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유가족 "우리는 사람이기에 포기할 수 없습니다!"

18일 팽목항 기자회견 대변인과 유족 발언 및 각 단체 호소문, 선언문 [전문] 박귀성 기자l승인2014.11.19l수정2014.11.19 0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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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일 팽목항 세월호 가족대책위 기자회견에서 유경근 대변인이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세월호 참사 희생자와 실종자, 생존자 가족 대책위원회(이하 가족대책위)는 18일 오후 팽목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가 지난 11월 11일 실종자를 찾기 위한 수중수색을 종결하겠다고 발표했고, 이날 11월 18일 24시를 기해 범정부사고대책본부를 공식적으로 해체하고 진도체육관, 진도군청, 팽목항 등에서 모두 철수한다고 발표한 것에 대해 강력하게 항의했다.

가족 대책위원회’는 이날 입장 발표 기자회견을 통해 "수중수색 종료 이후의 대책은 내놓지 않은 채 ‘한계’만을 운운했던 정부가 빠르게 이러한 수순을 밟는 것이 또다시 책임을 회피하려는 움직임은 아닌지" 우려를 표명했다.

가족대책위는 세월호의 인양이 실종자를 찾는 수색의 다른 방법 중 하나이자 진상규명을 위한 중대한 수단임을 언급하며 인양이 제대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세월호 인양 TF에 가족의 참여를 보장할 것을 요구했다. 더불어 인양 작업이 끝날 때까지 세월호 참사의 현장이자 인양에 대한 감시의 교두보가 될 팽목항을 떠나지 않고 아직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한 실종자들을 함께 기다릴 것이라고 밝혔다.

세월호 유가족대책위원회 유경근 대변인은 이날 사회를 맡고 "오늘 이자리에 모이게 된 것은 모든 국민들과 유가족들에게 항상 약속을 했던 정부가 언제나 그 약속을 헌신짝 버리듯 어기고 신의를 저버리는 행위에 대해서 분명하게 규탄하고 특히 진도 체육관에 이어서 팽목항에서까지 해경을 비롯한 철수를 하려고 하는 그런 움직임에 대해 명백히 단죄할 것을 밝히기 위한 기자회견이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추운 겨울이 목전에 왔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한 아홉분의 실종자와 그분들을 애타게 기다리면서도 하고싶은 말 속시원히 하지 못하고 버텨내고 있는 실종자 가족분들과 희생되신 295명의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며 함께 묵념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일동 묵념"이라고 기자회견의 시작을 알렸다.

첫번째 발언자로 나선 4반 최성호 학생의 아버지 최경덕 씨는 "자식을 잃은 부모입니다. 팽목항에 다시 오기까지 너무 많은 시간이 걸렸습니다. 수개월이 지나서야 팽목항에 다시 올 수 있었습니다. 지옥같은 이곳에 오기 싫어서 많이 피하고 했었는데, 이곳은 어쩌면 저주받은 땅이었다는 그런 생각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곳에 와서 남아 있는 가족들을 만나고 나서 이곳을 저주의 땅이라고 할 수 없었습니다."

"그분들에게는 한줄기 희망을 붙들고 계시는 이곳은 희망의 땅을 간직하고 있었습니다. 그분들은 우리아이 우리가족을 만날 수 있다는 희망이 담긴 곳이었습니다. 밖에서 많이 싸우고 외치고 힘들었었습니다. 하지만, 저희들이 외치고 주장하는 것은 최고의 것을 해달라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기본적이고 원칙적인 것을 해달라는 목소리였습니다. 아이들이 물에 있었을 때 사람들이 탄배가 물에 빠졌는데 아이들을 구해달라, 내가족을 구해달라는 것은 너무나 상식적인 일이었습니다."

"지금 희망을 가지고 있다가 다 우리 가족이 되어버린 그분들이 말씀하시는 것은 기본적인 것입니다. 최고를 해달라는 것이 아니고 기본적이고 사람이면 상식적으로 생각하는 그런 것입니다. 하지만 길거리에서 농성장에서 수많은 절망을 저희들에게 주고 '포기하라'고... '포기하라'고 그런 지금 또 저희들에게 절망을 주고 '포기하라'고 그럽니다."

