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여성 거장 감독의 삶의 찬가 <바르다가 사랑한 사람들>

제20회 서울여성국제영화제 개막작 <바르다가 사랑한 얼굴들> 임순혜 기자l승인2018.06.02l수정2018.06.02 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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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막선언을하는 이혜경 조직위원장과 김선아 집행위원장, 제20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개막식

▲ 20년을 이끌고 온 이혜경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조직위원장

 

올해로 20회를 맞은 서울국제여성영화제가 ‘여성의 눈으로 세계를 보자’를 주제로 5월31일 오후7시, 서울 마포구 문화비축기지에서 변영주 감독과 배우 이영진의 사회로 개막식을 가지고 8일간의 여정을 시작했다.

1997년 시작된 서울국제여성영화제는 여성 영화인이 연출한 작품과 여성 인권 문제를 부각한 영화를 조명해 왔다. 영화제를 20년간 이끌어 온 이혜경 조직위원장은 “20년간 한국 사회를 어떻게 흔들어댈 것인가를 고민하며 기획해 왔다”며 “늘 새로운 파문이 일기를 원했고, 계속해서 새로운 물결을 만들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김선아 집행위원장은 “제71회 칸국제영화제에서 여성 영화인들이 성 평등을 위한 시위를 했다. 한국의 문화계나 영화계도 전 세계적인 흐름을 끌어안고 여성 영화인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의 축사

 

개막식에 참석한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서울국제여성영화제가 내건 캐치프레이즈처럼 여성의 눈으로 세계를 보는 세상이 오기를 바란다”며 “촛불 혁명으로 정권이 교체됐듯이 미투 혁명으로 새로운 세상을 만들고자 하는 여러분을 지지한다. 남성들도 여성의 눈으로 세계를 볼 수 있는 사회가 오기를 바란다”고 축사를 하였다.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도 “제1회 여성영화제 때 참석했는데 벌써 20년이 흘렀다고 생각하니 감회가 새롭다. 서울국제여성영화제가 페미니스트 의식을 확산할 뿐 아니라 한국 사회의 성 평등 인식을 확산하는 데도 기여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20주년을 맞는 서울국제여성영화제를 축하했다.

개막식은 고(故) 박남옥 감독을 기리기 위해 만든 상인 '박남옥 영화상'을 <질투는 나의 힘>을 연출한 박찬옥 감독에게 시상하고, 이어 국제장편경쟁과 한국장편경쟁, 아시아단편경쟁, 아이틴즈 부문 심사위원 소개하고, 개막작 <바르다가 사랑한 얼굴들> 감독과 개막작 소개에 이어 개막작 <바르다가 사랑한 얼굴들>이 상영되었다.

 

▲ 개막작 <바르다가 사랑한 얼굴들>의 한 장면

 

20회를 맞는 서울국제여성영화제 개막작은 프랑스 누벨바그 세대의 감독인 아녜스 바르다 감독과 전세계를 돌며 흑백사진을 건물에 전시하는 사진작가 JR이 공동 연출한 다큐멘터리 로드무비 <바르다가 사랑한 얼굴들>이다.

노안으로 세상이 희미하게 보이는 아녜스 바르다 감독은 늘 검은 선글라스를 끼고 다니는 사진작가 JR에게 영화를 만들자고 제안하고, 나이든 거장 여성 영화감독과 젊은 사진작가는 트럭을 한 대 구입해서 프랑스 시골을 다니면서 그 곳의 사람들을 만나 주로 얼굴 사진을 찍어준다.

아녜스 바르다와 JR은 시골의 버려진 탄광촌 마을, 농부의 집, 트럭으로 배달하는 우체부, 아무도 살지 않는 집, 부두와 공장, 해변의 벙커 등을 찾아다니면서 사진을 찍는다. 얼굴 사진은 포토 프린팅을 거쳐 그 얼굴의 주인공이 살고 있는 마을 곳곳에 확대 전시되는데, 사람들은 커다란 얼굴 사진을 보고 전시된 그 장소를 새롭고 낯설게 보게 된다.

