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복지원 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노숙농성장을 지키고 있는 한종선 대표는 3일 오전 본지 기자와 만나 “오늘 문화예술인과 오전 11시부터 오후 9시까지 국회 앞에서 문화예술제를 열 계획”이라면서 “정확히는 노숙농성 301일이다. 국회에 형제복지원 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이 발의되지 않은 것도 아닌데, 대체 국회의원들이 무엇을 하는 사람들인지, 무엇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입법기관인 국회를 향해 쓴소리를 쏟아냈다.

▲ 형제복지원 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 제정을 국회에 요구하기 위해 문화예술인들과 과거 형제복지원 사건을 처음으로 수사한 검사였던 김용원 변호사가 3일 오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회의원들에게 관련 특별법을 신속히 제정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한종선 대표는 그러면서 “2017년 11월7일부터 형제복지원 사건의 진상규명과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국회 앞 농성을 시작했지만, 여전히 국회는 답이 없다”면서 “국가의 조직적인 범죄 행위에 대해 철저한 조사와 피해자 구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종선 대표는 이어 “사람이 아프면 왜 아프냐고 물어보고 진찰을 해야 하는 게 아니냐? (지금 국회는) 사람이 아프다는데 그냥 ‘아프지 말아라’라고 하는 꼴”이라면서 “국가 폭력에 의해 국민들이 이처럼 인권유린을 당하고 죽고 했는데, 국민을 위한 정치를 대표한다는 사람들이 대체 무엇을 했는지 묻고 싶다. 여당이고 야당이고 똑 같은 거다. 이래서 무슨 과거사를 정리하고 새롭게 출발할 수가 있겠나?”라고 정치권을 향해 분개한 마음을 가감없이 드러냈다. 

내란범 전두환 찬달정권 시절인 1980년대 부랑인을 단속한다며 무연고 장애인, 고아뿐만 아니라 멀쩡한 국민들을 강제로 마구잡이로 끌고 가 끔찍한 폭행과 노동 착취를 한 사건이 바로 부산 형제복지원 사건이다. 이들 피해자들 가운데는 대부분 영문도 모른 채 잡혀가 형제복지원에 강제 수용됐고, 죄수 취급을 받으며 온갖 학대와 구타, 고문 및 성폭행 등으로 형제복지원 안에서 숨진 사람만 공식집계로 513명이 넘는데  이들의 주검 일부는 암매장되거나 시신조차 찾지 못해 ‘한국판 아우슈비츠’라고도 불린다.

그런데도 과거 우리 법원은 내란범 전두환 정권하에서 이곳이 적법한 시설이라고 판단해 복지원 박인근 원장에게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하고 특수감금죄는 무죄를 선고하는 솜방망이 처벌만하고 그쳤고, 이에 대한 진상규명이나 피해자 구제는 더 이상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제 형제복지원 사건 31년 만에 이를 다시 판단할 방법에 대한 논의가 이번주 이뤄질 예정이다.

한종선 대표는 국회 앞에서 농성을 시작한 지 300일째 절박하게 외쳐오면서 국회 누군가 관심을 가져주기를 기다려왔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소년이 ‘부랑아’로 분류돼 지옥같은 강제수용된 피해자들에게 관심을 갖는 국회의원은 결코 없었다.

내란범 전두환의 지시로 시작된 ‘부랑아 사냥’은 경쟁적으로 실적 위주의 ‘인간 사냥’으로 변질됐고, 많이 잡아들일수록 승진 점수와 보조금을 많이 줬고, 공무원들은 잡아들이기 쉬운 가난한 아이들을 아무렇게나 잡아들였다.

한종선 대표는 본지 기자에게 9살이었던 당시 자신을 잡아들인 경찰을 회상하면서 “나와 관련된 사건은 조작됐다. 나를 부랑인으로 만들어야지 자기들 평점이 올라가니까. 그래서 처음에 나를 잡아왔는데, 나중에 아버지와 누나까지 수용소로 잡혀왔다. 일가족 모두가 부랑자 수용소인 형제복지원에 감금된 것인데, 이제 와서는 누구도 책임지지 않고 있다. 피해자들은 많은데, 가해자가 없는 현실”이라고 정부의 행태를 개탄했다.

과거 1987년 1월 당시 형제복지원 사건을 처음으로 파해치며 수사했던 검사로 이날 행사에 동참한 김용원 변호사는 모두발언을 통해 “형제복지원 인권유린 사건은 31년의 세월이 지나고도 아직 해결되지 않은 중대한 인권 문제”라면서 “최근에 대검찰청의 과거사 진상조사단에서 형제복지원에 대한 비상상고를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곧 비상상고가 결정될 것으로 보이는데, 제가 공소를 제기할 때 ‘특수감금죄’로 기소했다”고 사건 개요를 설명했다.

김용원 변호사는 이어 “이 특수감금죄 사건은 대구고등법원에서 두 번씩이나 유죄라고 판결했는데도 대법원이 무죄를 계속 고집했던 것인데, 마지막 세 번째 항소심에서는 어쩔 수 없이 대구고법에서 무죄를 판결하게 됐다”면서 “당시의 대법원이 당연히 유죄로 판결해야 할 것을 무죄로 잘못 판결했다는 것인데, 전두환 정권의 외압에 따른 것이라고 조금도 의심하지 않는다”고 폭로했다.

김용원 변호사는 다시 “대법원이 법령과 헌법을 잘못 적용하고 해석한 것이고, 진상조사단에서 비상상고가 결정되면 대법원이 아마도 전원합의체 판결을 거쳐서 특수감금죄 부분을 유죄로 판결을 할 것 같다”면서 “그렇게 되면 당시의 내무부 훈령에 따라서 형제복지원에서 이루어진 불법감금이 이루어진 것을 대법원이 유권적으로 판결하는 것이 되고 국가 공권력에 의한 졸속 감금이었다는 것이 우리나라 법원의 판결로서 확정되는 중대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용원 변호사는 국회의원들의 행태에 대해선 “국회에 형제복지원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이 국회에 ‘과거사 정리 특별법’의 형태로 상당히 오랫동안 계류돼 있음에도 국회는 특별법 제정에 있어 미적거리고 있다. 형제복지원 관련 특별법은 결국 국회에서 잠을 자고 있는 상태다”라면서 “검찰의 비상상고를 통해서 대법원이 판결이 이루어지기 전에 국회에서 입법적으로 해결하는 게 가장 신속하고 올바른 해결책이 될 것”이라고 국회의원들이 해야할 과제가 있음을 분명히 했다.

김용원 변호사는 이에 더 나아가 “국회는 더 이상 머뭇거리지 말고, 이것은 인권의 문제이기 때문에 여당과 야당이 따로 있을 수가 없다. 국회에서 신속하게 합의로 이 특별법을 제정해 줄 것을 간곡하게 요청한다”고 목소리를 한껏 높였다.

한편, 이날 모인 예술인들은 ‘형제복지원 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이 국회에서 잠을 자고 있는 것에 대해 “국회의원들이 직무유기를 하고 있다!”고 규탄하면서 “도대체 얼마나 더 기다려야 이 특별법을 통과시킬 것인지 궁금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그러면서 “과거사를 제대로 정리하지 않고 덮어두려는 세력이 바로 적폐세력”이라면서 “국회는 형제복지원 사건에 대해 더 이상 침묵해서는 안 된다”고 강력히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