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최원병(왼쪽) 농협중앙회장과 임종룡 농협금융지주 회장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NH농협은행이 텔레뱅킹 1억 2000만원 무단 인출사건으로 경찰 수사와 금감원 감사를 받고 있는 가운데, 사고조사를 의뢰한 손해사정사로부터 '배상 책임 없음'을 보고받은 것으로 4일 알려졌다.

이는 농협이 무단인출 사건 발생 5개월이 지나도록 사고원인 규명조차 하지 못하면서 배상 책임에 대해서는 신속한 물밑 조사를 벌였다는 뜻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4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윤명희 의원이 농협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10월 13일 농협 측 손해사정사(탑 손해사정사)는 검토의견에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손해사정사는 사고 원인에 대해서는 "제3자가 권한 없이 이용자의 접근매체(보안카드 난수 등)를 이용해 전자금융거래를 할 수 있음을 알았거나 쉽게 알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접근매체를 누설하거나 노출 또는 방치해 발생한 사고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다시 말해 고객의 과실로 인해 발생한 사고라고 적시한 셈이다. 농협이 진상 규명에 미온적인 태도로 일관했던 것도 배상 책임이 없다는 점을 염두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실제 농협 측은 수사·금융 당국의 수사 결과에 따라 배상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지만, 내부적으로는 고객의 귀책사유로 보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농협 홍보실 관계자는 "경찰 수사와 금감원 감사가 끝나면 결과에 따라 최대한 신속하게 조치하려고 한다"면서도 "다만 해킹에 의한 사고라면 금융사에서 주로 배상하지만, 텔레뱅킹은 개인이 개별적으로 (보안카드를) 갖고 있기 때문에 해킹과 전혀 관계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통상 판례를 보더라도 텔레뱅킹 사고 같은 경우에는 대부분 (보안카드를) 가진 (고객) 분들의 귀책으로 해서 판결이 난 사례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농협이 무단 인출사고의 책임을 고객에게 전가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6가지 고객정보가 유출되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사건인 만큼, 은행 측이 정보 관리에 허술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새누리당 윤명희 의원은 "고객이 계좌에서 돈을 인출을 위해서는 주민등록번호, 출금계좌번호, 자금이체 비밀번호, 출금계좌 비밀번호, 보안카드 번호 등 6가지 정보가 필요한데 어떻게 보안카드만 가지고 돈을 빼 갈 수 있었겠느냐"라고 지적했다.

윤 의원은 또 "이전의 농협 전산망 마비, 농협카드 개인정보유출 등을 통해 피해자의 고객정보가 사전에 유출됐을 가능성이 크다"며 "농협이 책임을 피해자에게 떠넘기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