 

▲ 개막작 <바르다가 사랑한 얼굴들>의 한 장면

 

<바르다가 사랑한 얼굴들>은 점점 더 보이지 않는 자신의 눈처럼 흐릿해져 가는 기억을 잡고 싶은 아녜스 바르다가 지나쳐 가는 순간을 멈춰 간직하는 데에 최고의 예술이며 만남의 순간에 가장 강하게 남는 최고의 인상인 사진을 찍고 전시함으로, 프랑스 시골에서 만난 낯설고 평범한 소중한 사람들과의 수많은 마주침을 담은 영화로 그 자체가 소중한 선물이다.

<바르다가 사랑한 얼굴들>은 이미지를 사랑했던 영화광이 만든 영화이자 영화만큼이나 삶을 사랑했던 거장의 ‘기억’과 ‘삶에 대한 찬가’다. 알려지지 않은 그래서 잊혀져 간 사람들과 그들의 공간은 사진이라는 이미지를 통해 얼굴을 갖게 되고 비로소 실존이 된다. 사진의 주인공 또한 삶보다 더 큰 예술을 마주할 때의 감동으로 스스로를 바라보게 된다.

아녜스 바르다와 JR이 지나가는 프랑스 마을 곳곳은 너무나 아름답다. 나무 하나하나, 아름다운 들꽃들, 하늘의 태양과 구름, 바람의 흔들림, 바닷가 모래, 주름진 얼굴 사진이 박힌 건물벽들, 한 장면 한 장면이 이야기를 담고 있으며 감동을 준다.

바닷가 해변에 떨어진 토치카에 부착된 사진, 아녜스 바르다의 발이 커다랗게 찍힌 사진을 붙이고 달리는 기차가 매우 인상적이다.

 

▲ 아녜스 바르다 감독의 영상 축하의 말

 

아녜스 바르다 감독은 장 빌라르가 1948년 아비뇽 연극제를 설립했을 때 사진작가가 되었다. 바르다는 공식적인 교육과정을 거치지 않고 1954년부터 영화 작업을 시작하였고, 첫 장편영화 <라 푸앵트 쿠르트로의 여행>을 제작하기 위해 씨네 타마리스를 설립하였다. 이후 바르다는 극영화와 다큐멘터리 분야에서 영화 작업을 계속하였으며, 2003년 베니스 비엔날레를 기점으로 시각예술가로 새로운 경력을 쌓기 시작하였다.

사진작가 JR은 2001년, 파리 메트로에서 카메라를 발견해 이후 지하철과 옥상 등지를 돌아다니며 그의 모험담을 기록해 시 외벽에 사진을 붙이기 시작했다. 이를 시작으로 흑백 사진을 활용한 작업을 이어나가, JR은 전세계의 벽에 자유롭게 전시를 이어왔다. 그는 보이지 않는 사람들의 얼굴과 이야기를 드러낼 수 있도록 공공적인 공간에 사진을 붙이는 작업을 하고 있다.​

20주년을 맞는 서울국제여성영화제에서는 36개국 147편의 영화를 5월31일부터 6월7일까지 서울 신촌 메가박스에서 상영한다.

국제장편경쟁 부문에는 아르헨티나 클라리사 나바스 감독의 '오후 세 시 축구경기'를 비롯해 8편이 상영되며, 한국장편경쟁에는 21편이 출품, 정가영 감독의 '밤치기' 등 5편이 상영된다. 아시아단편경쟁 부문에는 아자데 무사비(이란) 감독의 '버려진' 등 19편이 작품상·감독상·관객상을 놓고 경쟁을 벌이며, 국내 10대 여성 감독 작품을 대상으로 하는 아이틴즈 부분에는 7편이 상영된다.

서울여성국제영화제는 부대행사로 '#미투, #위드 유' 등을 주제로 다양한 쟁점 토크를 개최하고, '필름 페미니즘의 새로운 도전'과 '영화산업 성 평등을 위한 정책과 전략들'을 주제로 한 국제 콘퍼런스가 열린다.

 

[한인협 = 임순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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