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일 어렵게 여야 간사와 황우여 교육부장관이 합의한 누리과정 편성 문제가 새누리당의 번복으로 파기되자 허탈해 하는 교문위 야당측 간사 김태년 의원(새정치민주연합 성남 수정구)

새누리당 내부가 누리보육예산을 놓고 진퇴 양난에 빠졌다. 이는 21일 오전 당내 지도부가 '21일 누리예산 번복 사건'에 대해 이완구 원내대표를 통해 대국민 사과를 함으로써 "최경환 vs 황우여"의 형태로 갈등이 표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완구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상임위원장·간사단 연석회의에서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여야 간사인 신성범 새누리당 의원과 김태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을 포함한 모든 교문위원들의 열정에 존경의 말씀을 드린다"며 "상임위 내에서 예산 확보를 위해 열심히 뛰는 모습에 열정과 충정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이 원내대표는 이와 함께 "12월 2일 예산안 처리는 절대로 타협이나 거래의 대상이 아니다"라고 누리보육과정에 대한 당 지도부의 입장이 변함없음을 강조했다.

최경환 vs 황우여 투톱 부총리간 갈등은, 어제 오전 누리보육예산에 대해 황우여 교육부장관과 김태년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이하 교문위) 야당 간사가 1차 합의하고 새누리당 교문위 간사 신성범 의원이 합의 가세함으로써 누리보육예산 문제가 진통끝에 합의를 이루고 이같은 합의 사실은 새정치민주연합 안규백 의원에 의해 언론에 보도되자 새누리당 지도부는 마치 벌집을 쑤셔놓은 듯 들끓기 시작했다.

새누리당 지도부는 곧바로 사태를 점검하고 나서 김재원 원내수석대표가 긴급히 기자회견을 열어, "황우여 장관과 교문위 여야 간사들 같에 있었던 합의는 당론이 아니기에 새누리당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발표하면서 황우여 장관의 입지에 흠집을 내기에 이르렀다.

때문에 새누리당은 여론과 야당쪽의 뭇매를 실컷 맞았고, 누리보육예산에 대해 당 내부에서 불협화음이 불거지기 시작했다.

교문위 새누리당측 간사 신성범 의원이 결국 당내 혼란과 언론 보도의 혼선의 책임을 지고 돌발적으로 자진사퇴의사를 밝히고 황우여 교육부장관 역시 자신의 결정을 번복한 새누리당 지도부에 불쾌한 심기를 드러내면서 사태는 일파만파로 번졌다.

새누리당 지도부가 누리보육예산에 반대하는데는 최경환 경제부총리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것을 당내외 인사들이 다 알고 있는 상황에서 황우여 장관의 의사가 묵살된 형태여서 이번에 황우여 장관이 드러낸 불편한 심기는 결국 당내에 잠재되어 있던 계파간의 갈등이 노골적으로 표면화된 양상이 됐고, 심지어 황우여 장관의 합의에 대해 '월권'이라는 표현까지 나옴으로써 황 장관의 당내 입지를 흉하게 구겨버린 양상이 되고 말았다.

▲ 황우여 교육부장관(좌)와 최경환 경제부총리(우)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애초부터 누리과정 예산 편성 논란과 관련해 누리과정 예산은 지방교육청이 부담해야하고, 예산이 없으면 지방채를 발행해서라도 시도교육청이 자체적으로 조달해야 한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는데, 황우여 장관은 이같은 김 부총리의 의사와는 상반되게 국고에서 5천 600억을 지원하고 1조 5천억의 지방채를 지자체가 발행하며 그 이자를 정부가 부담하면서 정부와 지자체가 연동하는 형식으로 지방체를 정부가 단계적으로 줄여나간다는 조건으로 여야 간사들과 합의를 한 것이다.

결국 오늘 오전 당내 지도부 회동에서 이완구 원내수석이 대국민 사과를 발표하는 정도로 사태를 수습하자는 의견을 모았지만, '최경환 vs 황우여'로 분류되는 계파간 갈등의 불씨는 더욱 강하게 번지는 양상이다.

합의가 무산되자 새정치 민주연합은 20일 서영교 대변인을 통해 "전직 여당 대표이자 부총리인 황 장관과 여야 상임위 간사의 합의를 김재원 원내수석부대표 한 명이 좌지우지하는 법이 어딨느냐. 이 나라가 김재원 한 사람의 나라냐"며 거세게 비난했다.

▲ 20일 새정치민주연합 서영교 대변인이 국회 기자회견장을 찾아 새누리당의 누리보육과정 합의 번복에 대해 강하게 비난하고 있다.

여론 역시 이번 합의를 번복한 새누리당에 돌팔매질을 시작한 양상이다. 새누리당의 합의 번복이 언론을 통해 알려진 20일 오후부터 인터넷 각 포털 싸이트와 SNS 상에서는 비난의 글들이 폭주하고 있는데, 그만큼 이번 누리보육예산 편성 문제가 전 국민들이 지켜보는 커다란 관심사임을 충분히 증명해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