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1회 '2014 서울대학교 민주열사/희생자 합통추모제'가 8일 서울대학교 아크로폴리스 광장에서 엄숙히 거행됐다.

"다시 민주화의 길에 서서"라는 제목으로 서울대 출신 34명 열사들 행적기록물도 편찬

'제1회 서울대학교 34명의 민주열사 추모식' 엄숙히 거행

지난 8일 오후 서울대학교 아크로폴리스 광장에서 고 박종철 열사 동생 등 40여명의 민주열사 유가족과 서울대학 민주화 동문, 교수 등 500여 참석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제1회 서울대학교 민주열사/희생자 합동추모제"가 엄숙하게 거행됐다.

▲ 서울대학교 민주열사 추모제에 참석한 각계 인사들이 제례를 올리고 있다.

추모제 주최측 한 관계자는 "서울대학교는 그간 각각 학교 학과 계열별로 추모제를 진행해왔지만, 올해부터는 모두가 단합해서 하나의 통합추모제로 열사들의 넋을 기리고, 그들의 뜻을 이어가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추모제는 열사들에 대한 추모 묵념과 '임을 위한 행진곡'을 합창하면서 시작됐다.

이호윤 서울대 민주동문회 회장은 경과보고를 통해 "서울대 민주동문회는 이번 합동 추모제를 매년 11월 3일 학생의날에 개최할 것"이라고 밝히고 "4.19 이후 희생하신 서울대 민주열사들을 계속적으로 찾고 그 행적을 발굴하여 향후 이나라의 민주화를 위해

장남수 전국 민주열사 유가족 협의회장은 추모사에서 "다른 단체들은 회원들이 늘어나는 것을 원하지만, 우리 단체는 더이상 회원이 늘어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며 "이땅에서 더이상은 독재에 의해 희생당하고 아까운 목숨들이 죽는 일을 없어야 하기 때문"이라고 언급했다.

장 회장은 "언론을 비롯한 사회에서는 서울대에서 민주열사들이 가장 희생되었다는 것을 모르고 있고, 지금 현실은 안타깝게도 그렇지 않다. 이승만부터 박정희 전두와 정권에 이어 박근혜 정권이 들어서고 더이상 두고 볼 수 없을 만큼 민주주의가 후퇴되어 가고 있다"고 역설했다.

장 회장은 "이명박과 박근혜는 (과거 독재의 부정을 그대로 답습하면서) 교묘하고도 파렴치하게 언론이나 모든 직책을 이용해서 우리 국민을 호도하고 있다"며 "그런데도 박근혜 지지율이 40%가 나온다는 게 이해를 못하겠다"고 주장했다.

장 회장은 "조중동을 비롯한 종편 TV들은 하루 종일 정권의 편만 들고 이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나쁜 사람들로 몰아세우는 현실이 개탄스럽다"고 언론에 대해 맹비난을 퍼부었다.

장 회장은 "세월호가 침몰하듯 이 나라도 서서히 침몰하고 있다. 이제 우리들이 다시 앞장설 때가 되었고, 서울대학교 (교수와 학생) 여러분이 다시 이나라를 지켜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서울대 김태균 동문 대표이자 고 박종철 열사 기념사업회 회장은 "열사들이 바라던 이땅의 민주주의가 심하게 침식당하는 현실"이라고 언급하고 "이번 추모행사를 계기로 이땅의 민주화를 위해 다시 한번 뭉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려대학교 민주 동문회 김창훈 회장은 "오늘 (서울대에서) 추모제가 있다는 소식을 듣고 너무 고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문을 열고 "가신 열사님들이 바라는 세상은 즐겁게 공부하고 열심히 일할 수 있으며 노인층을 비롯한 사회 약자들이 즐겁게 살아나갈 수 있는 사회, 백두대간을 걸어서 오갈 수 있는 그런 나라 그런 사회였으리라 생각해봤다지만, 그런 세상은 이제 요원하기만 하다"고 소회를 밝혔다.

김 회장은 "오히려 박근혜 정권은 역사의 시계 바늘을 유신시대로 돌려놓고 있다. 이런 미친 난동의 시대에 이제 우리들은 열사들의 뜻을 기억만 해서는 안돼겠다고 생각하여 지난 11월 1일 전국 60여개 대한 민주 동문회와 열사들과 함께 꿈꾸었던 나라를 만드는 길에 함께하고자 '전국민주동문회연합회'를 발족시켰다"고 밝혀 이 추모식을 계기로 전국적인 민주화운동이 시작된다는 것을 알렸다.

김 회장은 이날 모인 참석자들을 향해 "여러분! 열사들이 바랬던 그런 나라를 만드는데 함께 하겠습니까?"라고 외쳤고 참석자들은 이구동성으로 "예!"라고 대답했다.

