 운을 뗀 뒤 “이제 갓 미성년자를 벗어난 여배우가 스트레칭 하는 데다 대놓고 ‘XX하기 좋은 나이다’라고 하셨죠?”라고 적었다. 물론 이는 곽도원을 정확히 지목했는지는 알 수 없는 내용이다.

다만, 이니셜만으로 미루어 짐작했을 때 누가 보더라도 곽도원을 언급한 것이었다는 점에서, 적잖은 파장을 낳을 것은 분명해 보이는 내용이다. 곽도원을 저격한 것으로 추정되는 이 글은 해당 게시판에서 곧 삭제됐지만, 네티즌들은 곽도원으로 의심되는 이 글을 인터넷 게시판과 SNS로 부지런히 퍼날랐고 이로 인해 곽도원을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는 형국이 됐다. 곽도원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미칠 노릇’이다.

글쓴이가 가해자의 실명은 거론하지 않았지만, 이름의 초성을 쓰면서 인터넷에서는 '곽도원이 아니냐'는 추측이 나왔기 때문인데, 글쓴이는 과연 곽도원을 겨냥했느냐는 거다. 이에 대해 곽도원 측은 “전혀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곽도원이 이런 의혹에 대해 펄펄 뛴다는 이야기다.

곽도원의 소속사 오름엔터테인먼트의 임사라 대표는 한 매체와의 통화애서 “곽도원 씨는 7∼8년 전에 이미 연극판을 나와 영화 ‘황해’를 찍고 있었다”면서 “글의 내용과 시기도 맞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곽도원 의혹 관련 정확한 이야기일까? 아니면 곽도원 역시 ‘선부인 후무릎’의 수순을 선택한 것일까?

곽도원 소속사 대표의 말을 빌리자면 곽도원은 7년 전 이미 해당 연극판을 나왔기 때문에 글쓴이 주장은 사실무근이라는 것이다. 일부 네티즌들도 누가 의도적인 목적을 가지고 곽도원 죽이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진실은 곽도원에게 있다. 그 외 글쓴이 역시 진실을 지니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곽도원과 글쓴이의 진실 여부를 가리기 위한 어떤 후속 조치도 없다.

곽도원 소속사 임사라 대표는 이어 “요새 미투 운동은 실명을 걸고 하는데, 원글에는 구체적인 근거나 내용도 없고, 글도 한 시간여 만에 곧바로 삭제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만약 사실이라면 그토록 빨리 내리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글쓴이의 의도가 곽도원을 지목했는지, 곽도원을 지목했다면 글쓴이의 주장이 사실인지 여부를 가리기 어렵다는 이야기다.

임사라 대표는 또한 “글쓴이가 누군지 조차 모르기 때문에 법적 조치 등은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곽도원 음해글에 법적대응은 나서지 않겠다는 의미다. 하지만 곽도원 관련 내용이라면 글쓴이에게 책임을 물을 필요는 있지 않느냐는 의견이 지재적이다.

곽도원은 미투 운동을 적극적으로 지지하는 배우 중 한 명으로 알려져 있다. 한 관계자는 “곽도원은 미투 운동의 본질을 훼손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법적 절차를 밟지 않을 예정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곽도원의 아량이 대범함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지만, 일부 네티즌들 사이에선 만일 글쓴이가 곽도원을 음해하려는 의도로 해당 글을 썼다가 지운 것이라면 곽도원이 그를 용서해서는 안된다는 주장을 제기하고 있다.

때문에 곽도원 사태를 접한 네티즌들은 곽도원 측 입장이 나오자 “곽도원 성추행 주장글? 마녀사냥보다 더 무섭다” “곽도원을 저격하려는 인민재판이 아니겠냐?” “아마도 글쓴이는 곽도원을 팔아 관심을 받고 싶어하는 거 아닐까?” “곽도원 음해로, 오히려 미투 운동에 흙탕물을 튀기는 꼴” 등의 반응을 내놓고 있다. 이런 네티즌들의 표현을 빌리자면 곽도원이 미투 운동으로 억울한 피해자가 돼서는 안된다는 의사를 반영하고 있다.

실제로 인터넷과 SNS상에는 ‘곽도원 성추행 의혹’과 같은 사실관계가 전혀 다른 비방성 폭로글들도 잇따르고 있다. 이를테면 곽도원은 글쓴이가 “7~8년 전에 곽도원과 연극 공연을 같이 했다”라고 주장했지만, 곽도원은 당시 극단을 퇴단해서 ‘황해’ ‘아저씨’ 등 영화계에 발을 내딛었을 때였다.

또 해당 글에서 “곽도원은 연희단거리패를 나온 뒤 연극을 몇 편 했다”라고 주장했지만, 곽도원은 연희단거리패를 나온 뒤 연극을 딱 한 편 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또한 곽도원의 행적과 다른 주장이다. 특히 대부분 성범죄 피해자들이 실명을 공개하며 어렵게 미투 운동에 동참한 사람과 달리, 곽도원을 지목한 글쓴이는 실명조차 공개하지 않고 곽도원과 같은 이니셜만 공개했을 뿐이다. 더구나 곽도원 관련 내용이라고 해도 글쓴이는 자신의 글을 올린 지 한 시간도 안 돼 스스로 글을 삭제를 해버렸다. 때문에 의도적으로 글쓴이가 곽도원 죽이기가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과거 곽도원이 극단에서 쫓겨난 사연을 두고 “이윤택 대표는 대한민국 연극계에서 가장 높은 분이고 내가 어느 극단에서 연극을 해도 ‘저놈은 잘라’하면 잘리는 정도의 파워를 가진 분”이라며 “그러니 이제 연극도 못하게 된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는데, 이번 곽도원 성추행 주장글과 대비되는 대목이다. 곽도원 까마귀 날자 배떨어졌을까?

[한인협 = 박귀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