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타워크레인 3000대 멈춰, “국토교통부, 어쩌다 이 지경까지?”

타워크레인 멈춘 건설현장 ‘멘붕’, “국토교통부는 대책 세워라!” 박귀성 기자l승인2019.06.04l수정2019.06.04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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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협 = 박귀성 기자] 타워크레인이 멈췄다. 한국노총 소속 한국타워크레인조종사협동조합 주도로 국토건설부 학정에 맞서 벌어진 ‘전국 타워크레인 총파업’이 결국 국토건설부와의 대화가 단절되면서 ‘타워크레인 점거’라는 ‘태업’의 형태로 벌어졌다.

한국노총 소속 한국타워크레인조종사노동조합(위원장 유상덕)의 주도로 시작된 이번 파업에 민주노총 건설노조 타워크레인분과가 연대함으로써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양대 타워크레인 노조가 지난 3일 오후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들어갔다. 

▲ 3일 오후부터 전국 건설 현장 타워크레인이 대부분 점거됐다. 한국타워크레인조종사노동조합은 이날부터 국토교통부를 상대로 무기한 파업에 돌입했다고 선언하고 국토교통부의 학정이 확실하게 개혁될 때까지 파업을 계속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한국타워크레인조종사노조 김성점 조직국장은 3일 오후 5시쯤 본지 기자와의 통화에서 “국토교통부가 상호 협의에 대한 의사가 전혀 없었다. 우리 조합원들은 전원이 잠시후부터 전면 ‘태업’에 들어갈 것”이라는 전국 타워크레인 파업 소식을 전했고, 한국타워크레인조종사노조는 이번 파업 규모에 대해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양대 노조가 맡은 타워크레인은 전국에 2500대 정도인데 비노조(양대 노총에 가입하지 않은 일반인 조종 노동자)까지 합치면 약 3000대에 달해 거의 모든 건설현장이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했다.

한국타워크레인 조종사 노조 이원희 홍보국장은 4일 오후 본지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번 파업으로 전국 건설 현장의 공기 지연으로 인한 손실과 아파트현장에선 입주 지연, 건설업계에 손실 등의 여파가 우려되지만, ‘우리도 살아야한다’는 급박한 상황이 있다”고 주장하고 이날 작성된 ‘타워크레인 점거의 변’이란 제목의 입장문을 본지에 제공했다.

이원희 국장이 제공한 해당 입장문에는 “금일 6월 3일 오후 2시 20분 양대 타워크레인 노조와 국토교통부 이성해 국장 및 사무관·과장과의 면담이 결렬되었다. 이로 인해 오히려 타워크레인 총파업의 기폭제가 되었다”고 이번 전국적 타워크레인 파업이 돌연 태업의 형태로 급격하게 진행된 배경을 밝혔다.
 
입장문은 그러면서 “우리 타워크레인 노동자들은 ‘2019 타워크레인 무기한 총파업’을 앞두고 금일 6월 3일 오후 4시 40분 부로 전국의 타워크레인 약 2500여대를 점거하게 되었음을 밝힌다. 금일 예정되어 있던 국토부 관계자와의 면담을 시작조차 할 수 없었기 때문”이라면서 “그간 끊임없이 발생한 소형 타워크레인 사고로 9명이 중상을 입었으며 무려 3명의 무고한 노동자가 사망했는데도 불구하고 국토교통부는 단 한 번도 사죄하거나 반성하지도 않았다. 역시나 금일 소형 타워크레인 사태 해결을 위해 마련된 자리에서도 국토부 관계자들은 변명으로 일관할 뿐 진정성을 찾아 볼 수 없었다. 오히려 소형 타워크레인 사고 책임 소재를 타워크레인 노동자와 사용자에게 전가하며 회피하기에 급급해했을 뿐”이라고 말해 이날 노조 지도부와 국토교통부 건설산업과 공직자들간의 대화가 서로의 입장만 확인했을 뿐이라는 사실 관계를 전제했다.

입장문은 이에 더 나아가 “이러한 상황을 만든 국토부를 우리 타워크레인 노동자들은 더는 신뢰할 수 없으며 이에 타워크레인을 점거할 수 밖에 없었음을 밝히는 바이다”라고 이날 글의 말미를 맺었다.

