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당정은 이날 내년부터 근로장려금을 대폭 확대하고, 소득하위 20% 노인에 지급되는 기초연금도 조기에 인상하기로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6일 청와대 수석 보좌관 회의에서 국민에게 고개를 숙였다. 소득주도성장의 한 축인 “최저임금을 공약에 맞춰 올리기 힘들어졌다”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공약에 대해 사과한 것은 이번 최저임금 관련 사과가 처음이다.

▲ 최저임금 후속 대책 논의를 위해 지난 17일 오전 국회에서 당정회의가 개최됐다. 우측으로부터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개재부 장관, 김태년 정책위의장, 홍영표 원내대표가 손을 맞잡고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문제인 대통령은 지난 16일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최저임금위원회의 결정으로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을 이룬다는 목표는 사실상 어려워졌다. 결과적으로 대선 공약을 지키지 못하게 된 것을 사과드린다”고 언급했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의 사과 이유는 악화된 경제상황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최저임금 인상 속도가 기계적 목표일 순 없다”면서도 “가능한 한 빨리 목표를 달성하겠다”고 강조했다. 2020년은 힘들더라도 임기 내인 2022년까지는 달성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되는 대목으로, 최저임금 속도조절을 공식화 한 것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그러면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올해와 내년에 이어서 이뤄지는 최저임금의 인상 폭을 우리 경제가 감당해내는 것”이라면서 “이를 위해 노사정 모든 경제 주체들이 함께 노력해주실 것을 당부드린다”고 주문했다.

문재인 대통령 발언에 곧장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한자리에 모였다. 17일 오전 이른 아침부터 국회에서 열린 당정회의는 시종일관 무거운 분위기로 진행됐다. 이날 당정회의 자리에 참석한 정부측 김동연 경제부총리는 “(최저임금 인상이) 우리가 가야 될 방향임에 틀림없지만, 하반기 경제 운용에 주는 여러 가지 영향 등에도 저희가 주목하지 않을 수가 없다”고 언급했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여당측을 대표해서 “우리 당도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경제와 민생법안 처리에 최선을 다하겠다. 9월 정기국회에서 혹은 그 전이라도 가장 먼저 처리될 수 있도록 야당과 적극적으로 협상하겠다”고 했다. 당정이 합의한 대책은 크게 ▶근로장려금 지급 대상 및 지급액 대폭 확대 ▶소득 하위 20% 노인 기초연금 30만원으로 조기 인상 ▶사회초년생 구직활동 지원금을 월 50만원 한도로 6개월간 지급 ▶ 상가 임대차보호법 개정안 등 국회 계류법안 조속 처리 등이다.

최저임금위의 결정 전, 정부와 국회가 각각 적절한 타이밍에 대책을 내놨다면, 임금을 주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지금처럼 반발이 심하지는 않았을 것인데 특히 국회에서 잠자는 법안 중 일부라도 실행이 됐다면, 지금과 같은 ‘을 대 을’의 극한대치는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성호 국회 기획재정위원장은 “단 한 번도 논의되지 못한 채 방치되고 있는 법안이 340건이었다. 안타까움을 넘어서 입법기관인 국회의원의 한 사람으로서 자괴감을 금할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자유한국당이 번번이 정부와 여당의 법안들 국회 본회의 통과 발목을 잡았다는 성토다.

이날 당정회의를 정리해보면, 저소득 근로자나 자영업자 가구에 지급되는 근로장려금 지급 대상이 지금의 두 배로, 지급 규모는 3배 이상으로 대폭 늘어난다. 내년에 334만 가구에 모두 3조8천억 원이 지급된다. 정부는 근로장려금을 받을 수 있는 재산과 소득요건을 대폭 완화하고 최대지급액을 늘리기로 했다.

내년부터 단독가구는 연 소득 2천만 원 미만, 홑벌이 가구는 3천만 원 미만, 맞벌이 가구는 3천6백만 원 미만이면서 재산이 2억 원 미만이면 근로장려금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지금까지는 각각 천3백만 원 미만, 2천백만 원 미만, 2천5백만 원 미만이면서 재산이 1억4천만 원 미만이어야 근로장려금을 받을 수 있었다.

특히 지금까지는 30살 미만의 단독 가구는 근로장려금을 받을 수 없었지만 내년부터는 소득과 재산요건만 맞으면 받을 수 있게 됐다. 이에 따라 근로장려금을 받는 가구는 지난해 166만 가구에서 내년에는 334만 가구로 늘어난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에 대해 “근로장려금 지급 총액은 당초 1.2조 원 수준에서 세 배가 넘는 3.8조 원으로 대폭 확대된다”고 했다. 즉, 168만 가구에 2조6천억 원을 추가 지급해 지급 대상은 두 배로, 규모는 3배 이상으로 늘리겠다는 것이다. 근로장려금 최대 지급 금액도 단독가구는 85만 원에서 150만 원으로, 홑벌이 가구는 2백만 원에서 260만 원으로, 맞벌이 가구는 250만 원에서 3백만 원으로 대폭 인상된다.

최대로 받을 수 있는 소득구간은 단독가구가 4백만 원에서 9백만 원 사이로, 홑벌이 가구는 7백만 원에서 천4백만 원 사이로, 맞벌이 가구는 8백만 원에서 천7백만 원 사이로 확대된다. 근로장려금 지급방식도 지금까지 다음 해에 한 번 지급하던 방식에서 내년부터는 상반기 소득에 대해서는 12월 말에, 하반기 소득에 대해서는 다음 해 6월 말에 지급하는 방식으로 바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