"하지만 저희는 포기할 줄 모릅니다. 우리는 사람이니까. 가족을 잃은 부모고 아빠고 엄마고 우리는 사람이니까. 우리는 짐승이 아닙니다. 짐승이면 포기하고 절망할 수도 있겠지만... 우리는 짐승이 아닙니다. 우리는 사람이고 포기할 수도 없고 절망할 수도 없습니다. 우리는 사람이니까... 언제부턴가 우리를 막아드는 사람들이 그들이 짐승처럼 느껴집니다. 우리보고도 짐승이 되라고 그럽니다. '포기하고 그만두라고...' 하지만 우리는 짐승이 아닙니다. 그냥 자식 잃은 보몹니다. 이곳은 우리에게 절망할 자리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우리에겐 희망의 땅, 사람에게 축복의 땅. 그런 장소입니다. 이곳은..."

"우리들이 사고이전에 알았던 그 대한민국 상식과 기본이 통하는 대한민국, 지금 저희들의 눈에는 없습니다. 우리가 알던 대한민국이 어디 있습니까? 이나라는 짐승의 나라입니다. 사람의 나라에 살고 싶습니다. 저희들에게 '포기하라. 계속 절망하고 포기하라' 그러면 안됍니다. 적어도 사람이 사는 나라라면 저희들에게 그러면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저희들은 그냥 부모고 가족입니다. 꼭... 꼭 희망을 가지고 살고 싶습니다. 포지하지 않고, 절망하지 않고... 우리에게 그런 나라가 되어주면 안되는지 다시 한번 묻고 싶습니다. 우린 사람입니다. 짐승 아닙니다. 닭대가리 아닙니다. 우린 사람입니다. 모두 한가족이 되어버린 우리가족들에게 힘내라고 박수 한번 쳐주십시요"라며 발언을 마쳤다.

이날 기자회견은 전남대학교 집행위원장 권민영 학생의 연대발언과 전국 26개 시민단체를 대표한 리멤버04.16의 임은주 씨, 세월호 참사 국민대책회의 기다림의버스 이원호 팀장 등의 연대발언 및 가족대책위 전명선 위원장의 기자회견문 낭독의 순서로 진행됐다. 특히 임은주씨는 연대발언을 하는 내내 눈물을 흘리며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함께할 것을 선언했다.

다음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낭독 된 기자회견문과 호소문 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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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는 팽목항 철수를 즉각 중단하라! >

지난 12일 아홉 분의 실종자 가족이 잠수사들의 안전을 우려하여 수색 중단을 요청하는 기자회견을 했습니다. 이에 정부는 기다렸다는 듯이 팽목항에서 모든 인력과 자원을 철수하고 있습니다.

4월 16일, 세월호가 진도 앞바다에 침몰했을 때부터 팽목항은 온 국민의 마음이 모이는 곳이었습니다. 우리는 바다를 향해 울부짖는 부모들을 보았고, 깜깜한 바다를 바라보며 담요를 두르고 하염없이 앉아 있는 부모들의 모습을 보았습니다. 사랑하는 가족이 살아 돌아오기를 기다리던 작은 부두, 시신이라도 나와 주기를 바라며 긴긴 날들을 지새우던 작은 부두, 그곳이 바로 팽목항입니다.

아홉 분의 실종자 가족이 수색 중단을 요청한 것은 가족을 찾고자 하는 바람이 없어져서가 아닙니다. 당신들로 인해 또다시 아픔을 당하는 사람이 생길까 봐 무너지는 마음을 억누르며 한 결정입니다. 그분들께 무엇이 남았습니까? 가족을 잃은 아픔과 지친 육신과 절망만이 남았을 뿐입니다.

그분들께 희망을 주어야 합니다. 이제 남은 희망은 세월호 선체를 원형 그대로 인양하는 것밖에 없습니다. 2010년 천안함 사건 때도 선체를 인양하여 선체 안에 있던 시신 40여 구를 수습했습니다. 분명 세월호 안에도 아직 발견되지 못한 실종자가 있을 것입니다. 수색 중단은 실종자 찾기를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찾는 방법을 달리한다는 의미입니다.