우연의 일치인 듯, 양대노총 타워크레인 연대파업에 맞춰 대표적인 NGO(비정부 시민사회단체)단체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하 경실련)’은 이날 “내구연한 7.9년짜리 타워크레인, 정부가 20년으로 늘려줘”라는 제목으로 보도자료를 내고 “정부(국토교통부)의 타워크레인 내구연한 20년 제한은 실효성 없는 땜질식 대책” 및 “대다수 소형타워크레인 인양하중 무시한 채 작업... 정부 나몰라라”라는 문구를 소제목으로 했다.

경실련은 이어 “경실련은 2019년 4월 서울 은평구 서부경찰서 신축현장에서 전도된 소형 타워크레인의 형식신고도서와 설계도서를 입수해 사고 원인을 분석했다. 분석 결과 해당 장비는 형식신고도서가 조작된 엉터리 장비였고, 사고 원인 또한 강풍으로 인한 전도가 아닌 인양 하중을 초과해 발생한 인재로 나타났다. 이러한 문제는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연구용역 보고서에도 지적되고 있다. 소형타워크레인으로 인한 안전사고가 계속되고 있지만 국토교통부는 실효성 있는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경실련은 국토교통부가 보여주기식 처방이 아닌 근본적인 사고 예방 대책을 수립할 것을 촉구하며 타워크레인 형식신고도서 및 국토교통부 연구용역 자료를 분석한 결과를 발표한다”고 국토교통부의 행정행태를 노골적으로 비판했다.

경실련이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밝힌 실례를 들어, “국토교통부는 2018년 11월 ‘타워크레인 안전관리체계 이행력 강화’란 제목의 연구용역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타워크레인 내구연한은 타워크레인 기종에 따라 7년 9개월에서 39년 1개월로 나타났다. 기종에 따라 어떤 제품은 30년간 사용이 가능하고, 어떤 제품은 10년만 사용해도 안전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2017년 11월 정부가 ‘타워크레인 사고 예방을 위한 정부합동 안전대책’에서 핵심 방안으로 내놓은 타워크레인 20년 연식 제한이 얼마나 허술한 대책인지 보여주는 것”이라고 국토교통부에 대해 날선 지적을 가했다.

경실련은 그러면서 “국토교통부의 타워크레인 20년 연식 제한은 타워크레인 사고 예방의 근본 대책이 될 수 없다. 보고서에 따르면 소형 타워크레인의 내구연한은 7.9년이다. 정부 대책대로라면 내구연한이 7.9년으로 설계된 소형타워크레인은 20년 동안 사용할 수 있게 보장해주고, 내구연한이 39.1년인 대형타워크레인은 20년만 사용해야 한다. 내구연한 20년이 훌쩍 넘는 대형 타워크레인은 대부분 유럽산 또는 국산 장비이다. 이런 장비들을 20년만 사용하도록 강요하는 것은 외화 낭비이자 자원 낭비다. 대형 타워크레인은 건설현장뿐만 아니라 조선조에서도 가동되고 있다. 조선소에서 사용되는 타워크레인은 선박 조립 블럭을 인양하는 데 주로 사용된다. 건설현장 타워크레인보다 인양 횟수도 훨씬 많고, 작업시간도 길다. 하지만 조선소 타워크레인은 연식 제한이 없다. 이는 타워크레인 연식이 타워크레인 안전사고의 근본 원인이 아니라는 방증”이라고 설명했다.

