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윤회 문건’ 유출 경위와 관련해 청와대는 4일 "검찰 수사에서 잘 밝혀질 것"이라며 직접적인 언급을 피했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오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문건 작성자로 지목된 박모 경정이 청와대를 떠나 경찰로 복귀하기 전 100여건의 주요 보고서를 출력해 간 정황을 검찰이 포착했다는 언론보도에 대해 "지금 검찰의 수사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검찰에 맡기겠다"며 "관련된 결과를 제출하라는 그러한 요청이 있다면 그에 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 경정이 출력한 문건의 분량에 대해서는 "그게 다 조사결과에 해당한다"며 "조사결과에 대해서 궁금해 하는 것은 알겠는데 거기에 대해서 누가 뭘 했다는 것을 말해주기 어렵다"고즉답을 피했다.

청와대가 문건의 유출자로 누구를 지목하고 있냐는 질문에도 "(누구를) 용의선상에 올려놓는다든지 누가 가져갔을 것이라느니 이런 얘기가 모두 검찰수사의 쟁점"이라며 "수사에서 잘 밝혀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답했다.

청와대는 직접적인 대응을 회피하고는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문건 유출자로 박 경정을 지목하고 있는 모양새다. 검찰에 공공기록물관리법 위반 혐의로 박 경정에 대한 수사를 의뢰한 것이 그 증거다.

청와대는 지난 4월 세계일보가 공직기강비서관실 문건을 근거로 청와대 행정관의 금품수수 등이 적발돼 퇴출됐다는 보도를 내보내자 문건 유출 경위에 대한 조사를 벌여 박 경정을 유출자로 지목한 바 있다.

청와대에서는 누가 언제 내부 컴퓨터에 접속했는지부터 문서를 출력하고 복사했는지까지 모두 기록으로 남는다. 청와대는 이를 토대로 박 경정을 유출자로 보고 검찰에 수사를 의뢰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박 경정은 지난 1일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문건을 유출한 적이 없다. 수사를 받겠다"고 문건 유출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박 경정에게 해당 문건의 작성을 지시한 조응천 전 공직기강비서관도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5~6월 민정에 올라간 한 문건에는 박 경정이 아닌 제3자가 (문건 유출의) 범인으로 지목돼 있다"면서 청와대 내부 문건을 유출한 것은 박 경정이 아니라는 요지의 주장을 내놨다.

이와 관련해 국민일보는 이날 복수의 전·현직 청와대 관계자들을 인용해 박 경정이 올해 초 청와대 근무 당시 상관인 조 전 비서관에게 "내 문서를 다른 사람들이 들고 다닌다"고 보고했으며, 이중희 전 민정비서관도 이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보도했다.

이처럼 문건 유출자가 누구인지에 대해 청와대와 박 경정 측이 진실 공방을 펼치는 양상이어서 검찰 수사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