또한 검찰의 발표만 보더라도 세월호 참사는 단순한 침몰이 아닌 선장과 선원들의 범죄행위로 인하여 304명의 목숨을 빼앗아간 살인사건이며 세월호 역시 단순한 침몰선이 아닌 범죄 현장입니다. 따라서 세월호는 범죄의 증거로서 현상 그대로 인양되어야 합니다. 지금까지의 검찰수사로 사건이 종결된 것이 아니고 아직 정확한 사고 경위조차 파악되지 않은 상태인데 사고 현장에서 범대본부가 철수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이 나라의 국민으로서 정부에 요구합니다. 세월호 선체를 원형 그대로 인양하십시오. 그래서 선체에 있을 실종자를 수습하십시오. 이를 위해 현재 진행되고 있는 팽목항 철수를 당장 중단하십시오. 팽목항에서 철수하는 것은 실종자 수습을 위해 일하던 잠수사들과 그에 따른 장비들에 한해야 합니다.

이제까지 팽목항이 가족을 기다리는 곳이었다면, 앞으로 팽목항은 가족을 기다리는 곳에서 더 나아가 세월호의 숨겨진 진실을 기다리는 곳이 될 것입니다. 세월호가 그 진실을 품고 원형 그대로 올라오는 날까지 온 국민의 눈과 귀와 마음은 이곳 팽목항에 있을 것입니다.

정부는 팽목항 철수를 당장 중단하십시오.


2014년 11월 18일

강남서명, 고기교회, 고양파주0416리멤버, 금천구노사모, 금천구촛불시민연대, 리멤버0416, 바람개비들이꿈꾸는세상, 분당사랑방 세월호모임, 분당엄마들세월호모임, (사) 어린이도서연구회, (사)참교육학부모회 동북부지회, (사)참교육학부모회 서울지부, 성남열린교회, 세기경TFT, 세대행동, 세월호를기억하는경기시민모임, 세월호를기억하는용인시민모임, 세월호아픔을이해하는여주시민모임, 세월호를잊을수없는영종주민모임, 엄마라서말할수있다, 엄마의 노란손수건, 용인마녀, 판교맘카페 세월호엄마모임, 학부모비상대책위 아이들을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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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회견문

오늘은 세월호 참사 후 217일이 되는 날입니다. 그럼에도 바로 이 앞바다에는 아직 가족들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한 아홉 명의 실종자가 남아 있습니다. 이제 수중수색도 중단되었기에 아홉 명의 실종자가 시린 바다 속에서 더욱 외로워하지는 않을까 걱정입니다.

1. “마지막 한 사람까지 찾아 주겠다.”, “마지막까지 총력을 다 하겠다.” 실종자 수색에 대한 정부의 약속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약속은 정부의 다른 약속들과 마찬가지로 저희 가족들에게 절망과 분노만을 안겨주었습니다. 수중수색 종료 선언 즈음부터 이미 정부는 아무런 대책도 내놓지 않은 채 그저 ‘한계’만을 운운했을 뿐이었습니다. 진정으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반면 수중수색 종료를 선언한 지 얼마나 되었다고 범대본을 해체하겠다고 나서고 있습니다. 언제나 그렇듯이 책임을 회피하고, 빠져나가는 데에만 최선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입니다.