경실련은 최근 건설현장 타워크레인이 전도된 사고를 예로 들면서 “서부경찰서 신축현장 타워크레인 사고, 인양 하중 초과로 인한 전도, 최근 소형 타워크레인 안전사고가 잇따르고 있지만, 정부는 실효성 있는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제원표 조작은 물론이고, 설계 하중을 초과해 작업하고 있지만, 정부는 아무런 제재를 취하지 않고 있다”면서 “2019년 4월 서울 은평구 서부경찰서 신축현장에서 소형 타워크레인이 전도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가 발생한 타워크레인은 FT-140L 이라는 기종으로, 정격하중을 훨씬 넘는 무게를 들어올리다 전도됐다”면서 “서부경찰서 신축현장에서만 정격하중을 무시한 채 작업했던 건 아니다. 타워크레인이 주로 인양하는 철근 한 다발의 무게는 평균 2t이다. 3t 미만의 소형 타워크레인은 대부분 설계 하중을 무시한 채 작업하는 셈이다. 서부경찰서 신축현장 사고 원인은 인양 하중 초과로 인한 타워크레인 전도로 보는 게 타당하다. 하지만 소방당국은 사고 원인을 강풍으로 인한 타워 전도라고 발표했다. 책임 회피를 위해 엉뚱한 조사 결과를 발표한 것”이라고 국토교통부의 책임 회피 행태에 대해 신랄하게 비판했다. 

경실련은 국토교통부가 타워크레인 관련 형식승인 과정에서 보인 행정에 대해 일일이 적시하고 “종합해보면 형식신고도서는 앞뒤가 맞지 않는 엉터리 도서였다. 형식신고도서대로는 타워크레인 장비를 조립할 수가 없다. 설령 신고도서대로 짜깁기 조립이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안전사고 발생 가능성만 커진다. 이러한 설계도면 수백페이지 전체에 산업안전공단 명의의 형식신고확인 직인이 찍혀 있다. 담당 부처가 설계도서를 검증할 능력이 없거나 검증 자체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라면서 “그것도 아니라면 장비 업체와 유착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국토교통부와 장비 제작업체 또는 수입업체와의 유착관계를 의심했다. 

경실련은 이날 결과 보고 관련 보도자료 말미엔 ‘경실련의 주장’에 대해 “타워크레인 연식 20년 제한은 폐지되어야 한다. 정부가 수시 점검을 통해 구조 결함이 발견된 타워크레인은 즉각 폐기시켜야 한다. 또한 현행 법률상 외국에서 수십 년간 운영된 타워도 새 타워로 둔갑해 등록이 가능하다. 건실기계제작증이나 건설기계제원표를 제출해야 하지만, 이러한 서류는 회사 주소지조차 불분명한 제작회사나 검증기관에서 얼마든지 발급 가능하다. 공인된 업체나 인증기관에서 발급받는 글로벌 인증서를 의무화해야 한다. 또한 정부는 지금이라도 타워크레인 형식신고도서를 전수조사 해 설계도서·제원표가 조작된 장비는 즉시 폐기 조치해야 한다”고 국토교통부에 대해 날선 지적을 가했다.

이런 경실련의 주장들은 현재 파업에 돌입한 한국노총 소속 한국타워크레인조종사노동조합의 주장과 대부분 궤를 같이 하고 있다. 즉, 국토교통부의 이해할 수 없는 행정 행태가 타워크레인 조종사 노동자들의 안전을 보장하기는커녕 국토교통부가 ‘안전 강화’를 주장할 때마다 불법과 위법 타워크레인이 건설현장에서 판을 치고, 타워크레인 조종 동료 노동자들의 사망 사고와 부상 사고는 끊이질 않아, 국토교통부의 이런 비정상적 행정으로 인해 자신들도 언제 생명을 빼앗길지 모르는 위험 속에 내몰렸다는 거다. 

한편, 전국 건설현장은 타워크레인 태업으로 인해 그야말로 ‘멘붕’ 상태에 빠졌다. 국내 수위의 건설 분야 단종업체의 한 임원은 “결국 터질 것이 터진 것 같다”면서도 “당장 우리 회사가 시공하고 있는 현장들의 경우 철근과 기타 자제가 (타워크레인 파업으로 인해) 공급되지 않고 있는데, 오늘은 조금 남은 자재로 그럭저럭 작업을 하고 있지만, 오늘 오후부터는 인력을 투입하지 못할 상황이다. 대체 국토교통부는 이지경이 될 때까지 무엇을 하고 있었고, 앞으로는 또 어떻게 할지 대책은 있는지 궁금하고, 정부의 행태가 정말 답답하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박귀성 기자  skanskdl0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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