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노조 민주식 교선국장 또한 지난 4일 본지 기자와의 대화에서 “무인타워크레인은 한 마디로 건설현장에서 사용하지 말아야 하고, 사용해서도 안되는 ‘생활속의 시한폭탄’”이라면서 “무인타워크레인에 대한 엄격한 검사와 관리가 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국토교통부가 이를 탁상행정만으로 관리해서 국민들 안전에 커다란 위협이 되고 있다. 정부가 국민 불안을 조장하고 있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 지난 2015년 부천역 전철 운행 중단 사고, 무인타워크레인 전도 사고로, 당시 수도권 지하철 1호선 동인천∼부천역 구간의 열차 운행이 중단되고 다수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사진 = 한국노총 한국타워크레인조종사노조 제공

일반적으로 건설현장의 타워크레인은 기계에 직접 조종사가 탑승해서 조종하는 유인타워크레인과 조종사가 탑승하지 않고 조종 리모콘으로 타워크레인을 조작하는 무인타워크레인, 바퀴가 달린 차량에 타워크레인을 싣고 이동성을 편리하게 운용하는 이동식타워크레인 등으로 나뉜다. 타워크레인조종사들은 건설현장에서 안전을 담보할 수 있는 것은 ‘유인타워크레인’이라고 입을 모은다.

크게 유인과 무인으로 나뉘는 건설현장 타워크레인에서 조종사들은 “국민의 안전을 무엇보다 먼저 고려해야할 정부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가 한정된 타워크레인 시장에 무분별한 자격증을 남발하면서 문제가 시작됐다”고 지적한다. 오랜 경력을 갖춘 숙련된 조종사들이 엄격한 자격 시험을 거쳐 조종대를 잡는 유인타워크레인에 비해 무인타워크레인의 경우 20시간 정도의 조작법만 익히는 과정을 거치면 수료증을 발급해준다.

이렇게 허술한 조종사 자격을 갖춘 현장 기술자들이 건설현장에서 무인타워크레인을 조종하게되고 이같은 허점은 곧바로 사고로 이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게 타워크레인조종사들의 한결같은 주장이다. 심지어 이에 더 나아가 본지 기자가 지난달 하순께 경기도 수원시 광교 소재 경기도청 신청사 신축현장을 취재할 당시엔 무인타워크레인 조종사들이 모두 외국인이었고, 이런 외국인 조종사들과는 소통조차 어려운 작업환경이었다.  

아울러 국토교통부의 검사와 점검, 사후 관리 등은 더 문제다. 형식적인 서류 검사만으로 중국산 불량 무인타워크레인이 무분별하게 수입이되고, 수입업자가 제출한 서류만으로 안전 여부를 심사하다보니, 안전성을 담보할 수 없고, 심지어 수입된 무인타워크레인과 서류가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음에도 아무런 조치가 없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2018년 6월 현재 국토교통부의 통계를 보면 유인타워크레인 면허증 발급수는 8295개다. 무인타워크레인 면허증 발급수는 6711에 달한다. 반면 국토교통부에 등록된 유인 및 무인타워크레인은 모두 6286대다. 이 가운데 9월 조 현재 시점에서 전국적으로 가동되는 타워크레인 댓수는 무인타워크레인 가동이 830여대이고, 유인타워크레인 가동 댓수는 2700여대로 타워크레인노조는 집계하고 있다.

이에 대해 비노조원들이 가동하는 장비를 감안하면 현재 노동조합 가입자 유인타워크레인조종사 가운데 유인 조종사 4000여명 중 절반은 대기자로 볼 수 있는데, 이런 상황에서 타워크레인 조종 일감을 놓고 생존 전쟁은 필연적으로 생길 수 밖에 없다는 게 유인타워크레인 조종사들의 주장이다.

한국타워크레인조종사노조 이원희 국장은 “문재인 대통령이 일자리 창출을 위해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자리 창출에 대한 이렇다할 실적을 내고 있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타워크레인의 경우 무인타워크레인이 정부의 방만한 행정으로 인해 조종자들의 일자리를 빼앗는 행정이 계속되고 있고, 수천명의 조종사들이 일자리를 빼앗기고 있다”고 성토했다.

이원희 국장은 그러면서 “국민의 생명 안전과 건설현장의 위험을 그대로 방치하고 있는 국토교통부는 크게 반성해야 함은 물론 문재인 대통령의 ‘노동권이 보장된 나라’라는 공약과 일자리 창출 정책에 크게 역행하는 처사”라며 “없는 일자리 만들기보다, 있는 일자리라도 제대로 보장할 수 있는 발상의 전환이 크게 필요한 시점”이라고 국토교통부에 대해 날선 지적을 가했다.

반면, 유인 무인 타워크레인 검사와 관리, 감독을 맡고 있는 국토교통부 담당자는 이같은 건설현장의 주장에 대해 “전혀 사실무근!”이라면서 펄펄 뛰는 모양새다. 충청남도 세종시 소재 국토교통부 공업사무관은 이같은 건설현장 노동자들의 의혹제기에 대해 “절대 탁상행정은 아니다. 나름대로 작년의 경우 타워크레인 관련 사전 검사에서 270대를 불량 판정을 내려 조치했다. 특히 이번 청라지구 사고(무인타워크레인 전도 사고)는 현장 보존을 해서 사고 원인에 대해 정확한 판단이 요구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무인타워크레인으로 작업하면서 조작 과정에 있었음으로 이는 노동고용부 관련 사안인데, 법률적 한계를 근거로 해석해야만 하는 부분”이라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