2. 정부의 ‘최선’이 항상 ‘최선’이 아니었다는 점에서 정부가 이야기한 ‘한계’가 과연 ‘한계’일까 매우 의심스러웠지만 지난주 저희 실종자 가족들은 수중수색의 종료를 수용했습니다. 인양을 통해서도 실종자를 찾을 수 있다는 믿음과 기대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정부 역시 인양이 수색의 다른 일환이라는 인식이 있었기 때문에 이주영 장관이 발표한 담화문에서 ‘잠수에 의한 수색이 한계’라거나 ‘지금과 같은 수색작업’ 또는 ‘수중수색을 종료’라는 등의 표현을 사용한 것입니다. 그리고 세월호 인양에는 또 다른 의미도 있습니다. 검찰이 기소를 하고 공소를 유지하면서 가장 근본으로 삼는 것이 침몰원인에 대한 시뮬레이션 보고서인데, 이것만으로는 공소를 유지하는 것조차 쉽지 않다는 것이 선장과 선원들에 대한 1심 판결을 통해 확인되었습니다. 더구나 검찰이 내세운 침몰 원인이 진실과 거리가 먼 것일 수도 있는 상황이기에 진상규명을 위해 세월호 선체의 상태를 살피고, 세월호에 실려 있는 여러 자료를 검토해야만 합니다. 세월호 인양은 진상규명을 위한 중대한 수단이 될 것입니다.

3.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정부는 인양에 대해서는 책임 있는 모습을 조금도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국민들이 세월호 참사를 그만 잊어버리길 원하는 것인지 아니면 세월호 침몰 원인과 관련하여 무엇인가 새로운 사실이 밝혀질까 두려운 것인지 그 이유를 도대체 모르겠습니다. 이 와중에 일부 새누리당 의원들은 인양 비용을 들며 인양 반대의 선봉에 서고 있습니다. 세월호 참사가 사람의 생명과 안전보다 돈을 중시하여 일어난 것이라는 것을 벌써 잊은 듯 ‘돈’ 이야기만 하고 있는 것입니다.

4. 위에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세월호 선체 인양은 단순히 세월호를 물 밖으로 들어내는 것이 아닙니다. 실종자를 찾는 방법 중 하나이며, 침몰 당시 세월호의 상황을 알아낼 수 있는 방법 중 하나입니다. 따라서 인양은 반드시 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 인양은 위 두 가지 목적을 모두 달성할 수 있는 방법으로 이루어져야 합니다.

5. 저희 가족들은 세월호 인양을 위하여 정부가 구성할 인양 TF에 민간 전문가 외에 저희 가족들도 함께 참여하게 해줄 것을 요구합니다. 실종자 수색에도 민간 전문가들이 참여했지만 정부와 민간 전문가가 보여준 것은 결코 최선이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저희 가족들의 감시와 참여가 늘 필요했었습니다. 인양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전문가들의 지식과 저희 가족들의 인양에 대한 강한 의지가 결합할 때만이 제대로 된 결과를 낳을 수 있을 것입니다.

6. 또한 저희 가족들은 이 자리를 통해 세월호가 제대로 인양될 때까지 팽목항을 떠나지 않을 것을 선언합니다. 세월호 참사의 현장이자 인양에 대한 감시의 교두보가 될 팽목항에 그 수가 어찌되었든 계속 머물 것입니다. 아직 가족들 품으로 돌아오지 못한 실종자들과 함께할 것입니다. 그리고 팽목항을 세월호 참사를 잊지 않는 국민들과 함께 할 수 있는 곳으로 만들 것입니다. 방문하시는 국민분들과 세월호 참사의 의미에 대해 이야기하고 서로의 슬픔을 달랠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7. 마지막으로 국민 여러분께 호소 드립니다. 저희 가족들이 지킬 팽목항으로 방문하여 주십시오. 더욱 외로워할 실종자들을 함께 위로해 주시고, 제대로 된 인양이 이루어지도록 함께 감시하여 주십시오. 화재가 발생했는데 소방관이 부족하여 멀리 있는 소방서에서 진화를 맡고, 정작 실내에는 소화기 1대만이 비치되어 있었던 담양 펜션 사고에서 보듯이 여전히 우리나라는 위험합니다. 불안합니다. 사람보다 돈이 우선시되고 있습니다. 저희 가족들이 세월호를, 팽목항을 잊지 말자고 국민들께 호소하는 이유입니다. 잊으면 참사는 반복되고, 무고한 생명이 희생됩니다. 부디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국민 여러분께서 아빠엄마의 마음으로 조금만 더 힘을 보태어 주시기를 간절히 호소드립니다.


2014년 11월 18일

세월호 참사 희생자/실종자/생존자 가족 대책위원회


박귀성 기자  kuye8891@korea-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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