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에 대한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1심 판결을 공개적으로 비판한 김동진(45·사법연수원 25기) 수원지법 성남지원 부장판사가 대법원으로부터 정직 2개월의 징계를 받게 됐다.

대법원 법관징계위원회(위원장 민일영 대법관)는 3일 김동진 부장판사에 대해 비공개로 진행한 징계위원회의에서 이같이 결정했다.

징계위는 "김 부장판사가 원 전 원장에 대한 사건의 판결을 비난하고 해당 재판장에 대한 명예훼손적 표현을 포함한 글을 게시했다"며 "법관윤리강령 등을 위반한 행위"라고 징계 결정 사유를 밝혔다.

징계위의 결정에 따르면 김동진 부장판사는 '법관의 품위유지의무를 명시한 법관윤리강령 2조와 구체적 사건에 관한 공개적 논평을 금지한 같은 규정 4조 5항, 대법원 공직자윤리위원회 권고의견' 등을 위반한 점을 사유로 했는데, 정직 2개월은 매우 무거운 징계 수준이다.

아울러 만일 김동진 부장판사가 이에 불복할 경우 대법원에서 단심 재판을 받을 수 있다.

한편 김동진 부장판사는 지난 9월 12일 법원 내부통신망 게시판에 '법치주의는 죽었다'는 제목의 글을 통해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한 서울중앙지법의 무죄 판결을 맹비난했다.

이에 대법원은 김동진 부장판사의 게시 글을 곧바로 직권으로 삭제했고, 이후 수원지방법원은 같은 달 26일 대법원에 김동진 부장판사에 대해 징계할 것을 청구했다.

이같은 대법원의 결정에 대해 야당과 시민단체는 곧바로 성명이나 논평을 내고 이날 결정된 김동진 부장판사 징계결정에 대해 강력하게 비판했다.

통진당은 "'법치주의는 죽었다'는 글을 올렸을 때 대법원은 직권으로 삭제했으나, 오늘의 중징계 결정으로 '법치주의는 죽었음'을 스스로 증명해 보였다"며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 대한 1심 판결은 희대의 코미디로, 정치관여 행위는 국정원법 위반이나 선거개입으로 볼 수는 없기에 공직선거법 위반은 아니라는, 그야말로 해괴망측한 결정, 오직 권력의 심기만 거스르지 않겠다는 굴욕적인 판결이었으나, 김동진 판사의 정당한 비판은 사라지지 않은 사법부의 양심을 보여준 것이었고, 그나마 우리 국민들이 사법부에 대한 마지막 기대를 저버리지 않게 하는 끈이었다"며 "그런데 오늘 대법원은 그 끈마저 끊어버렸다"고 규정하고 "스스로 자신의 입에 재갈을 물리겠다는 어이 없는 결정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논평했다.

인터넷 포털과 SNS 상에도 "근조 사법부", "사법부 누워서 침뱉기" "사법 양심은 죽었다" "사법부가 권력의 앞잡이였다니..." 등등 비난과 조롱의 글들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박귀성 기자  kuye8891@korea-pres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