새울대 총학생회장 권한 대행이자 서울대 연석회의 의장 김해미루는 "오늘은 민주열사 선배님들을 뵙는 자리에서 이 선배님들을 기억하고 추모하고 그분들의 뜻을 이어받는 자리"라며 "이분들을 존경할 수 있고 기릴 수 있는 뜻깊은 자리를 마련해주신 선배 동문님들께 감사한다. 열사들의 바람직한 뜻을 기억하고 이어받는 것은 우리들이 바람직한 미래로 나아가는 자양분을 얻는 것"이라고 말했다.

▲ 서울대학교 재학생 대표 전효빈 부의장이 추모제에 참석 추모사를 하고 있다.

부의장 전효빈양은 "지금 (동문 선배님들께) 드리는 제 말은 저 개인이 아닌 지금 학교 재학생 전체의 이야기라고 생각해주셨으면 한다"고 서두를 열고 "아파하면서 살아갈 용기가 없는자. 살아감에 아픔을 함께할 용기가 없는자. 부끄러운 삶일 뿐만 아니라 죄지음이다. 절망과 무기력. 이땅에 없는자 억눌린자 부당하게 빼앗김의 방관 더 보태어 함께 빼앗음의 죄. 더이상의 죄지음의 빚때문에 감당할 수 없다. 아름답게 살아가는 모든이들에게 부끄럽다..." 고 박혜정 열사의 유서 일부를 낭독했다.

전 부의장은 "이제는 부끄러움마져 잊혀져가는 세상"이라며 "올해도 우리는 너무나 쉽게 묵살되는 죽음을 목도해야 했다. 308명의 세상이 무너진 지난 4월 16일... 연한이 지난 선박이 무분별하게 바다에 떠다니고 사람의 목숨값마져 민간업체에 떠넘겨가며 우리 사회가 치러야했던 비용은 300명이 넘는 사람들의 목숨이었다"고 개탄했다.

전 부의장은 나아가 "자식들을 가슴에 묻은 부모님들이 200여일을 거리를 해매였지만 우리사회는 여전히 안전사회에 대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울산의 한 고등학생이 12시간이 넘는 중노동을 하다 눈더미에 깔려 숨졌고. 정규직으로 채용해주겠다는 약속에 비정규직 일자리를 감내했지만 돌아온 것은 정규직 약속파기와 성희롱 뿐이었던 여성은 목숨을 끊었으며, 5층에서 유통기한이 지난 음식을 먹으라고 던져주는 가진 사람들 앞에서 또 한명의 경비노동자는 자신의 몸에 불을 질렀다"고 울분을 터뜨렸다.

전 부의장은 "하지만 우리는 우리사회의 단면에 대해서 그렇게 부끄러워하지 않는다"며 "(사회 가치관이 상실돼어가는 시대에) 내가 살아남기 위해 남을 짓밟는 것이 아니라 당신의 아픔을 나의 아픔으로 끌어안으며 당신의 상처를 나의 부끄러움으로 여길 줄 아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전 부의장은 "학생회는 불법이었고 통행금지는 합법이었던 시대에, 독재권력이 모든 사람들의 만남과 소통을 불허하던 시대에 자신의 현실의 한계를 뛰어 넘어 온몸으로 민주주의를 지켜온 선배들에게 서울대학교 총학생회는 변화를 꿈꾸었던 사람들의 공간이었다"고 서울대 총학생회의 과거를 회상했다.

전 부의장은 "지배적인 무엇인가를 뒤엎는 상상... 누구도 가능하지 않다고 여겼던 일들은 다수의 열망과 만났을 때 현실이 되었고 저는 그것이 역사라고 생각한다"고 "서로의 삶에 대한 아픔과 부끄러움으로 살아갔던 선배들의 역사... 그 역사를 오래 기억하며 더 많은 가능성과 더 많은 변화를 만드는 길에 함께하겠다"고 다짐했다.

각계 인사들의 추모사가 끝나고 서울대 83학번 동문 합창단의 합창과 독창, 제례가 이어졌으며, 혜인 스님의 '씻김 굿'과 헌화로 추모제는 막을 내렸다.

▲ 서울대학교 민주열사 추모제에 참석한 통합진보단 김미희 의원(좌)과 새누리당 원해룡 의원(우), 새정치민주연합 이목희 의원(뒤)

이날 추모식은 민주열사 유가족과 서울대학교 민주동문회,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 등 다수의 시민단체들이 참여했고, 박준기 추모단체 연대 회장과 민주화 실천 가족운동 협의회, 민청학련 계승사업회 이광일 사무처장 등 각 민주단체 임원들, 통합진보당 김미희 원내부태표와 박상규 관악을 지역구 국회의원, 새정치민주연합 이목희 의원과 김기식 의원,  원혜영 의원 등 정치인들도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